고금리·실적부진에도 10조 몸값? 이커머스 상장 ‘가시밭길’[시그널]
실적 개선 못 해 줄줄이 상장 철회·연기
‘흑자 기업’ 무신사 상장 1호 등극 관측도
[서울경제]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3일 11:02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고금리 여파와 유동성 위축으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시도가 잇달아 불발된 가운데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쓱닷컴)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 후 예상 기업가치를 놓고 업계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외형 키우기에만 급급했던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보다 내실을 갖춘 뒤 상장에 도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쓱닷컴은 내년 3~4월부터 본격적인 IPO 절차에 들어가기 위해 미래에셋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주관사들과 함께 관련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이인영 쓱닷컴 대표가 한국거래소를 찾아 상장 계획을 설명하는 등 직접 관련 사안들을 챙길 정도로 사활을 건 모습이다.
일각에선 쓱닷컴의 상장 후 기업가치가 1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나오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쓱닷컴이 아직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했고 모회사인 이마트의 시가총액이 2조 원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쓱닷컴의 연간 영업손실은 2020년 469억 원, 2021년 1079억 원, 2022년 1112억 원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수익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쓱닷컴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벽배송 지역을 조정하고 일부 온라인 주문 당일배송 센터를 자동화 전환하는 등 비용 절감에 주력한 결과 올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 규모가 감소했다. 올 상반기 쓱닷컴은 34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662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손실 규모를 줄였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만큼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컬리, 오아시스, 11번가 등 다수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상장을 시도했다가 줄줄이 중도 포기하거나 연기했다. 당초 이커머스 업계 ‘상장 1호’ 기업으로 점쳐졌던 곳은 컬리다.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며 외형을 키워온 컬리는 지난해 8월 유가증권 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올 1월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이유로 들었다. 2021년 투자 유치 당시 4조 원에 달했던 컬리의 기업가치는 현재 1조 원 안팎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컬리는 현재 실적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흑자 전환을 조건으로 대규모 투자를 받았기 떄문이다. 컬리는 지난 5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아스펙스캐피탈로부터 1200억 원을 조달하면서 올해도 적자가 이어질 경우 전환우선주의 전환비율을 1:1에서 1:1.8462343로 조정한다는 조건을 담았다. 전환비율이 조정되면 컬리의 주당 발행가액이 낮아지면서 기업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동시에 창업자 김슬아 대표의 지분도 희석된다.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오아시스도 지난 2월 일반공모 청약을 하루 앞두고 상장철회서를 제출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오아시스의 희망 공모가인 3만500~3만9500원에 미치지 못하는 2만원대 중반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는 현재 재무적투자자(FI)들과 함께 스팩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적투자자와 약속한 상장 기한을 넘긴 11번가는 현재 매각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2018년 '5년 내 IPO'를 조건으로 5000억 원을 투자받은 11번가는 지난 달 30일 상장 기한을 넘긴 후 투자자들의 자금을 돌려주는 방안으로 또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을 신규 투자자로 확보하기로 하고 현재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상장에 고전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상장 1호가 무신사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무신사가 자사주 5만 8000주를 소각을 결정하면서다. 자사주 소각은 기존 주주들의 실질 지분율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 1위 패션플랫폼인 무신사는 2012년 법인 설립 후 10여 년 동안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 웰링턴매니지먼트로부터 2000억 원을 투자받으면서 3조 5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무신사는 2019년 세콰이아캐피탈로부터 1000억 원을 투자받을 당시 2024년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시은 기자 good4u@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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