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쇄신 놓고 장고… ‘강서 패배’ 타개책 찾을까
김기현 대표, 최고위원과 개별 면담 진행… “당 체질 개선이 핵심 과제”
전문가들“金 사퇴나 유승민·이준석 영입 등 획기적 방안 아니다? 내년 총선도 ‘참패’할 것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당 쇄신을 위해 고심하는 모양새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 사퇴론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전환론 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발표하고자 했던 혁신위원회와 인재영입위원회 발족 등의 일정을 취소했다. 당 쇄신안을 놓고 지도부 차원에서 장고(長考)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국민 눈높이 수준의 강도 높은 쇄신안이 아닌 이상 내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은 ‘참패’ 결과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결과를 놓고 당 혁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처음 기획한 혁신안은 모두 발표되지도 못한 채 ‘올 스톱’된 상태다.
당초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혁신위원회 격인 미래비전특별위원회와 인재영입위원회를 발족하고 총선기획단이 조기 출범하는 등 이른바 ‘당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때 혁신위원장에 김기현 대표가 맡고 인재영입위원장에 권영세 의원이 거론되는 등의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지도부 퇴진’보다 쇄신에 방점을 찍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해당 계획은 전날 밤 갑자기 수정되면서 김기현 대표와 최고위원 간 비공개 일대일 면담이 진행됐다. 면담을 모두 마친 김 대표는 ‘당 체질 개선’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민심의 변화에 대해 우리 당을 어떻게 체질을 개선해서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 것인지가 핵심 과제”라며 “(쇄신안 발표까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 제기된 ‘지명직 당직자 사퇴론’과 같은 ‘지도부 책임론’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최고위원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도부 사퇴론’에 대해서는 ▲고강도 쇄신 및 변화 총력전 ▲인적 쇄신보다는 당의 약점 보완 방안 마련 등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전날 일부 지도부 인사들은 김 대표에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 방안으로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쇄신안에 압박을 넣는 분위기도 포착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얼굴 전체를 바꾸는 성형 수술을 해야지, 분 바르고 화장한다고 해서 그 얼굴이 달라지겠나. 근본적인 당정 쇄신없이 총선 돌파가 되겠나”라며 “이러면 내년 총선은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일명 ‘혁신’ 또는 ‘쇄신’이라는 단어로 타개책을 찾고자 하지만, ‘김기현 지도부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의 쇄신은 내년 총선에서 절대 돌파구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전망한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연관성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만큼 그 고리를 끊어낸 쇄신안이 아닌 이상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는 결국 윤석열 정권의 국정 운영에 대한 강서구민들의 경고다. 윤 대통령이 특별사면한 김태우 전 구청장을 국민의힘에서 후보로 내세운 것에 대한 부정 평가가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며 “국민들에겐 윤 대통령과 김기현 지도부는 한 세트로 인식된다. 결국 지도부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대표가 지도부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선당후사 격으로 혹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기 위해 수도권 출마를 하겠다 정도의 파격적인 방안이 아닌 이상 내년 총선 때까지 국민들의 마음은 강서구민들과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은데, 윤 대통령과 한 몸으로 인식되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바닥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에 있다”며 “국민의힘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인식 혹은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지 못하는 이상 돌파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 등 윤석열 대통령과 맞닿아 있지 않는 보수 정치인들을 당 안으로 데려와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등 당이 획기적으로 변했다는 신호를 주는 정도의 쇄신안이 아니라면 말뿐인 혁신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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