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속 부산영화제 무사히 폐막
사건사고 없어 “영화 본질에 충실한 결과”
OTT 작품 화제…송강호·주윤발·존 조 인기
새 조직 구성·영화계 침체 극복 과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흘 간 축제의 막을 13일 내린다. 집행부 공석, 예산 축소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행사는 큰 사고 없이 치러졌다.
이번 영화제는 인사 잡음과 성추행 논란 등 내홍으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운영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초유의 사태 속에서 열렸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와 강승아 부집행위원장이 각각 집행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으로 나섰으나 영화제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기우였다. 영화제는 상영 중단이나 취소, 특정 영화를 둘러싼 갈등 같은 사건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영화제 측은 ‘영화제의 본질에 집중해 이뤄낸 성공적인 개최’라고 자평했다.
조직위는 “축소된 예산으로 인해 우려가 많았지만 28년 간 지속해 온 부산국제영화제의 저력으로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며 “좋은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영화제의 본질에 다시 한 번 집중하는 한 해가 됐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제는 예년과 비교해 축소된 규모로 치러졌다. 올해 공식 초청작은 69개국 209편으로 지난해(71개국 354편)보다 33편 줄었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 숫자 역시 14만2432명으로 지난해(16만1145명)보다 2만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좌석 점유율은 82%로 지난해(74%)보다 높아졌다. 영화제 측은 “가득 찬 상영관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 “총 209편의 공식 선정작 중 294회차가 매진됐다”고 설명했다. 18회를 맞은 ‘아시아콘텐츠 앤 필름마켓’에는 49개국에서 2479명이 몰리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외 스타들의 참석 역시 영화제를 빛냈다. 공석인 집행부를 대신해 구원투수를 자처한 ‘올해의 호스트’ 송강호에 이어 중화권 스타인 저우룬파(주윤발)와 판빙빙, 일본의 스타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하마구치 류스케, 프랑스 감독 뤽 베송 등 수많은 영화인이 부산에서 관객을 만났다. 영화제를 찾은 게스트는 지난해(7542명)보다 늘어난 7772명이었다.
특별전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 영화인들의 활약을 조명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배우 존 조와 스티븐 연,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을 처음 한 자리에 모으며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한국 화제작을 처음 선보이는 ‘한국 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 부문의 초청작 3편 중 2편(<독전2>, <발레리나>)이 넷플릭스 영화다. OTT시리즈를 선보이는 ‘온스크린 부문’에서는 티빙의 <러닝메이트>·<운수 오진 날>·<LTNS>, 디즈니플러스의 <비질란테>, 웨이브의 <거래> 등 5편이 상영됐다. OTT 작품들은 축제 기간 영화의 전당 주변을 현수막이나 버스 광고로 물들이며 열띤 홍보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계는 ‘조용했다’. 대형 투자배급사들은 매년 영화제 기간 대규모 파티를 열며 곧 개봉할 신작 홍보를 해왔으나 올해 행사를 연 것은 CJ ENM 뿐이었다. 잇딴 흥행 실패로 움츠러든 한국 영화계의 위기감을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다.
무사히 고비를 넘긴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과제를 안고 있다. 내홍에서 벗어나 조직 구성을 새롭게 해야 한다. 예산 문제도 있다. 지난달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제 지원을 절반으로 삭감한 내용의 내년도 예산을 발표했다.
남동철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모든 이들이 K콘텐츠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면서도 영화 업계에 더 좋은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덜 하는 것 같다”며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오후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리는 폐막식과 폐막작 <영화의 황제>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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