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 담긴 이·팔 전쟁 장면들… ‘전범’ 하마스 규탄 목소리 [뉴스+]

조성민 2023. 10. 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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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민간인 사상자 1만명 넘겨…확전 우려도 커져
전쟁 범죄 드러난 하마스…국제사회 이스라엘 편에
‘균형외교’ 日 포함 G7 재무장관 “하마스 테러 규탄”
할리우드 배우 등 세계 유명 인사들도 하마스 ‘비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 공격을 감행하면서 촉발된 전쟁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12일(현지시간) 양측 사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제사회가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며 중재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지상전 준비’를 선언한 이스라엘은 보복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이날 이스라엘군(IDF)은 지난 7일 반격에 나선 이후 현재까지 폭탄 약 6000발을 가자지구에 투하했다고 밝혔다.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폭격을 맞은 가자지구 남쪽 도시 라파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기다리다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라파=UPI연합뉴스
민간인 학살·납치 등 전쟁 범죄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하마스에 대한 규탄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하마스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비난하는 한편, 이스라엘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다만 서방 주요국들은 보복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 탓에 물밑에서 중재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참상을 담은 사진을 정리해 보도했다. 카메라엔 무고한 민간인들의 삶이 스러지는 장면들이 오롯이 담겼다.

◆민간인 피해 눈덩이처럼 불어

교전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이날 기준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300여명, 부상자는 3200여명으로 집계됐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날 오후 2시 현재 가자지구에서만 어린이 447명과 248명의 여성을 포함해 1417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사망자 31명을 더하면 총 1448명이다. 팔레스타인 측 전체 부상자는 6868명으로 파악됐다. 양쪽을 합하면 사상자 규모가 1만명을 넘긴 셈이다.

이스라엘은 강도 높은 표현으로 보복 의지를 되새기고 있다. 야권 일부와 전시 연정 구성에 합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하마스를 향해 “모두 죽은 목숨”이라고 강조했다. IDF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아직 정치권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하마스를 겨냥한 가자지구 지상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공개 언급했다.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남쪽 도시 라파에서 한 남성이 여자 아이를 안고 대피하고 있다. 라파=신화연합뉴스
더욱이 이스라엘은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북부 도시 알레포의 국제공항을 공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자국 영토로 다수의 박격포가 발사됐다고 밝히고서 이틀이 지난 시점이다. 과거 이스라엘군은 시리아를 지원하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견제하기 위해 종종 시리아를 공습하곤 했으나, 이번 공격은 하마스와 전쟁 와중에 가해졌다는 점에서 중동 전체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을 키우고 있다.

◆전쟁 범죄 드러난 하마스 탓…국제사회 이스라엘 편에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회의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공격을 규탄하며 이스라엘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일본 재무성이 13일 공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 테러 공격을 단호히 비난하며, 이스라엘 국민과 연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G7에 속한 서방 5개국 정상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균형 외교’를 펼친다는 자국 언론의 평가를 받은 일본 정부도 이번에는 하마스 공격을 ‘테러’로 규정했다. 일본이 이번 G7 재무장관 공동성명에 참여하고, 외무상이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과 통화하면서 서방 주요 국가와 보조를 맞추는 쪽으로 어느 정도 방향을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방은 이스라엘의 입장을 두둔하면서도 갈등 봉합을 위한 방안을 궁리하고 나섰다. 이날 이스라엘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면담한 뒤 “하마스의 테러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방어 권리를 미국이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주의 국가와 테러리스트 간 차이를 강조하면서 “민간인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주변국들은 이번 사태에 기름을 부은 하마스의 인질 억류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재에 나서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하마스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튀르키예 정부는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이스라엘인 등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이날 전화 통화를 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를 논의했다.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폭격을 맞은 가자지구 남쪽 도시 라파에서 시민들이 부상자를 구조하고 있다. 라파=UPI연합뉴스
◆세계 유명인사 700여명 하마스 공개 비난

미국 할리우드 배우와 팝스타 등 전 세계 대중문화계의 유명 인사들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민간인 납치·살해 등 잔혹 행위를 저지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날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연예계의 주요 인사들이 비영리단체 ‘평화를 위한 창조적 공동체’를 통해 하마스의 ‘야만적 행위’를 비난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에는 영화 ‘원더우먼’의 여주인공인 이스라엘 출신 할리우드 배우 갤 가돗, 올해 아카데미 무대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제이미 리 커티스를 비롯해 크리스 파인, 마이엄 비알릭, 마이클 더글러스 등 영화와 TV의 유명 배우 등 7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이들은 “하마스가 무고한 남성, 여성, 아이들을 살해했다. 아기와 노인들을 납치·살해했다”며 “이는 테러이자 사악한 행위로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배우 갤 가돗 인스타그램 캡처
이들은 연예계 종사자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당부했다. 또한 동료들에게 “테러 조직이 무고한 인질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게 힘닿는 데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대중문화계의 이같은 집단 규탄은 처음으로, 유명 인사들은 개인적으로도 소셜미디어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팝스타 마돈나는 인스타그램에 하마스의 폭력 행위를 담은 영상을 올리며 “(이스라엘인의) 가족들이, 특히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쫓기며 공격받고 살해당하는 것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적었다. 마돈나는 “갈등은 결코 폭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불행히도 인류는 이 보편적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한 적도 없다. 우리는 증오로 황폐해진 세계에 산다”고 한탄했다. 
미국의 팝스타 마돈나.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계로 미국의 유명 패션모델인 기기 하디드는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에 대한 지지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도 “무고한 사람에게 테러를 가하는 것은 이 운동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하마스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하마스의 이번 공격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U2는 지난 8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하마스의 공격으로 희생된 이스라엘 축제 참가자들을 기리는 내용으로 히트곡 ‘프라이드(인 더 네임 오브 러브)’를 개사해 불렀다. 2017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유명 배우 비올라 데이비스는 “하마스의 공격 희생자들에게 연민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스라엘인을 비인간화하는 이 무장단체의 선전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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