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밀어붙인다고 끝이 아니다…시나리오는?

임세흠 2023. 10. 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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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오늘(13일) 가자지구의 중심도시인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전원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며칠 내에 대규모 작전을 벌이겠다"고도 공언했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변에 병력 30만 명을 집결시켜둔 상태입니다. 엿새 동안 가자지구에 공습과 포격을 퍼부었는데, 하마스에 대한 당장의 복수이면서, 지상군 투입을 위한 사전 조치입니다.

국립외교원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점검했습니다.

#1. 하마스 궤멸작전

첫 번째 시나리오는 이스라엘군이 예고한대로 지상에서 가자지구 장악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모든 하마스 대원은 이제 죽은 목숨”이라고 장담했습니다. 하마스를 궤멸시키고, 인질들을 무사히 구출하는, 이스라엘 입장에선 최상의 그림입니다.

보복을 통해 하마스에 심리적 충격을 주고, 소탕 작전을 통해 지도부를 궤멸하고, 상당 기간 행동에 나서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지상전을 벌이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100% 성공이 보장되기 어려운 작전입니다.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공군력과 기갑 전력, 시가전 훈련을 거친 병력을 갖췄지만, 지하터널 망 중심으로 하마스의 게릴라전에 맞서야 합니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터널의 총 길이는 500km에 달하고, 곳곳에 부비트랩이 설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가자지구에서 발견된 터널에 이스라엘 군인이 들어가고 있다. 2018년 자료 사진.


2014년 지상전에 참여했던 이스라엘 군인은 "만지는 모든 것이 폭탄일 수 있고, 보이는 모든 이가 테러리스트일 수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150명 정도가 터널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작전 중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하마스 대원은 3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230만 가자지구 주민 속에 섞여 있는 이들을 쪽집게처럼 골라서 공격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지상전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늘면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인의 적대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불순분자를 제거하더라도, 다른 팔레스타인인이 분노하고,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그래서 제2의 하마스가 된다면, 이게 과연 근본적 해결책일 수 있을까."
-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이스라엘은 2014년에도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습니다. 이 때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2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하마스의 기세가 꺾였을 수는 있겠지만, 9년이 지난 지금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해 더 큰 피해를 줄 정도로 부활했습니다.
이스라엘 폭격으로 숨진 이웃의 시신을 옮기는 팔레스타인 주민. 이 중에 누가 하마스 대원인가? 죄없는 이웃의 죽음을 보면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7일 음악축제에 참석했던 이스라엘 남성이 하마스 대원에게 납치되고 있다. 하마스가 SNS에 게시한 동영상 캡처. 화면 왼쪽에는 아랍어로 “우리 대원들이 의무를 다했다”라는 자막이 적혀 있다.


#2. 거점 타격 그리고 협상

두 번째 시나리오는 이스라엘 입장에서 대규모 지상전은 정치적·군사적 부담과 인질 위험이 있는 만큼, 지금처럼 가자지구 거점만 강도 높게 포격·공습하고, 격앙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하마스와 인질을 돌려받기 위한 협상을 벌이는 경우입니다.

강경 대응으로 하마스를 궤멸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의 피해가 커지고, 이스라엘이 '과잉 비례 대응'한다는 정서가 주변의 아랍의 팔레스타인 형제국가들에 퍼지면, 그런 국가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의 안보는 역설적으로 취약해지는 것입니다.

다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의 내부에 상황을 안정시키기보다 위험을 가중하는 선택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는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키우는 것은 이 시나리오의 변수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비상내각을 결성해 첫 회의를 마친 뒤 “모든 하마스 대원은 이제 죽은 사람”이라고 경고했다.


#3. 이스라엘 - 아랍권 전쟁으로 확전

세 번 째 시나리오는 이번 전쟁이 5차 중동전쟁으로 커지는 경우입니다.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국가들과 네 차례 전쟁을 벌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주변국들이 당장 이스라엘과 전쟁을 원하지도 않고, 전쟁을 벌일 여력도 없습니다.

아랍국가가 아닌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한 것으로 의심받는 만큼 이스라엘과 이란이 맞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있지만, 국경을 접하고 있지도 않아 5차 중동전쟁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집단이나 친이란 세력이 이스라엘을 도발하고, 저강도 분쟁으로 시작해 규모가 커지면서 일정 정도의 확전은 가능할 수 있다고,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12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남부 라파 난민촌에서 부상자를 대피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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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흠 기자 (hm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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