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보궐 참패에도 레임덕은 ‘글쎄요’

2023. 10. 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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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은 ‘용산의 패배’ 가리키고 있지만
내년 총선, 양측 다 중도층 포섭 쉽잖아

“빌라를!”, “아파트로!”

“김태우가!”,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앞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의문이 들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D-1인 10월 10일 초저녁 강서구 발산역 광장. 사회자가 앞부분을 선창하면 유세에 참여한 국민의힘 당직자들이 뒷부분을 따라 하는 구호다. 그러니까 김태우를 구청장으로 만들어주면 지금 거주하고 있는 빌라를 아파트로 ‘업그레이드’해주겠다는 공약인데, 강서구 빌라에 사는 서민들이 모두 빌라 소유자는 아니지 않은가. 빌라를 재개발해 아파트단지를 만든다고 해서 지금 거주자들이 그대로 아파트로 다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날 열린 국민의힘 ‘파이널’ 유세는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3차 지원 유세와 여러모로 대비됐다. 일단 비슷한 시간대에 열렸지만, 참석자 규모나 참석 시민들의 호응 자체가 달랐다. 국민의힘은 김태우를 찍어달라며 대한노인회 회장을 단상에 올렸다. 반면 민주당 진교훈 후보 측은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용혜인 국회의원과 방송 패널 출연으로 얼굴을 알린 한창민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장이 나와 지지연설을 했다.

D-1 강서구 유세 현장의 대비되는 풍경

전날 민주당 유세에서 하이라이트는 퇴원 길에 유세장을 찾은 이재명 대표의 지원 유세였다. 사회를 맡은 당 홍보위원장 한준호 의원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불을 켜 응원해 달라”고 하자 유세장 인근 건물 창문 밖으로 내다보던 사람들까지 ‘스마트폰 촛불’을 기꺼이 밝히며 호응했다.

선거 이튿날인 10월 12일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 패널로 참석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의 ‘파이널 유세’와 관련한 흥미로운 폭로를 내놓았다. 10월 10일 국민의힘 파이널 유세에서 “수도권의 국민의힘 시·군의원들, 그 사람들한테 빨간 점퍼를 입히지 않고 일반 옷을 입혀 단상 앞에 배치해놓았다”는 것이다. “왜 그랬냐, 관중처럼 보이게 하려 했던 거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는 “젊은이들이 우리 당을 지지한다는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사실일까. 비슷한 주장은 여권 주변에서 나온 바 있다. 이준석 전 당대표는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방송 ‘여의도재건축조합’ 라이브 방송에서 “당대표를 했기 때문에 당에서 보내는 문자를 여럿 받아볼 수 있었는데, 김태우 후보 지지방문을 할 때 평상복을 입고 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청년보좌역, 당 부대변인을 역임한 곽승용씨에게 물었다. “사실일 것이다. 나는 그 문자를 받거나 보지는 못했다. 동원했다는 사람들이 일반 당원들이 아니라 청년 시의원·구의원들이었다는 것 아닌가. 아마 그 친구들에게 문자를 돌렸겠지.” 곽씨에게 당일 유세 사진을 문자로 보내고 재차 확인 요청했다.

“정치행사에 시의원이나 도의원을 동원하는 것은 양당(국민의힘·민주당) 모두 많이 한다. 그런데 보통 그런 자리에 가면 자기 신분을 밝히고 유세 점퍼를 입고 오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번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제가 청년보좌역을 할 때도 웬만하면 양복 입고 오지 말라고 했다.”

-보내준 사진을 보면 낯익은 사람도 있는가.

“한 사람은 확실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화성시에서 당선된 분이다. 또 당 활동을 하며 스쳐지나가면서 낯이 익은 분들이 많다.”

-2021년 4·7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 때 청년지원 유세와는 다른 분위기인가.

“나중에 대변인이 된 사람도 있지만, 그때 연단에 올라간 사람들은 일반 대학생·청년들이었다. 대선 때도 마찬가지로 유세 때 연단에 선 사람들은 당원들도 아닌 일반 청년이었다. 지금은… 일단 청년들이 누가 가서 유세하겠는가. 여론 자체가 대선·지선 때처럼 좋지 않으니까 동원이 안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청년 여론을 보면 국민의힘에 등을 돌린 사람이 많아 보인다.

“대선 때 유행한 말이 ‘그민찍(그래서 민주당 찍을래?)’이라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민찍탈’이라는 신조어가 나온다. ‘민주당 찍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탈출하겠다’는 뜻이다.”

10월 10일 서울 발산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파이널 유세\'에서 강서구 거주하는 30대 청년이라고 밝힌 김경범씨가 김태우 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장성철 공감센터 소장 등은 이날 유세단 앞에 늘어선 청년들은 강서구 거주 청년들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평복을 입혀 동원한 당 소속 수도권 시·구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 연합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나.

“당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니 청년들이 지지해줄 수가 없다. 어떻게 떠난 청년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세대별 출구조사가 나왔다면 청년층 지지율이 끔찍했을 것이다.”

-연령별 투표참가율은 나와도 세대별 정당 투표는 밝힐 데이터가 없다.

“원래부터 강서가 험지였다는 변명을 하는데 왜 험지냐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청년층이 많이 살아서 험지라는 것이다. 불과 1~2년 전인 대선이나 지선 때도 험지였나. 청년층이 많은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았나. 말하자면 몇 개월 만에 험지가 돼버린 것이다.”

“냉정히 말해 용산이 국힘의힘 당 배지(의원)보다 정치상황을 잘 아는 것 같지 않다.” 송현석 넥스트브릿지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민주당 압승’으로 결론 난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이렇게 평했다. “구청장 보궐선거를 전국 선거로 만들어버린 것 자체가 패착 아닌가. 보궐선거의 원인제공자를 특별사면해 재공천하는 ‘막가파식’ 정치가 통할 것이라 생각한 대통령실이 스스로 판 무덤 아닐까.”

결국 양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전국 선거인 양 치른 선거였지만 원인 제공은 ‘판을 키운 대통령실’이라는 것이 송 위원장의 판단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번 보궐선거를 내년 총선에서 핵심 승부처가 될 수도권 민심을 보여주는 바로미터, 가늠자로 이미 규정한 터였다. 그리고 그 결과에서 뚜렷하게 ‘정권심판’ 분노투표라는 양상을 드러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선거 전 주말 이례적으로 높은 사전투표 참가율을 보고 기자가 떠올린 키워드는 ‘레임덕’, ‘용산리스크’ 등이었다. 동시에 떠오른 속담은 이것이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표면적인 패자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다. 하지만 드러난 표심이 가리키는 지표는 용산의 패배다. 그렇지만 적어도 여권의 책임 있는 인사들로부터 책임 인정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훗날 돌이켜보면 ‘아, 그때가 레임덕이었구나’ 하고 무릎을 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레임덕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투표 당일 기자와 통화한 김성회 정치연구소 와이 소장의 말이다. “국정 장악력은 아직 대통령이 가지고 있고, 전 세계적인 정세 불안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내년 총선의 승부처일) 수도권은 국민의힘의 경우 주로 원외위원장 중심이다. 이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낼 상황이 아니다.” 그에 따르면 김기현 당대표에게 책임을 묻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어렵다. “김태우 전 구청장의 공천과정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대로다. 당초 후보를 내지 않으려고 했던 국민의힘 지도부가 용산의 뜻에 따라 입장을 바꾼 것 아닌가. 공천을 한 것은 공관위 등 당 공식기구를 통해서일지는 모르지만,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속앓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기자가 접촉한 대부분의 시사평론·정치전문가들은 “심지어 김태우 공천을 주도한 대통령실조차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 제대로 일을 못 한 당 탓으로 생각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당분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때마침 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 시작되니 ‘이슈를 이슈로 덮는’ 익숙한 방식으로 넘어가려 할 것이다.” 그는 레임덕의 확실한 징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울·경 PK의 지지율이 빠지고 당 안에서 해당 지역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집단으로 나오기 시작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왜 ‘김태우여야만 했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생각을 넘겨 짚어보자면 이렇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김태우는 과거 검찰수사관 때 조국 문제를 건드리고 나온, 말하자면 윤석열 정권의 개국공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다시 한 번 명예회복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 과연 그렇게 될까.

보궐 선거에서 강서구청장 당선이 확실해진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지도부가 10월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선거사무실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김태우 전 구청장의 강서구 선출직 공직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쫓겨난 뒤인 2020년 4·15 총선에 강서을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그때는 재선의원(19대·21대)이 된 진성준 민주당 의원에 밀려 낙선했다. 만약 윤 대통령이 다시 김 전 구청장을 강서 지역 국회의원 후보로 낙점을 찍는다고 해도 종전 도전지역인 강서을 복귀는 어렵다는 것이 지역정치권의 풀이다. 20대 의원을 지낸 강력한 후보인 김성태 전 의원이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강서을 당협위원장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이번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용산리스크’의 실체를 드러냈지만, 아직 레임덕에 이른 것까지는 아니라는 점에 기자가 접촉한 대다수의 선거컨설턴트·정치전문가들은 동의했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레임덕으로 보기 어려운 근거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선 직후나 지금까지 크게 빠진 것은 없다는 점을 든다. “조사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20%대에서 시작해서 가장 높게 올라갔을 때도 40%대 초반에 갇힌 지지율이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로 ‘선거에 미치는 용산리스크’가 표로 확인된 만큼 대통령 부정평가에도 일정 반영되겠지만 집권 초기부터 워낙 압도적인 반대여론과 낮은 부정평가율에 묶여 있어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고 간 만큼 정권 운영에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판을 키운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맞다. 선거에서 중간이 없게 만든 당사자가 맞는 만큼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상대편에서는 당연히 나올 것이다. 보통 상식이나 정치적 경륜이 있으면 보궐결과로 드러난 민심에 대해 말로라도 대국민 사과를 할 텐데 전혀 안 할 것이다. ‘내가 왜 거기까지 책임을 져야 하나. 전국 266개 지자체가 있고 그중 하나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인데 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선거를 말아먹은 것은 후보자 아니냐’는 식일 것이다.”

김행 자진사퇴, 용산·국민의힘 태세전환?

선거 다음날인 10월 12일 오후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후보자 이전에 국민의힘 당원으로 ‘선당후사’의 자세로 후보자직을 자진 사퇴한다”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누가 되어 죄송하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대통령실에 김 후보자의 사퇴를 ‘권고’하겠다는 보도가 나오고 대통령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흘러나온 뒤였다. 선거일 당일,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기자에게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은 김행 자진사퇴 형식의 카드를 재보선 패배 출구전략으로 구사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대로 됐다. 선거 패배 반나절 만에 나온 대응이니 나름 신속한 움직임이다. 그걸로 된 걸까.

이번 보궐선거의 정치적 의미를 두고 선거 전 기자가 접촉한 시사평론·정치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긴 쪽이든 진 쪽이든 태세전환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내년 총선의 승부처는 전체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는 인천·경기·서울을 포괄하는 수도권이 될 수밖에 없는데 어느 쪽이든 기존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수도권 승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기존지지층을 넘어 ‘중도확장전략’으로 총선 모드가 만들어지리라는 예상이었다. 그런데 엄 소장의 평가는 “양쪽 모두 중도층 포섭전략으로 가긴 어렵다”였다. 왜 그럴까. “김행이 정리되면서 재보선 정국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연속된 정치일정이 있다. 국감이 끝나면 예결산 심사가 기다린다. 총선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국정감사에다 내년 선거에 또 뛰어야 하는 의원들로서는 신경쓸 수밖에 없는 예산문제가 있다. 게다가 대통령은 11월, 12월에 또 해외일정이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내분이 터져나와 비대위로 전환하긴 어렵다. 한다고 해도 올해 말 내년 초에나 가능하지만 바로 선대위로 갈 가능성이 더 높다.”

그에 따르면 ‘선거에서 압승한 만큼’ 민주당도 중도층 포섭전략으로 가기 어렵다. “내가 보는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의미는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검찰심판으로 치러진 선거다. 나는 사실 지금이 민주당의 피크(peak·정점)라고 본다. 구속영장 기각 후 만들어진 추석 민심이 이어져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냈는데 앞으로 상황을 봐야 한다. 여전히 거대야당에 대한 견제심리는 살아 있다. 나는 여전히 내년 총선이 정권 심판이 아니라 민주당 심판으로 갈 가능성이 살아 있다고 본다.”(주간경향 1534호 ‘이대남 마음 얻어야 내년 총선 승리한다’ 기사 참조)

반면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시점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궐선거판을 키운 용산의 뜻에 따라 김기현 당대표의 태도가 오락가락한 것은 ‘바지사장’으로서의 숙명”이라며 “반면 정치를 오래해온 국민의힘 중진의 시각에서 윤석열은 실력 없는 점령군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내년 총선 전인 올해 말 정도 시점에 결국 과거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창당을 벤치마킹한 ‘윤석열 신당’으로 이어질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주도의 비대위를 만드는 것이 용산의 의도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D-180, ‘尹 vs 李’ 3차전 될 내년 총선

“결국 내년 총선도 지난 대선과 지선에 이어 ‘윤석열 대 이재명 3차전’으로 치러지리라 전망하지만, 국민의힘이 안고 있는 ‘용산리스크’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민주당 당내 갈등의 성격은 상당히 다르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이재명 당대표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강성지지층을 중심으로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5적 색출’ 주장 등이 나오면서 친명·비명 갈등이 앞으로 고조될 수 있겠지만, 결국 내년 총선 공천문제로 귀결될 민주당 당내 갈등과 나라의 운명이 걸린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난맥상’은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너무 엉망진창이고 무도하니 정권심판 바람이 분 것이다. 야당에서 가결파 색출, 그런 것은 정치 고관여층이나 정치부 기자나 관심을 가지는 사안이지 일반시민·대중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자격자 김행 장관 내정과 김태우의 공천이다. 야당의 밥그릇 싸움이야 맨날 하는 것이지 나라 망할 일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는다. 정권심판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심판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무서움의 발로인 것 같다. 대통령이라는 권한을 얻은 사람이 그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도 멋대로 하는데 입법 권한까지 주면 진짜로 큰일 나지 않겠느냐는 두려움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했을 때도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입법·행정·지방권력을 몰아줬더니 막 가네’ 하는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인데, 지금의 국민 정서를 보면 딱 그때의 정반대 양상인 것 같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윤석열 정권의 5년 임기 전체를 놓고 보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취임 후 1년 5개월이 지난 임기 3분의 1 시점에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패배만을 두고 레임덕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굳이 성격 규정을 한다면 경고성 투표, 민심의 경고를 윤석열 정부가 받은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국민이 투표를 통해 시그널을 줬을 때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점”이라며 “곧 출간될 책에서도 자세히 밝혔지만, 소선구제로 치러질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려면 수도권 의석수의 66%를 가져가야 하는데, 여러 사람의 주장과 달리 나는 내년 총선 유권자 지형 자체가 민주당에 불리한 쪽으로 바뀌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10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로 치러진 선거에서 당시 야권후보가 7% 차로 승리했지만, 다시 5개월 후인 2012년 5월 총선에서 152 대 127석으로 민주당이 참패한 역사적 경험이 보여주듯 재보선에 이겼다고 총선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어느 쪽이든 혁신하면 승리하고, 자만하면 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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