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남' 노량진뉴타운 … 최대어는 1·3구역, 숨은 진주 2구역

손동우 전문기자(aing@mk.co.kr) 2023. 10. 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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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단지 전부 사업 본궤도 … 흙 속의 진주 노량진
1·3구역 규모 크고 평지 입지
2·4구역 종합행정타운 수혜
2구역은 추가 용적률까지
조합원 비율도 가장 낮아
8구역은 더블역세권 위치
단독주택 웃돈 10억 육박
분담금 고려땐 15억 필요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재개발 3대장'으로 대개 한남뉴타운, 성수전략정비구역, 흑석뉴타운을 꼽는다.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사업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재개발 지역이 하나 있다. 바로 노량진뉴타운이다. 앞에서 꼽은 세 군데보다 명성은 덜하지만 내실이 탄탄해 '흙 속의 진주'라고 평가받는 곳이다.

서울 서남부권 요지로 꼽히는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이 모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이 중 4개 구역은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았다. 재개발 사업에서 관리처분인가 단계 근처까지 진행되면 사업의 '8부 능선'은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사업 단계가 후반기에 이른 재개발 구역이 그렇듯 노량진뉴타운에 투자하려면 넉넉한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점을 꼭 고려해야 한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대방동 일대 73만8000㎡ 규모인 노량진뉴타운은 2003년 서울시 2차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 2009년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지정됐고 이듬해 대방동 일대 1000㎡가 7~8구역으로 추가됐다. 다만 아직까지 사업이 마무리된 곳은 없다. 구역 간 경계가 모호하게 중복된 데다 노량진수산물시장, 고시촌, 학원가 등을 중심으로 복잡한 토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개발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노량진 일대는 수산시장 등 낙후된 이미지 탓에 그동안 주거지로는 외면받아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량진뉴타운이 완성만 된다면 폭발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광화문, 강남, 여의도 등 이른바 3개 도심 접근성이 모두 좋아 입지 측면에서 '알짜'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여의도·용산과는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될 만큼 붙어 있고, 서쪽으로는 반포를 넘어 강남 지역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다. 실제로 노량진역에서 강남역까지 직선거리는 7.7㎞에 불과하다. 용산을 지나면 광화문·시청과도 가깝다. 교통 인프라스트럭처도 이미 갖춰져 있다. 뉴타운 북쪽으로는 지하철 1·9호선, 남쪽으로는 7호선이 지난다. 올림픽대로·강변북로·서부간선도로·강남순환도로 등으로 진입하기도 좋다.

지지부진하던 노량진뉴타운 분위기가 바뀐 것은 2~3년 전부터다. 6구역을 시작으로 구역별로 사업이 줄줄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현재 노량진뉴타운은 모두 본격적인 재개발 신호탄을 의미하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다.

노량진 6구역은 현재 철거를 진행 중이다. 재개발 과정이 끝나면 노량진 6구역은 1499가구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조합원 분양 770가구와 임대 262가구를 제외한 467가구가 이르면 내년쯤 일반에 분양된다.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공사를 맡는다.

2구역은 지하 4층~지상 29층 421가구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조합원 분양 111가구와 임대주택 106가구를 제외한 200여 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다. 2구역도 현재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개발 업계에서는 6구역과 2구역이 이르면 2026년 입주를 완료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른 구역도 부지런히 사업을 진행 중이다. 4구역과 8구역은 앞서 언급한 두 개 구역에 이어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4구역(844가구)은 2019년 9월 시공사로 현대건설을 선정했다. 7구역(576가구)과 8구역(1007가구) 역시 각각 SK에코플랜트와 DL이앤씨로 시공사를 정했다. 현재 1구역(2992가구)을 제외하면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구역은 시공사를 이미 선정했다.

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 중 핵심은 단연 1구역과 3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 역세권인 데다 평지에 가깝다. 이곳은 특히 재개발 과정에서 일부 가구가 한강 조망까지 누릴 수 있게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들 구역에서 한강에 이르기까지 높은 건물이 별로 없다"며 "만일 한강 조망까지 가능하다면 장점이 꽤 강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구역은 가장 속도가 느리지만 13만2118㎡로 사업 면적이 가장 넓어 투자자 관심이 높다. 3구역은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손꼽히며 노량진초등학교를 품고 있다.

2구역과 4구역은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역세권이다. 동작구 종합행정타운이 장승배기역 근처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개발 기대감도 크다. 2구역은 역세권 밀도계획이 적용돼 용적률 398%와 건폐율 43%가 적용된다. 전체 노량진뉴타운 지역 중 조합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기도 하다. 4구역은 총 844가구 규모로 조합원 418가구와 임대 147가구를 제외한 279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다만 4구역은 장승배기역에서 이어지는 길이 뉴타운에 포함되지 않아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5구역은 KT 동작지사 옆쪽으로 길게 이어진 구역이다. 완만한 경사가 있으며 영화초등학교와 영등포중·고등학교가 가깝다. 6구역과 7구역은 언덕에 있어 지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단점이지만 장승공원·백로어린이공원 등이 가깝고 주변 학교 접근도 쉬운 편이다.

8구역은 노량진뉴타운 안에서도 은근히 괜찮은 입지로 꼽힌다. 노량진역과 대방역 사이에 위치해 약간 걸으면 두 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노량진역(1·9호선)에는 서부선까지 들어올 예정이고 대방역에는 1호선과 신림선이 지나간다.

사업이 이처럼 탄력을 받으면서 노량진뉴타운 내 단독·다가구 주택 몸값도 상당히 올라왔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 웃돈은 7억~9억원대에 형성 중이다. 노량진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를 배정받는 물건의 매매가격이 추가 분담금까지 포함하면 14억~15억원은 될 것"이라고 사정을 전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노량진뉴타운의 가격 상승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고 본다. 인근 흑석뉴타운 전용 84㎡ 시세가 20억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노량진뉴타운 서쪽에 위치한 신길뉴타운 전용 84㎡ 시세도 14억~15억원에 형성돼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노량진뉴타운 입지가 흑석뉴타운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흑석부터 노량진, 신길로 이어지는 블록이 서울 서남권 핵심 주거단지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한창 추진 중인 경전철 사업이 가시화되면 노량진뉴타운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새절역~서울대입구역을 잇는 서울 서부선 경전철 노선은 노량진역과 장승배기역을 지난다. 현재 9호선을 이용하면 노량진에서 여의도역까지 두 정거장인데, 서부선이 개통되면 한 정거장으로 줄어든다. 서부선 경전철은 올해 민자 적격성 검사를 통과했고, 2023년 착공해 2028년 개통이 목표다.

서부선 외에 다른 개발 호재도 상당하다. 우선 노량진과 여의도를 잇는 380m 길이의 육교가 예정돼 있다. 노량진과 여의도는 붙어 있는데도 도보로 이어진 길이 없어 그동안 돌아서 가야 했다. 하지만 육교가 생기면 노량진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여의도 업무지구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승배기역 근처에 들어오는 종합행정타운도 지역개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행정타운은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에는 동작구 신청사와 구의회, 경찰서, 우체국 등 각종 행정기관과 상가, 주민 편의시설이 통합적으로 자리할 예정이다. 이 밖에 노량진역 노후역사 고밀개발 사업, 옛 노량진수산시장 복합개발 사업, 노들섬과 이어지는 공중보행교 '백년다리' 등 여러 개발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노량진뉴타운은 구역 대부분이 사업 후반 단계에 도달한 만큼 수년 내 분양·입주할 확률이 높다. 다만 요즘 여느 재개발 구역이 그렇듯 노량진뉴타운에 투자하려면 넉넉한 현금이 필요하다. 전세를 끼고 매입하더라도 워낙 노후된 주택이어서 전셋값이 높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매물 권리가액은 물론이고 10억원에 육박하는 웃돈을 사실상 '100%' 현금으로 충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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