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야식이 식은 이유?…배민앱 ‘기본순’의 비밀

황경주 2023. 10. 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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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근처 '맛집' 찾을 때, 배달 앱만큼 편한 게 없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배달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배달 앱 종류도 쏠쏠한 할인 혜택도 많아졌죠.

국내 배달 앱 시장의 절대 강자는 여전히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으로 표시)입니다. 지난 1월~5월 사용률을 보면, 배민 72%, 요기요 46%, 쿠팡이츠 32% 순입니다(출처 :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야식이 땡겨 배민 앱을 켭니다. '배달' 탭에서 '야식'을 클릭하니, 가게들이 '기본순'으로 주루룩 뜹니다.

중복된 음식점도 여러 곳입니다. 그런데 대체 기준이 뭘까요? 어쨌든 '다 근처 가게겠지' 싶어 시켰는데, 생각보다 멀리 떨어진 곳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유, 배민의 특별한 광고 서비스 '깃발(울트라콜)' 때문입니다.

■ 배민 '깃발', 이렇게 꽂는다

배달의 민족은 '깃발'을 이렇게 팝니다. A가게 업주는 한 달에 8만 원짜리 깃발 1개를 배민에서 삽니다(수수료 포함 88,000원).

먼저 가게의 배달 범위가 설정된 지도를 켜고, 깃발을 가게 주소지 반경 7km 이내 원하는 곳에 꽂습니다.

이렇게 하면 7km 범위 안에서 깃발 반경 4km까지 가게 노출 범위가 늘어나고, 그 만큼 주문이 늘어날 거라고 기대할 수 있겠죠.


소비자 입장에선 어떨까요? 소비자가 보는 배민 앱 '기본순'은 정확히 말하면 '깃발 순' 입니다.

실제 가게 위치가 아니라, 우리 집에서 가까운 깃발 순서대로 나열됩니다.

가까운 곳을 보고 싶으면 다시 '거리순'으로 정렬해야 합니다.

또 각각의 깃발마다 다른 가게로 인식돼, 깃발 개수만큼 중복으로 노출됩니다. 위에서 본 가게가 계속 뜨는 이유입니다.

배민 측은 '깃발'이 업주는 광고 효과를 누리고 소비자는 선택권을 넓히는 서비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업주의 깃발 '출혈'은 심해지고 소비자는 불편한데, 배민만 '앉아서' 돈을 번다는 지적도 동시에 받습니다.

■ 배민, '깃발' 매출만 월 580억 ↑

그렇다면 배민은 '깃발'로 얼마나 벌까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의원실과 함께 배민의 '깃발' 매출을 파악해 봤습니다.

올해 8월 기준, 배민 이용 업주의 약 70% (22만 명)가 깃발을 사용하고 있었고, 1명 당 평균 3.3개를 꽂는 거로 파악됐습니다. 8월 한 달 동안 배민이 번 깃발 매출이 58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됩니다.


배민이 남다른 광고 서비스로 매출을 크게 올리는 동안, '우아한형제들'의 실적도 개선됐습니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이익은 약 4,241억 원(이익률 14%)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깃발' 같은 정액제 광고 상품이 없는 경쟁사 '요기요'가 적자(-1,100억 원)를 면치 못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 "주문 있어야 수수료도 있다"더니…'깃발 제한' 6일 만에 백지화

문제는 배민 측도 '깃발'이 소상공인들의 과당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0년 '깃발' 폐해를 없애고 소상공인과 상생하겠다며 새 수수료 체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깃발 개수를 가게당 3개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김범준 당시 대표는 "주문이 성사돼 업주에게 이익이 생길 때, 플랫폼에도 매출이 일어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개편 취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몇 달에 걸쳐 만든 새 수수료 체계는 시행 엿새 만에 폐기됐습니다.

깃발 광고를 많이 하던 업주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크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무제한 깃발 꽂기'로 돌아갈 당시, 배민 측은 입장문을 내고 "불공정한 깃발 꽂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바뀐 것은 없습니다.

배민 측은 어떤 점을 개선했고 노력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깃발'은 전단지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광고 효과를 내, 사장님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답변해왔습니다.

12일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우아한형제들' 함윤식 대표(왼쪽)에게 민주당 김성환 의원(오른쪽)이 '깃발'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 국감에서도 제기된 '깃발' 광고 문제...중기부 "방안 고민할 것"

12일 열린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서도 '깃발' 과당 경쟁에 대한 질의가 나왔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깃발' 범위를 7km로 제한하고 있다"면서도, "우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상생을 노력하라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배민의 '깃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감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생산능력이 정해져 있는데, 깃발이 단순히 가게를 알리는 것을 넘어 수수료가 동반된다면 과당경쟁이고 수익은 늘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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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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