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신호 바뀌면 '공포'...목숨 걸고 길 건너는 노인들

YTN 2023. 10. 13. 1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

어르신 한 명이 아직 길을 다 못 건넌 사이, 초록 불이 빨간 불로 바뀝니다.

8차선 대로를 가로지르는 이 건널목의 보행 신호는 40초 남짓, 걸음이 느린 노인에게는 짧다 못해 두렵기까지 합니다.

[A 씨 / 탑골공원 방문 노인 : 젊은 사람하고 조금 다르니까. 중간에 가다가 끊기면 젊은 사람은 뛰는데 노인들은 못 뛰니까.]

젊은 사람에게도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8차선 도로는 아무런 짐이 없는 건장한 성인 여성이 길을 건널 때도 시간이 다소 촉박한 게 현실입니다.

제가 한 번 직접 건너보겠습니다.

평소보다 약간 느린 걸음걸이로 이 도로를 건넜는데 남은 시간은 불과 5초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건널목 보행 신호 시간은 기본적으로 진입 시간 7초에, 1m에 1초씩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한국 노인의 평균 보행 속도가 초당 1m인 만큼, 일반적으론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평균 속도가 30%가량 느린 지팡이나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까지 보장하기엔 넉넉하지 않습니다.

[B 씨 / 서울 종로구 방문 노인 : 급하니까 서두른다고. 서두르다 보면 넘어질 수도 있고.]

실제로 사고로 이어지는 일도 잦습니다.

지난 5년간 노인 보행자 사고 4건 중 1건은 건널목에서 일어났습니다.

갓길 사고의 네 배, 건널목이 아닌 곳의 무단 횡단 사고의 두 배 가까이 많습니다.

[C 씨 / 탑골공원 방문 노인 : 노인들 자체는 (보행 시간을) 늘리는 게 좋지. 느린 게 좋지, 노인들은. 나는 일하다가 다리를, 넘어져서 다쳤어요.]

내년이면 65살 이상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서는 대한민국.

전문가들은 노인 친화적인 방향으로 교통 체계를 개편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정재훈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신호가 바뀌더라도 교통약자의 경우에는 차들이 안전을 고려해서 출발하지 않도록 하는 보행자 친화적인 그런 어떤 도로교통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선 어르신이 많이 몰리는 공간을 중심으로 노인 보호구역, 실버존을 늘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ㅣ심원보

그래픽ㅣ지경윤

자막뉴스ㅣ이 선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