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현금지원 OECD 3분의 1...“8~17세 아동수당·부모보험 필요”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3. 10. 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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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신생아실 <한주형기자>[매경DB]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양육비용을 직접 경감시키는 현금 지급성 저출산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국회 연구기관의 제안이 나왔다. 현재 한국 저출산 정책은 들이는 예산에 비해 체감도가 낮고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13일 국회 입법예정처는 국회 예산정책처, 미래연구원과 공동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초저출산 장기지속 시대의 인구위기 대응 방향’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의 제1~4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들을 평가하고 개선방향을 도출한 것이다.

입법처 “저출산 기본계획 추상적·간접적...韓 가족지원예산 현금정책 OECD 3분의 1”
보고서는 2005년부터 5년 단위로 세워진 저출산 기본계획이 시간이 지날수록 목표와 방향, 대응 범주에서 확대를 거듭했다고 지적했다. 당초엔 출산율을 높이는 양육지원이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전반적 복지서비스, 나아가 사회정책 전반과 구분이 어려울만큼의 만기친람식 목표와 세부과제로 변질됐다는 뜻이다. 지난 2020년 수립된 제4차 기본계획의 목표와 정책대상이 대표적이다. 제4차 기본계획의 목표중엔 ‘삶의 질’, ‘성평등·공정’ 등 간접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삼다보니 저출산 정책임에도 가족, 청년을 포함 모든 개인이 정책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삶의 질 제고’는 모든 사회정책의 추진 방향”이라며 “국가의 사회정책이 국민의 삶의 질 제고를 지향하지 않는 경우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예산은 불어났지만 부모들의 양육부담을 줄여주는 가족지원 분야 예산은 답보중이란 비판도 있었다. 2021년 중앙부처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46조6846억원으로 그 해 국내총생산(GDP)의 2.25% 규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가족지원 공공지출 비중인 2.29%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실상은 전체 46조원의 절반 수준인 22조9833억원은 신혼부부와 청년 주택융자지원금액일뿐 아이 양육지원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

특히 가족지원 예산중 육아휴직급여, 아동수당 등 현금 지급 정책의 비중은 2019년 기준 GDP의 0.32%에 불과해 OECD 평균(1.12%)의 3분의1 수준이다. 보고서는 “저출산 예산 증가는 줄곧 과대 계상(평가)됐으며 해외와 비교 가능한 기족지원 지출 비중 지표에서는 여전히 작고 그마저도 (현금이 아닌) 서비스에 편중됐다”며 “예산 증가가 정책 수요자들이 체감할만한 가족지원 증가로 이어질 수 없었다”고 했다.

아동수당·근로시간 축소 등 핵심 정책 후퇴·지체...“체감도 높은 저출산 정책과 목표 수립해야”
한국 분기별 출산율 및 OECD 주요국 출산율
예산 구성이 이러다보니 핵심적인 가족지원 정책은 확대되기는 커녕 오히려 후퇴하거나 정체되고 있다. 아동수당이 대표적이다. 영유아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2018년 도입당시 소득하위 90% 가정의 0~5세 아동에게만 지급했다가 개정을 거쳐 모든 7세 이하 아동에게 지급되고 있다. 문제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며 여전히 지원범위가 협소하고 금액도 크지 않다. 스웨덴은 16세 이하 아동마다 각각 월 1250크로나(약24만원)를 지급하고, 영국도 16세 이하 아동에게 주당 약 22파운드(약3만6000원)을 준다. 학생이거나 직업훈련을 받는 아이가 있는 가정은 아이가 20세가 될때까지 수당을 받는다. 독일과 캐나다 역시 18세 이하 아이가 있는 가정에 수당을 지급하고, 이웃인 일본 역시 아이가 중학생이 될때까지는 양육비를 정부가 일부 보전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한국은) 현금급여 확대를 아동의 성장기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영유아에 대한 단기 지원책들을 추가하는데 머무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육아 병행을 막는 대표적 요인중 하나인 장시간 근로 축소 정책도 후퇴됐다고 봤다. 보고서는 “근로시간 개혁은 일가정 양립 곤란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40시간 근로제 등이 추진됐다가 제4차 기본계획에선 오히려 52시간제 안착으로 후퇴했다”며 “한국 사회의 과도한 일생활 불균형을 해소하고 자녀의 양육과 돌봄에 필수적인 가족시간을 확대하지 못했다‘고 했다.

보고서는 향후 저출산 정책이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핵심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8~17세 아동에 대한 수당지급, 일과 육아병행을 위해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에게 금전 지원을 하는 부모보험을 도입하는 것을 제안했다. 가족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주 40시간, 일 8시간 초과 금지‘의 법정 근로시간 준수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저출산 정책의 목표와 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기본계획의 목표를 ’혼인율 유지·상향 및 출산 선택 확대‘와 같이 명료하게 제시하고, 정책 대상을 ’모든 청년‘이 아닌 ’결혼 및 출산 선택 의사가 있는 청년‘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 정책 대상을 결혼·출산이 ’선택‘이라는 전제하에서 제한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결혼·출산에 대한 장려나 권고는 설득력도 실효성도 갖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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