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소멸과 의료인프라
아무리 길어도 짧은 연휴가 끝났다. 오랜만에 연천군을 방문하신 귀향객과 관광객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연천군의 많은 공직자가 연휴도 반납하고 근무에 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결과 무탈하게 지나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긴 연휴 기간 동안 필자의 가장 큰 바람은 우리 연천군을 방문한 귀향객과 관광객들이 아프지 않고 무탈하게 귀가하시는 것이었다. 중앙정부 경기도, 그리고 우리 연천군도 최선을 다하고 있기는 하지만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우리의 열악한 의료인프라로는 완벽히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연천군의 의료기관 현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려 한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은 연천군이 직접 운영하는 연천군보건의료원과 이용자가 제한되는 요양병원 하나 뿐이며, 그 외 32개 의료기관은 모두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그리고 2022년 기준으로 인구 천명당 의료기관 종사 의사 수는 전국 3.2명이고, 서울은 4.8명, 경기도는 2.6명인 반면, 우리 연천군은 1.7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인구는 4만이 조금 넘지만 면적은 서울특별시보다도 더 넓어 실질적 의료접근성은 더 떨어진다고 하겠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자치구가 아닌 서울특별시 전체에 병원이 34개만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정도 감이 올 것이다.
1989년 1월 연천군 보건소에서 보건의료원으로 전환된 이래 30년 이상 우리 연천군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연천군보건의료원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고자 한다. 연천군 내 실질적으로 유일한 병원급 의료기관인 연천군보건의료원은 현재 응급실과 10개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의료원의 연간 예산은 약 87억으로 운영비 수입을 제외하면 필요한 금액은 약 60억이고 이중 77%에 해당하는 46억원 가량을 순수 군비로 조달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재정자립도가 15.05%에 불과한 연천군의 입장에서 순수 군비만 연간 46억 이상 소요되는 보건의료원 운영은 여간 부담이 아니다. 물론 중앙정부와 경기도에서 일부를 지원을 받아 겨우겨우 운영은 하고 있지만 이는 "동족방뇨", "하석상대"에 불과하다. 한해 한해 연천군의 미래 먹거리 창출 사업들의 예산을 삭감하여 마련한 경비로 연천군보건의료원을 운영하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없으면 연천군민과 연천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에 큰 공백이 생길 뿐만 아니라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어 군민의 생명권이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미래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연천군민 또한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렇게 미래를 포기하면서까지 노력을 해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집에서 몇 걸음만 나가면 병원이 즐비한 경기도의 많은 지자체와 달리 연천군은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영유아 부모의 상당수는 이 곳을 떠나 충분한 의료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기도 한다. 이러한 의료인프라로는 관내 거주 중인 젊은 부부에게 출산은커녕 살아달라고 읍소하기에도 궁색할 지경이다. 그 결과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인 지방소멸위험지수는 0.31까지 낮아졌고,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중앙정부와 경기도에 건의한다. 의료사각지대의 해소는 소멸위기에 놓인 기초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를 강화하면 미래 먹거리 준비와 같은 사업 추진이 어렵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면 현재의 의료체계가 부실화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 현재의 연천군이다. 비단 연천군 뿐만이 아니라 소멸위기에 놓이거나 놓일 지방자치단체라면 이러한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진정으로 지방소멸을 막고자 한다면 적어도 의료문제만큼은 국가와 광역이 책임지고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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