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경기침체에 대비하는 자세
최근 글로벌(Global)시장에서의 이슈(Issue)를 손꼽으라고 한다면 고금리 상황에서도 그나마 잘 견디며 ‘금리 인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미국’과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그림자’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가파른 물가상승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며 긴축스탠스(Stance)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5.25~5.50% 수준 이지만 아직도 추가 인상에 대한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글로벌(Global) 각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기조로 인해 국가별로 경제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펀더멘털(Fundamental)에 무리가 가기 시작한 것에 있다. 전 세계 기축통화로 불 수 있는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의 경우에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며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에 이르렀다. 미국은 그나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있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긴축에 나서고는 있지만 오히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8%에서 2.1%로 올라가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기조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실질구매력이 회복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고, 물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자 긴축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구성요소 중 소비가 71%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소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업률이 급등하지 않고 노동시장의 과열이 가라앉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뒷받침하는 부분이 오히려 고물가를 지속시킬 여지가 있어 우려되는 바다. 물가안정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염두하고 있는 연준(Fed)이기에 고금리 장기화를 허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초 7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국제유가가 최근 90달러($)에 가까운 상승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어 물가가 쉽게 빠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 역시 국제유가의 상승을 자극하고 있는 요인이다.
미국경제에 대한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유럽의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고유가와 함께 미국 사상 초유의 자동차 노조 동시 파업, 그리고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Shutdown) 우려 등이 경제회복에 있어 암초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설명하자면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Shutdown)’이란 정부 공무원들의 급여 지급을 포함한 일부업무중단을 의미한다. 다행히 미국 연방정부의 내년도 임시 예산안 처리 건이 지난 10월 1일 의회에서 통과함으로 11월 중순까지는 협상시간을 벌어놓은 상황이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들은 미국의 고민과는 다른 횡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에 2%대 초반까지 내려와서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의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어 돌발변수가 많다. 한국의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이기 때문에 주변 여건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으로의 수출비중이 총 수출액에서 20%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데,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고도 경제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현재 한국은 수출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2분기는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6%의 성장을 보였지만 이마저도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 순수출이 늘어난 ‘불황형 성장’이라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동안 성장에 있어 상대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민간소비도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있어서도 경기둔화만 고려해서 경기부양에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미국이 아직 금리인상을 종료한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지만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기에 금리인하에 쉽게 나서지도 못하는 좌불안석의 입장인 것이다.
중국경제가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이 글로벌(Global) 경제회복에도 부담이다. 중국이 그동안 세계 제조업의 큰 축을 담당하며 생산 공장과 수출시장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부동산개발 업체들이 연이어 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미중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경제회복에 당장 어려움이 많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중국시장에서 대규모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이란(Iran)의 원유생산이 줄어들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유가급등세가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6개월 동안 미국의 대이란 제재이행강도가 약해지면서 이란의 원유공급이 늘어났지만 다시 제재강도가 엄격해지면 글로벌(Global) 석유시장이 경색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가 증산에 동참해야 하지만 브랜트 유가(Brent Crude) 배럴당(Barrel) 110달러($)수준까지 높아지지 않는다면 증산할 마음이 없다고 공포한 바라 유가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Inflation)이 가속화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가 첫 번째 인플레이션의 원인이었고 서비스(Service)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두 번째 원인이었다면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9년 만에 발발하면서 추가적인 지정학적 리스크(Risk)로 부각됨으로 유가상승발 인플레이션 공포를 더하고 있다. 원유가격 급등가능성에 따른 인플레이션(Inflation) 촉발로 경제성장 둔화와 금리 불안정을 야기해 중앙은행의 정책결정에 있어서도 고민이 깊어지게 되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Legoland)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잔액이 11조 4891억에 가까운 금액이지만 고금리 상황이라 회사채 발행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한 영향으로 국내 채권금리도 오르며 신용스프레드(Credit Spread)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신용스프레드(Credit Spread)가 확대되었다는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한계기업’ 기준을 해당연도를 포함한 3개 연도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이라 보았을 때 최근 3년간 해당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1보다 낮을 경우로 기업이 벌어들인 돈보다 갚아야 할 이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와 같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낼 수 없는 한계기업은 여건상 은행에 더욱 의존하는 모습인데 이는 고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회사채시장에서 받아주지 않아 은행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근 초우량채라 할 수 있는 은행채의 순발행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10월부터 한도규제도 폐지된 상황이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고금리, 고환율 상황에서 한계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의 영업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은행을 통한 대출액 크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영업환경이 쉽게 개선될 가망성이 크지 않아 연체율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있다.
다가오는 경기침체로 인해 가장 타격을 입을 기업이나 개인은 주로 대출이 많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다. 우선 고금리로 인해 자기자본이 아닌 대출을 통해 레버리지(Leverage)효과를 노렸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고환율로 인해 높아진 원자재가격을 반영한 비용 상승분을 제품에 반영해야 하는데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소비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제품가격으로의 전가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다 고금리로 인해 부담해야 되는 이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면 종목선정에 있어 대출이 적고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이 높은 기업 위주로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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