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파일’ 관여 의심 투자사 임원, 1심서 징역형 집행유예

김혜리 기자 2023. 10. 1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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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 2월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여한 인물로 이른바 ‘김건희 파일’ 작성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투자자문사 임원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는 1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임원 민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함께 조직적으로 다수의 계좌를 동원해 2년 넘게 도이치모터스 주가 시세를 조종한 범행을 저질러 그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또 “권 전 회장과 ‘주포(주가조작 선수)’ 사이에서 연락을 전담하는 역할을 맡은 점, 본인 계좌로 직접 주문을 한 점,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한 점도 불리한 사정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시세조종 중 주가가 상승한 기간이 있긴 하나, 피고인·공범이 그로 인해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민씨는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권 전 회장·증권사 임직원 등과 공모해 91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민씨가 주가조작으로 107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지난 8월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 벌금 50억원을 재판부에 구형했다.

민씨는 이른바 ‘김건희 파일’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 인물이다. ‘김건희 파일’은 김건희 여사 명의 증권 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매각 주식 수량 등이 적혀 있는 엑셀 파일로, 2011년 1월13일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파일을 민씨가 속한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압수한 노트북에서 발견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미국으로 출국한 민씨는 1년 넘게 해외에 체류하다 지난해 11월 귀국해 체포됐다. 민씨는 지난해 12월 권 전 회장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건희) 파일이 작성된 경위를 모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을 선고하면서 김건희 여사와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를 수차례 언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블랙펄 인베스트먼트는 김건희 명의 계좌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과 공범들이 해당 계좌를 시세조종에 활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김 여사와 최씨 명의의 계좌로 이뤄진 주식 거래에 대해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직접적인 합의가 있었다거나 인위적으로 시세를 상승시키려고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계좌를 통한 시세 조종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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