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화약고' 터질 때마다 시선집중 록히드마틴·한화에어로 … 방산株 뜬다
지구촌에 전쟁이 잇따라 발발하면서 전 세계 방위산업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잔인한 호재'라는 말이 나온다. 한마디로 '피의 대가'로 돈을 버는 방위산업체 주식(방산주)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지킬 선호주로 부상하고 있는 것. 주식시장의 냉정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이어 최근 이스라엘 지역까지 지구촌에서 전쟁이 이어지면서 투자심리도 바꿔놓고 있다.
록히드마틴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미국과 한국의 방산 대장주를 위기 시 포트폴리오 '방어주'로 담을 필요가 있다.
리스크를 안고 주가 급등을 노린다면 넘버원 투자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꼽힌다.
'천조국'(1000조원이 넘는 미국 국방예산)을 등에 업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 효과를 노린다면 록히드마틴이다. 주가가 저렴하면서 중수익·중위험을 추구하는 투자자 성향에는 미국 레이시언이 적합하다.
13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와 미국의 방산주 8곳을 비교 분석해보니 이 같은 서로 다른 투자 매력이 나왔다. 비교 잣대는 이익률과 성장성, 주주환원 의지, 주가 저평가 등 4대 지표를 적용했다. 분석 대상은 시가총액과 매출 기준으로 각국의 4대장을 꼽았다.
국내 상장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 현대로템이다. 미국에선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러먼, 레이시언, 보잉이 방산주 주력 투자 대상이다.
수익성 주주환원 넘버원 록히드마틴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영업이익률 1위는 13.1%의 록히드마틴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 'F-35'를 만드는 미국 대표 방산업체다. F-35 대당 가격은 1억달러 수준이며 이익률을 좌지우지한다.
F-35를 비롯해 각종 군용기와 헬기 등 항공 부문 매출이 이 회사 중심이다. 올 2분기 기준 매출의 41.2%를 차지한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대규모 미사일 공격이 이뤄졌는데 이 분야(미사일 시스템)는 록히드마틴 매출의 16.5%를 담당한다. 러시아를 상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주력 무기 중 하나가 대전차 미사일 'FGM-148 재블린'이다. 록히드마틴이 레이시언과 합작한 무기다.
우주산업 분야는 록히드마틴 매출의 19%를 차지하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역별 매출 비중을 보면 미국(75%)에 편중돼 있으나 유럽(9%)과 중동(5%) 매출도 꾸준하다. 월가는 '화약고' 중동의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 지역 매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2분기 록히드마틴 매출은 166억9300만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8.1% 늘어난 수치다. 오는 3분기에도 비슷한 매출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직전까지 이 방산업체에 대한 올해 전망은 밝지 않았다. 주력 제품인 F-35의 연간 판매가 100~120대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95대에 그칠 것이라고 스스로 전망을 낮췄다.
그러나 이 회사는 배당금을 인상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주당 3달러였던 배당금을 약 0.5달러 올려 3.5달러로 높인 것. 이처럼 록히드마틴은 최근 20년 동안 꾸준히 배당금을 인상해왔다. 이는 압도적인 주주환원율로 이어지고 있다. 주주환원율은 주주를 향한 진심을 옅볼 수 있는 수치로, 12개월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6월 말 현재 록히드마틴은 지난 12개월 동안 30억2200만달러(약 4조원)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연간 몰아서 배당하는 한국 주식과 달리 록히드마틴과 같은 미국 주식은 분기 배당을 한다. 3·6·9·12월에 투자자 계좌에 배당금이 꽂힌다. 여기에 같은 기간 산술 평균 주가 수준을 고려한 최근 1년간 자사주 매입·소각 추정치는 57억9900만달러에 달했다. 1년 순이익을 고려한 록히드마틴 주주환원율은 112.2%다. 이 기간에 록히드마틴이 전투기나 미사일을 팔아서 벌어들인 돈보다 주주에게 돌려준 금액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전까지 벌어들인 돈이 많아서 가능한 수치지만 필사적으로 주주를 붙잡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는 분석 비교 대상 8곳 중 최고치다. 주주환원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향후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2022년 이후 2026년까지 연평균 복합성장률(CAGR)을 적용한 록히드마틴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1.8%에 그친다.
투자 안정성이 높은 만큼 이익 증가 속도도 떨어지고 있다. 록히드마틴의 또 다른 투자 약점은 너무 비싸다는 것. 2023년 말 예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2.57배에 달한다.
중위험·중수익 투자 노린다면 레이시언
방산주의 경우 전쟁의 유무나 방산 정책 변화에 따라 예상치 못한 이익률 변동이 큰 편이다. 특히 국내 방산주는 방위사업청이 매기는 '지체상금'이란 변수가 있다.
지체상금은 납품 예정 기일에 비해 실제 납품 날짜가 늦었을 때에 발생하는 벌금이다. 회계상 금융사들의 대손충당금과 비슷하다.
평소 비용으로 처리되다가 어느 순간 순익으로 잡혀 이익 안정성을 낮추는 요소다.
2013~2016년 대한항공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항공기와 관련해 4408억원을 수주했는데 이 중 725억원(16.4%)을 빼고 받았다.
그러다 최근 법원에서 방사청이 473억원을 다시 대한항공에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방산주를 평가할 때 이익 기준인 주가수익비율(PER)보다 자산 가치를 반영한 PBR을 주가 평가의 잣대로 주로 쓰는 이유다. PBR 기준 가장 싼 주식은 레이시언(1.48배)이다. 올해 주가 하락이 저평가 가치를 높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소식이 미국 주식시장에 처음 반영된 지난 9일(현지시간) 레이시언 주가는 4.6% 올랐지만 올 들어서 이날까지 27.6%나 하락했다.
레이시언은 '토마호크' 미사일로 유명한데 미사일 사업 부문 매출 비중이 지난 2분기 기준으로 39.4%다.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엔진 사업 비중도 31.1%에 달해 최근 주가 악재로 작용해왔다. 2015년 출시한 기어드터보팬(GTF) 항공기 엔진에 결함이 발견되는 등 대규모 리콜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비용이 늘어 이익률이 낮아진 것이다.
같은 방산업종 내 록히드마틴과 노스럽그러먼의 영업이익률이 10%가 넘는데 레이시언은 한 자릿수(8.8%)에 그치고 있다.
레이시언의 5개년 EPS 성장률은 연평균 9.8%로 추정된다. 레이시언은 8~9%대 이익률과 성장성, 3%대의 배당수익률을 고려했을 때 '중위험·중수익' 주식으로 분류될 수 있다.
'고성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
EPS 성장률이 30%를 넘어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투톱'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가 손꼽힌다.
국내의 국방예산 증가 가능성과 해당 회사 기술력에 따른 성장성이 함께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국방예산을 8420억달러(약 1135조원)로 책정했다. 역대 최대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미국 국방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다.
한국은 GDP 대비 2.7%에 그치는 데다 분단 국가라는 현실, 지속적인 다른 국가 간 전쟁 사태로 국방예산 증가 압박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전 세계에서 전쟁이 지속되면 '각국 국방예산 증가→방산주 실적 증가→관련주 주가 상승 혹은 배당 인상' 등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리포트에 반영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EPS는 2022년 4594.7원이었다. 증권사들은 2026년에 이 수치가 1만935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평균 33.3%씩 성장한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주환원율은 미국 방산주 대비 낮으나 국내 방산주 4곳 중 가장 높았다. 주식 수는 1년 새 동일해 자사주 매입·소각은 없었으나 배당금을 반영한 환원율은 31%다.
올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률도 8.4%다. 국내 방산업계의 낮은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이익률 자체는 높은 편이다.
이 같은 이익률은 4대 무기인 K9 자주곡사포, K10 탄약보급 장갑차, K21 전투차량, 천무 다연장로켓 등이 주로 올리고 있다. 이 중 K9의 세계 자주포 점유율은 50%에 육박하며 압도적이다. 기본 성능 면에선 독일 제품이 더 낫다는 평가도 있으나 가격 대비 성능은 K9을 따라올 곳이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 전쟁이 계속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이어 아시아와 중동까지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액은 19조원에 달하며, 작년 매출(6조5000억원)을 감안하면 3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해 놓은 상태다.
다만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배당수익률이 1% 밑으로 하락해 당장의 배당 매력은 약화되고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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