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호주·뉴질랜드가 거부한 '비지트 사우디'와 후원 계약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을 앞두고 개최국 호주·뉴질랜드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 브랜드 '비지트 사우디'(Visit Saudi)가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후원사로 나선다.
AFC는 홈페이지를 통해 비지트 사우디와 2024년 12월까지 공식 후원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AFC는 "(이번 계약을 통해) 우리는 수 백만명의 아시아 축구 팬에게 사우디를 홍보할 세계 최고 수준의 플랫폼을 비지트 사우디에 제공할 것"이라며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이 그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파트너십에는 2023 아시안컵뿐 아니라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AFC 여자 올림픽 예선, U-17 여자 아시안컵, 풋살 아시안컵 등 AFC 산하 주요 국가대항전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2023 AFC 아시안컵은 원래 7월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개최지가 카타르로 변경되면서 시기도 2024년 1∼2월로 미뤄졌다.
다토 윈저 존 AFC 사무총장은 계약 체결을 반기면서 "아시아 축구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 비지트 사우디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앞서 비지트 사우디는 지난 7∼8월 열린 여자 월드컵을 앞두고 FIFA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회 개최국 호주와 뉴질랜드가 거세게 반발한 일로 전 세계 축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월 영국 일간 가디언과 디애슬레틱은 비지트 사우디가 여자 월드컵에서 아디다스, 코카콜라, 비자 등 브랜드와 함께 가장 높은 등급인 파트너십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FIFA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자 호주와 뉴질랜드는 비지트 사우디와 파트너십이 자국의 '비전'과 맞지 않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날을 세웠다.
두 나라가 사우디와의 스폰서 계약을 반대했던 건 사우디가 대표적인 여성 인권 탄압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은 결혼하거나 감옥에서 풀려날 때 등 여러 상황마다 남성 보호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차별이 여전하다.
사우디는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려 각종 스포츠 이벤트에 대거 투자해 '스포츠워싱'을 시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편 비지트 사우디는 '아프리카판 슈퍼리그'인 '아프리카축구리그'(African Football League·AFL)의 메인 스폰서로도 나선다.
이달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AFL은 빅클럽들의 최상위 축구 대회 유러피언슈퍼리그(ESL)를 본뜬 대회다.
'원조'인 ESL은 '부자 구단들을 위한 축제'라는 축구계 안팎의 반대에 좌초됐지만,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의 퍼트리스 모체페 회장은 아프리카 축구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이 대회에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손꼽히는 강호 8개 팀이 출전한다.
CAF와 비지트 사우디의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는 최근 아프리카 축구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사우디의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는 게 중론이다.
사우디는 알아흘리(이집트)와 USM 알제(알제리)의 2023 CAF 슈퍼컵도 지난달 자국의 킹 파흐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개최했다.
슈퍼컵 유치를 포함해 사우디축구협회가 CAF와 기간 5년의 업무 협약을 맺은 상태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사우디는 2034 FIFA 월드컵 유치전에서도 가장 앞서가고 있다.
사우디는 이미 월드컵 개최 의향서까지 FIFA에 제출했다.
지난 10일 사우디축구협회는 의향서 제출을 알리며 70개 이상 FIFA 회원국이 동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들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FIFA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는 54곳이다.
월드컵 유치에는 시설 요건도 중요하다. 2034년 월드컵에는 조별 리그를 벌일 최소 4만석 규모의 경기장이 최소 14개는 요구된다. 이중 최소 7개는 기존에 건설된 경기장이어야 한다.
2027 AFC 아시안컵 축구 개최를 준비하는 사우디는 이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적어도 7개 경기장은 이미 만들었고 나머지는 짓고 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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