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지상전 초읽기…민간인 대피 '마지막 단추' 끼우나

장재은 2023. 10. 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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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전단 배치 후 이슬람권 돌며 '개입자제' 경고
이스라엘, 하마스 해체 선언…하마스, 서안에 '총동원' 촉구
남부 사령부에 도착한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과 최대 우군 미국의 행보에서 가자지구 내 하마스 근거지에 대한 지상군 투입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마스 해체를 위한 이스라엘의 총공세는 역내 긴장을 급격히 높여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제5차 중동전쟁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명피해 규모가 겉잡을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내 민간인 110만명과 유엔 인력을 지구 내 남부로 옮기라고 요청했다.

대피 시한은 일단 24시간으로 제시됐다.

이스라엘이 공언한 '피의 보복'에 따른 가늠할 수 없는 인명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 작전에서 민간인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계획을 지지하면서도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쟁법'을 따르라고 당부했다. 민간인 같은 비전투원 살해는 국제법을 위반한 전쟁범죄다.

중동 순방에 나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이걸 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 민주국가들은 다른 기준을 달성하려고 노력함으로써 테러리스트들과 구분된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해체 준비하는 이스라엘과 미국 [UPI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현재로서는 민간인들의 가자지구 내 대피가 실제 이뤄질지, 언제 마무리될지 불확실한 면이 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몰아내려는 이스라엘의 거짓선전에 속지 말라며 대피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뿐만 아니라 가자지구에 잡혀있는 이스라엘과 다수 외국국적 인질도 지상전 개시 시점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다.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하고 이스라엘이 작전을 강행할 경우 대규모 민간인 참사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의 이번 작전 목표는 하마스의 군사조직뿐만 아니라 통치역량까지 완전히 해체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자국에 침투해 군인과 민간인 1천여명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고 그 과정에 잔혹행위를 저질렀다.

이스라엘 내각은 기습 하루 뒤인 8일 하마스 해체를 결단하고 가자지구 침공 준비에 들어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마스는 IS(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라며 "IS처럼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어떤 국가도 하마스를 숨겨줘서는 안 된다고 주변국에 경고하기도 했다.

가자지구 내 민간인 대피 권고는 가자지구 내 지상작전을 위한 마지막 단추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은 외국에 사는 이중국적자를 비롯한 이스라엘 예비군 30만명을 자국에 끌어모았다.

이들 병력의 대다수는 명령에 즉각 투입될 수 있도록 가자지구와의 국경 근처에 진을 친 것으로 전해진다.

위험 지역 떠나며 '브이' 만드는 가자지구 주민들 (가자시티 AFP=연합뉴스)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3일(현지시간) 위험지역을 떠나며 손가락으로 '브이'(V)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로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약 42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2023.10.13 clynnkim@yna.co.kr

이스라엘의 우군인 미국은 가자지구 내 작전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준비를 마쳤다.

미국은 이미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이 이끄는 막강한 전단을 동지중해에 배치했으며 전투기를 추가로 동원하기로 했다.

이는 일단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이슬람권 국가나 무장세력의 개입을 억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이스라엘에 이어 이날부터 요르단,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를 방문하기로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순방에는 이슬람권 국가들에 개입 자제를 설득한다는 목적이 일부 포함돼 있다고 해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에도 최근 "조심하라"며 개입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경고했다.

레바논에 근거지를 두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이번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가장 위협적인 무장정파로 거론된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카타르 정부와 함께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이란의 원유수출 대금 60억달러(약 8조원)를 다시 동결했다.

이 자금은 미국과 이란의 최근 수감자 교환에 따라 제재에서 풀려난 자금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에 허덕이는 이란 경제에 단비다.

지상군 투입을 위한 이스라엘의 땅 고르기가 완료 조짐을 보이면서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집단적 저항을 촉구하고 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일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에 이스라엘군과 맞설 총동원을 촉구했다.

하마스 대변인 아부 오베이다는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이건 지하드(이슬람성전)"라며 "이기거나 순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안과 이스라엘 내에서는 하마스의 기습 뒤 긴장 고조 속에 팔레스타인인들의 폭력행위가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이스라엘 국기 태우는 인니 시위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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