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플랜' 정종연 PD "시즌2 안 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생각을 해버렸다" [인터뷰M]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을 만든 정종연 PD를 만났다. 정종연 PD는 tvN에서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 두뇌 서바이벌 장르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온 인물로 국내에서 큰 팬덤을 갖고 있는 연출자다. 그런 그가 이번에 김태호 PD의 회사로 옮겨 처음으로 선보인 넷플릭스 작품이다. 12명의 플레이어와 함께 7일간 합숙을 통해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데블스 플랜'을 선보였다.
'더 지니어스'를 연출할 때만 하더라도 당시에 비교할만한 경쟁 프로그램이 없었고 국내 채널에서만 소개되던 시절이었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를 통해 새로운 두뇌 서바이벌을 소개한 정종연 PD는 "외형확장의 목표를 가지고 글로벌 플랫폼을 선택했었는데 그래서 이런 유의 프로그램을 처음 접하는 분도 많이 보이고 '더 지니어스'와 비교하는 분도 계시더라. 뜨겁고 차가운 두 가지 반응을 동시에 볼 수 있어서 좋다"며 공개 소감을 밝혔다.
우리나라 시청자에게는 '더 지니어스'라는 모범사례가 있어서 매운 평을 받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처음 접하는 시청자가 많아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정 PD는 "초창기 '더 지니어스' 시청자처럼 게임을 분석하고 여러 사람의 행동을 분석, 특히 궤도의 공리주의가 옳은지 아닌지로 싸우는 해외 시청자의 반응이 있더라. 그게 너무 신기했다. 베트남과 싱가포르에서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촬영을 시작하면서부터 여러 가지 생각과 반성 속에 시간을 보냈다는 정종연 PD는 "수년간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럴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던 게 꽤 컸다."며 약간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으로 진행되었음을 고백했다.
그러며 "'데블스 플랜'을 보고 어떻게 느끼겠다는 평을 예상했는데 나름 장점이 있겠다는 것도 느꼈다. 향후 이 프로그램이 좋은 방향으로 가려면 당연히 안 좋은 피드백을 받아들일 것. 지금 차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데도 '데블스 플랜'에 대해 쏟아지는 피드백에 반응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며 향후 시리즈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구체적으로 시즌이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그 결정은 넷플릭스가 먼저 하는 거고 그다음은 제가 결정하는 것. 그런데 다음 시즌을 안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생각을 해버렸다.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도 자꾸 '데블스 플랜'의 아이디어가 생각이 난다.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몇 달을 여러 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방영 이후 피드백이 쏟아지니 생각을 안 할 수 없다"는 말을 해 시즌2를 기대해도 된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정종연 PD가 '더 지니어스'와 달리 '데블스 플랜'을 만들고 피드백을 받으며 가장 크게 느낀 건 무엇이었을까? "캐스팅에 있어서 공격적인 플레이어가 없었고 공격적인 플레이어가 빨리 떨어지면서 균형이 맞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플레이어들이 서로 각성되고 발현될 거라 기대했던 부분이 못 미치기는 했다. 누구 하나하나나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밸런스가 안 맞은 것이 아쉬웠는데, 의외로 궤도의 공리주의가 꽤 설득력을 얻은 거 같다. 캐스팅 부분에 있어서 밸런스가 부족했던 부분을 인정한다."라며 시청자들의 아쉬워하는 반응에 공감했다.
'더 지니어스'에서는 플레이어 간의 균형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데스매치가 있었다. 그런데 '데블스 플랜'에서는 데스매치가 없어지며 팽팽한 긴장감을 끌고 갈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정종연 PD는 "제가 만들었지만 '더 지니어스'는 굉장히 잘 만든 포맷이고 강자든 약자든 마지막까지 기회를 주는 균형점이 데스매치였고, 그게 '더 지니어스'의 핵심 IP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IP는 안 건드리고 싶었다. '더 지니어스'와 유사한 건 피하려 했고 대신에 상금매치를 만들었던 것."이라며 데스매치를 쓰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그러며 "데스매치 정도의 기능을 하는 대안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더 좋은 방식은 고민하고 있다. 새로움을 위해서도 그렇고 좋은 결과를 위해서도 수정을 계속할 것."이라며 예측불가한 리얼리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의 불균형을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알렸다.
'데블스 플랜'의 가장 핵심인 게임의 개발은 제작진이 모두 직접 했다고. "우리끼리 만들고 우리끼리 테스트하고, 정교해지면 테스터를 구해서 테스트를 돌렸다. 너무 쉬워도 안되고 너무 어려워도 안된다는 밸런스가 늘 고민이고 힘들다. 노하우도 많이 쌓였지만 결국 제작진의 고생이 동반되어야 해서 정말 힘들다. 앞으로는 외주도 써볼 계획이다. 그래도 '더 지니어스'때만큼 게임수가 많지 않아서 할만했다."라며 게임 제작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데블스 플랜'은 두뇌 서바이벌이 과연 무엇일까를 고민해서 만든 제목이라고 한다. 어떤 형식을 취하건 말이 되길 바랐고, 사람을 귀신에 홀리게 하는 것 같은 게임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아 만든 '데블스 플랜'이다. 출연자 입장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장르가 악마의 계획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출연자에게 악마 같은 계획을 세워보라고 독려하는 의미도 담았다고.
이번에 선보인 형식으로 다음 시즌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다. 형식보다는 장르적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은 제목이기에 두뇌 서바이벌이라는 큰 카테고리는 고정으로 두고 계속 변화가 있을 거라며 '데블스 플랜'에 참여할 다음 참가자와 서사를 기대하게 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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