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취업 통계 강타한 인구감소 후폭풍 [마켓톡톡]
취업자 수 늘고 단기근무 줄어
제조업, 청년 고용 여전히 약세
정부 “청년취업 감소 인구감소 탓”
정부 청년 지원책 부실 아쉬워
9월 우리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36시간 미만 단기 근로자 비중, 비경제활동인구 문제도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노동시장의 강세 배경으로 꼽힌 인구감소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어서다. 9월 고용동향의 명암을 살펴봤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0만9000명이 늘어났다. 2021년 3월 이후 3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취업자 수 증가폭도 3개월 만에 다시 30만명대를 회복했다.
단기근로, 비경제활동인구 수가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36시간 미만 단기 근로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9.3% 줄었고, 비경제활동인구 수도 같은 기간 0.7% 감소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쉬었다'고 답한 비중은 전체적으로는 0.5% 늘었지만, 20대에서는 오히려 2.3% 감소했다.
제조업과 청년 고용은 여전히 약세를 보였다. 9월 제조업 취업자는 7만2000명 줄면서 지난 4월 9만7000명으로 줄어든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정부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줄어든 이유가 지난해 증가폭이 컸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15~29세) 취업자 수는 9월 8만9000명 줄면서 11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정부는 청년 취업자 수 감소가 인구감소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3일 일자리TF 회의에서 공개한 '인구구조 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올해 1~8월 20대 취업자 수가 월 평균 9만여명씩 줄었는데, 올해 20대 인구는 19만명 이상 줄었다. 정부는 인구감소에 따른 기여도를 반영하면 청년 취업자 수가 9월에 9만9000명이 줄어야 했는데, 9만1000명 감소에 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모두 반영하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줄어든 인구로 인한 노동 공급 감소가 실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현재 우리 노동시장 강세 배경이 실제로는 미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는 인구감소 때문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우리 인구는 2020년 3만2000명, 2021년 5만7000명, 2022년 12만4000명으로 3년 연속 줄었다. 출산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인구감소폭도 더 커질 예정이다. 통계청은 2045년이면 연간 인구감소폭이 30만명대를 기록하고, 전체 인구도 4000만명대로 내려설 것으로 추산했다.
노동 공급이 줄면 경제 성장률은 하락한다. 모로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고령화 때문에 점차 더 낮아질 거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은 완전고용 상태에서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최대의 성장률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인구감소처럼 이미 진행 중인 사안을 정책에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청년 지원정책이다. 청년 지원정책은 장기적으로 출산율과 인구증가에 영향을 준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청년희망적금을 출시했다.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한때 289만명을 넘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70만명 이상이 중도 해지했다. 만기 2년을 채우면 연 9% 금리 혜택을 주는데, 적금을 유지할 여력이 없는 청년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비슷한 방식의 청년도약계좌를 지난 6월 출시했다. 청년도약계좌는 19~34세 청년이 5년 동안 적금을 부으면 정부 지원금을 월 최대 2만4000원 보조하고,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자는 6월 76만1000명에서 7월 44만명, 8월 15만8000명으로 줄고 있다. 우리 청년들이 소득은 줄고, 빚은 늘면서 적금을 유지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가구주의 지난해 평균 부채는 1년 전보다 무려 41.2%나 급증한 5014만3000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20대 이하의 개인워크아웃 확정자는 1년 전보다 33% 증가했다. 지난해 법원 개인회생 신청자 중 20대의 비중도 5%포인트 상승한 15.2%였다. 올해 7월까지 매매된 수도권 아파트 중 30.4%를 30대 이하가 매매했고, 이에 따라 30대 이하 차주의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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