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여권 우위’로 재편한 KBS 이사회, 이사진 교체부터 속전속결로 공영방송 사장 교체까지

남지원 기자 2023. 10. 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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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가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제26대 사장으로 임명 제청한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야권 이사들이 사장 제청 무효와 서기석 이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재권, 류일형, 이상요, 김찬태 이사. 조태형 기자

지난 7월12일 야권 성향 이사의 해임 조치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권의 공영방송 KBS 장악은 3개월 만에 KBS 사장 교체로 일단 마무리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는 잇따라 야권 성향 이사들을 해임하고, 여권 성향 이사들을 빠르게 임명하는 방식으로 KBS 이사회를 ‘여권 우위’로 재편했다. 13일 KBS 이사회가 신임 사장 후보자로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임명 제청한 것은 이렇게 여권 우위로 재편해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방통위는 우선 지난 7월12일 야권 추천 이사인 윤석년 전 이사를 해임했다. 이어 8월14일에는 법인카드 사용 논란, KBS 관리감독 해태 등을 이유로 남영진 전 이사장을 해임하고 이들의 빈자리에 여권 추천 서기석 이사장과 황근 이사를 차례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여야 4대 7 구도였던 KBS 이사회는 여6 대 야5의 구도로 재편됐다.

다수를 점하게 된 여권 이사들은 지난 8월28일 긴급 안건으로 김의철 전 KBS 사장 해임안을 상정했고, 지난달 12일 불과 2주 만에 해임 의결을 마쳤다. 이사회는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악화와 리더십 상실,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신뢰 추락 등을 해임 사유로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안을 당일 재가했다.

KBS 이사회는 새 사장 공모 절차도 서둘러 진행했다. 지난달 21일 사장 공모를 시작해 단 4일간 지원서를 받았고, 지난달 27일 후보를 3명으로 압축했다. 당초 여권 성향 이사진은 지난 4일 사장 최종 후보자를 윤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계획이었지만 여권 성향 이사진 내 반발로 인해 내홍이 일기도 했다.

당초 여권 이사들은 지난 4일 사장 후보를 정하기 위한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6일쯤 이사회를 속개해 결선 투표를 치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권 성향 김종민 이사가 사의를 밝히면서 계획이 어그려졌다. 이사회 여야 구도가 6 대 5에서 5 대 5로 바뀌면서 여권 우위 구도가 무너진 것이다.

KBS 이사회를 다시 여권 우위로 구도를 만들기 위해 방통위는 KBS 이사회에 결원이 생긴 지 6일 만인 지난 11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63)를 KBS 보궐이사로 선임했다. 방송법은 이사의 결원이 생겼을 때 30일 이내에 보궐 이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기자는 여러 차례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로, 2020년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KBS 보궐이사 후보에 올랐지만 다수 방통위원의 반대로 낙마한 바 있다.

여6 대 야5의 구도가 만들어지자 여권 이사들은 야권 이사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이날 임명 제청 절차를 강행했다. 야권 이사들은 지난 4일 사장 후보자 면접 시작 전 이사회에서 ‘특정 후보자가 과반이 나오지 않고 동수가 나올 때는 3번까지 다시 표결한 뒤 과반 후보자가 나오지 않으면 재공모를 하기로 합의’한 것을 어긴 채 투표가 진행됐기 때문에 이번 임명 제청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사장 교체를 통한 KBS 장악이라는 목표를 일단 달성하긴 했지만, 내홍으로 인해 사장 선임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탓에 절차상 문제로 인한 법적 다툼이라는 불씨를 남겨놓게 된 셈이다. 앞서 이사회가 합의한 규칙을 지키려면 KBS 차기 사장은 재공모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정부는 KBS와 함께 MBC 사장 교체도 추진해왔지만 법원 결정으로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방통위는 지난 8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하고 김성근 전 MBC 방송인프라본부장을 보궐이사로 임명해 기존 야권 우위 구도를 여권 우위로 재편하려 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가 지난달 11일 권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효력정지신청을 인용하고 보궐이사 임명 처분의 효력도 정지하면서 이사회 재편 시도가 무산됐다. 만일 권 이사장이 기존 임기인 내년 8월까지 이사장직을 유지한다면 방문진 이사회 내 여야 구도는 야권 우위 상태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여권 성향 이사들이 단독으로 MBC 사장을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방통위가 지난달 18일 야권 성향인 김기중 전 이사를 추가로 해임하면서 현재 방문진 이사회의 여야 구도는 3대 5로 이뤄져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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