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건강하세요’ 지하철 안내 음성…정작 노인들은 “불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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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65세 이상 승객들이 경로우대 교통카드로 개찰구를 통과할 때마다 '어르신 건강하세요' 멘트가 나오는 서비스가 시범 운영 중이다.
13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노인이 아닌데 경로우대 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의 부정 승차를 막기 위해 지난 6월 종로·강남·신도림·광화문·고속터미널 등 10개 역에서 '어르신 건강하세요' 안내 음성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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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노인들 반발 이어져
“노인 무시”, “무임승차 낙인 찍는다” 등 분노
# 대구에 사는 70대 A씨는 지난달 지하철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찍고 들어가다가 처음 듣는 안내 음성을 들었다. 바로 ‘어르신 건강하세요’라는 멘트였다. 청년들이 지나갈 때는 ‘삑’ 소리만 났다. 불쾌감을 느낀 A씨는 곧바로 역무원에게 가 “늙은이라고 무시하냐”며 “공짜로 태워준다고 생색내는 거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전국 곳곳에서 65세 이상 승객들이 경로우대 교통카드로 개찰구를 통과할 때마다 ‘어르신 건강하세요’ 멘트가 나오는 서비스가 시범 운영 중이다.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넴과 동시에 경로우대 교통카드 부정승차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 어르신들의 반발로 중단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13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노인이 아닌데 경로우대 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의 부정 승차를 막기 위해 지난 6월 종로·강남·신도림·광화문·고속터미널 등 10개 역에서 ‘어르신 건강하세요’ 안내 음성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기존에는 소리와 램프 색깔로 경로우대 승객을 구별했는데, 멘트까지 추가해 부정 승차 승객을 더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공사는 이 서비스를 3개월간 시범 운영해 본 뒤 모든 지하철역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일이 전개됐다.
일부 노인들이 불쾌하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노인 무임승차 낙인을 찍는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나이 들었다고 광고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결국 공사는 시범 운영 20여일 만에 ‘어르신’이라는 단어를 빼고 ‘건강하세요’로 수정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련 민원이 계속 제기돼 우선 안내 음성에서 ‘어르신’을 뺀 것은 맞다”며 “다른 멘트를 넣는 등 대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지하철도 지난달 11일부터 같은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가 5일 만에 전면 중단했다. 도입 이후 하루 평균 5건 이상의 어르신 항의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대구교통공사는 수정이 아니라 안내 멘트를 아예 없애고 기존처럼 ‘삑’ 소리만 나도록 바꿨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어르신들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시행하는 것은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고 판단해 중단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해당 안내 음성을 도입한 뒤, 관련 부정 승차가 감소효과가 50%가 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발로 인해 다른 안내 음성 멘트를 공모한 상태다. 대안으로는 “경로우대 카드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천천히 통과해 주세요”,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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