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채혈 늦어져 항암치료 놓친 80대…파업 3일째 보라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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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에는 45분 대기라고 돼 있었는데 희망고문이었어요."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 사흘째인 13일 오전 10시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서울대병원분회는 지난 11일부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닫힌 철문에는 "노동조합 파업으로 인해 2층 채혈실은 운영하지 않는다"며 "1층 채혈실을 이용해달라"는 안내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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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에는 45분 대기라고 돼 있었는데 희망고문이었어요."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 사흘째인 13일 오전 10시쯤. 항암치료 중인 82세 노모를 모시고 서울 동작구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서울대학교병원 운영, 이하 보라매병원)을 찾은 이창희씨(55)는 채혈 대기 시간이 길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라면 20분 남짓 걸리는데 전날에는 1시간30분을 기다렸다"고 했다.
이씨 모친 A씨는 전날 항암치료 주사를 맞기 위해 보라매병원을 찾았으나 파업 여파로 진료를 못 받아 이날 다시 이곳을 찾았다. A씨의 전날 진료는 낮 2시30분, 항암치료는 오후 3시로 각각 예약돼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채혈이 늦어지면서 진료가 밀려 결국 항암치료를 받지 못했고 하루 뒤인 이날 다시 병원을 찾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서울대병원분회는 지난 11일부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의료 공공성 강화와 병원 인력 충원 등이 요구안의 골자다. 필수인력은 파업에서 제외하면서 진료는 큰 무리없이 진행됐지만 기초적인 채혈검사 등에서 불편이 빚어지고 있다.
보라매병원 2동에는 1·2층에 각각 채혈실이 있는데 이날 2층 채혈실은 문이 닫혀있었다. 닫힌 철문에는 "노동조합 파업으로 인해 2층 채혈실은 운영하지 않는다"며 "1층 채혈실을 이용해달라"는 안내가 적혀있었다. 또 한켠에는 "채혈 대기 시간 70분 민원 속출"이라고 적힌 노조의 홍보지가 놓여있었다.
50대 여성 B씨는 파업 소식을 모르고 2층 채혈실을 찾았다가 1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기자에게 파업 사실을 듣고 나서야 "철문에 붙어 있는 문구가 그거였냐"고 물었다.
채혈 외의 진료는 대체로 원활한 모습이었다. 노조가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 인력을 파업에서 제외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또 그밖의 인력 중 약 30%인 조합원 1000명이 번갈아가며 파업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근무에 나서고 있다.
한편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보건의료인력기준 마련 △실근무 간호사 수 환자 수 통합병동 1:3·일반병동 1:6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전면 확대 △공공병상 확충 △필수의료분야 의사 수 확충 △비대면진료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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