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틀 뒤 부정선거 부각한 국민의힘 “제가 당선 안 될 걸 당선된 것 아닌가, 불안감”
국민의힘은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해킹에 의한 부정선거 가능성을 부각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틀 뒤에 선거 절차의 신뢰성 자체를 문제 삼은 셈이다. 국민의힘은 부정선거 가능성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근거로 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선관위는 해킹 사례는 없었다고 반박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해킹 가능성을 보궐선거 전날 발표한 국가정보원에 선거 개입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관위에 화력을 집중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안관리 실태 점검 결과’를 언급한 뒤 “이게 가능하다고 하면 이게 이루어진다고 하면, 이것은 완전히 부정선거 아니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금년 1월 사전투표 본인확인기 2024년형 190억원 규모 입찰이 있었다. 신분증 테스트 측정해서 결정된 업체가 오류율이 10% 났다”며 “이런 말도 안되는 확인기를 내년 총선에도 적용하려고 하느냐. (이게) 보통 문제냐”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3.15 부정선거 있었다고 하면 (이건)현대판 부정선거”라고 말했다. ‘3.15 부정선거’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60년 3월15일 실시된 정·부통령 선거에서 행한 부정선거를 말한다.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촉매제가 됐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사이버 해킹 능력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정찰총국 하에 해킹 부대원이 1만명이 넘는다고 한다”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마음껏 자기 마당처럼, 자기 집처럼 (선관위 내부망을) 드나들 수 있는 것이 현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선관위의)사이버 해킹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보안 업무 담당자는 3명이고 그중 의미 있는 자격증을 가진, 소위 전문가는 한 명이다. 선관위가 사이버 보안을 위해 함께 일하는 외부 업체도 한 곳”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해킹으로부터 선거관리 시스템을 지켜낼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도 “28년 동안 선거를 수없이 하면서 한 번도 선관위를 의심해 본 적이 없다”면서 “그런데 근래에 선관위 파동을 보면서 투·개표 조작 의혹, 심지어는 집계 조작 의혹이 나오면서 국회의원 당선된 제 선거도 누군가가 조작해 가지고 ‘제가 당선 안 될 걸 당선된 것 아닌가’ 이런 불안감까지 든다”고 말했다.
앞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우리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선거관리 시스템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부실한 상태라는 것이 (국정원) 보안점검 결과 확인됐다”며 “선거관리 시스템 부실 운영을 국민께 겸허히 사죄하고 부정선거 가능성을 1%도 남기지 않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부정선거 사례는 없었다고 맞섰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이 언급한)그 가능성이 단 하나라도 실현돼 부정선거로 드러나거나 문제 제기된 바가 있느냐”고 묻자 노태악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 선관위와 국정원의 입장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노 위원장은 “해킹 가능성이 있느냐”는 이형석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보고는 받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그것이 부정선거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힘들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김용빈 사무총장은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사전투표 시스템이 위험하다는 것, 중복투표할 수 있고 이런 평가에 동의를 하느냐”고 묻자 “부정선거의 가능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저희가 이미 발표를 했다”고 답했다. 김 사무총장은 당초 3개 기관 합동으로 조사했던 선관위 보안 점검 결과를 선관위가 함께 발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국정원과의) 입장차가 커서 조율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 보도자료 자체를 따로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발표 의도를 의심했다. 강병원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심지어 22대 총선도 몇 달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이 선관위 보안 시스템이 취약해 해킹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며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국정원을 두고 “2012년 대선 때 댓글 공작을 하고,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총풍 사건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이 사무총장에게 “(지난) 10일 발표한다는 것은 명백하게 선거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는데 중앙선관위에서 이것에 대해 경고해야 된다”고 말했다.
행안위는 이날 이례적으로 노태악 위원장에게 질의를 했다. 관례적으로 선관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한 뒤 퇴장하고 사무총장이 질문에 답변해 왔다.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독립성을 지켜준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질의 시간에 부정선거 가능성, 자녀 특혜 채용 의혹, ‘소쿠리 투표’ 문제 등을 근거로 노 위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정우택 의원은 “제가 (노태악)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 ‘거취 문제 결심해야 한다’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있다”며 “거취를 포함해서 책임감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은희 의원도 “‘위원장이 잘못했다, 잘못하지 않았다’는 시시비비가 아니고 수장으로서 이런 상황까지 온 책임을 지고 용퇴할 생각은 없나”라고 물었다. 박성민 의원은 김용빈 사무총장에게 “무방비 상태로 있으면서 ‘아직은 해킹 안 당했다’, ‘아직은 도둑 안 맞았다’ 그 대답 자체가 참 경악할 문제”라며 “가셔서 선관위원장 용퇴하시라고 하시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책임져야 될 일이 있다면 바로 지겠다”면서도 “내게 남아 있는 일이 있다”고 사퇴에 선을 그었다. 노 위원장은 앞서 인사말에서 부실한 보안 관리,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언급하며 “자괴감과 부끄러움, 창피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사과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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