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제작진은 천재로 불리는 정종연 PD에게 이런 걸 배워라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3. 10. 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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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준빈부터 서동주까지 ‘데블스 플랜’으로 새롭게 다가온 인물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화제작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이 막을 내렸다. 정종연 PD의 전작에 비해 긴장감이 덜해서, 편집이 느슨해서 실망했다는 의견이 있다는데 각자의 취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평가가 다르지 않을까? 나로서는 <더 지니어스>를 보며 질색했던 부분들, 이를테면 절도와 같은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식으로 보완,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게 반가웠다. 남녀 비율이 6 대 6인 것도, 팽팽한 접전을 벌인 것도 좋았고.

한때 <문제적 남자>를 열심히 봤지만 풀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풀이를 해줘도 이해가 안 됐다. 이번 <데블스 플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따라서 수준이 높다, 낮다, 편집을 잘 했다, 느슨하다, 거론할 깜냥이 못 된다. 그럼에도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게임을 떠나 삶의, 사람의 관계의 축소판이라는 점에서 공부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데블스 플랜>의 최고 장점은 '저 사람 TV에서 자주 봤던 사람인데? 그런데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네?' 하게 된다는 것. 그것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화제성을 위해 출연자를 먹잇감으로 던지는 제작진이 허다하지 않나. 그 좋은 예가 <나는 솔로>다. <데블스 플랜>에는 희생양은커녕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 인물들이 많았다. 우선 곽튜브 곽준빈,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왕따 당했던 사연을 털어 놓으면서 울먹였던, tvN <부산 촌놈 in 시드니>에서 일머리 없고 답답한 면면을 드러내 사람 속 터지게 만들던 그 사람이 아니지 뭔가. 단호할 땐 단호하고, 사과해야 할 때를, 물러서야 할 적시를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나는 누구든 배신할 거야, 거짓말 할 거야' 떠들고 다녀도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았다.

또 '세븐틴'의 부승관, 방송에서 자주 봤는데 이런 매력이 있는 줄 까맣게 몰랐다. 순수하고 착하고 신의가 있고, 그러면서 소신도 분명하고. 망할 때 망하더라도 그릇 된 길은 절대 가지 않을, 12명 중에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이다. 그의 예능 활동은 <데블스 플랜>을 기점으로 달라질 게다. 이시원도 그렇다. 그가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던 게, '저 배우 누구지?' 했던 게 2018년 작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주인공 현빈 씨의 전처로 나왔을 때다. 이 드라마를 통해 이학주, 조현철, 이재욱이 얼굴을 알렸고 지금은 셋 다 입지가 완연히 달라졌다. 반면 이시원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아쉬웠는데 <데블스 플랜>에서는 매 순간 반짝반짝 빛이 났다. 눈빛, 손동작, 눈물, 격정적인 포옹, 탈락이 결정된 후 망연자실한 표정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다 좋았다. 앞으로 딱 이런 배역을 맡길 바란다.

tvN <문제적 남자>며 <혼술남녀>를 비롯한 여러 드라마들, 방송에서 숱하게 봐서 남 같지 않아진 하석진. 그러나 이렇게 강단 있고 자제력 있고 진취적이었어? 처음 알았다. 스스로 세월이 흐르면서, 연륜이 쌓이면서 단단해진 것 같다고 했다. 집착하는 거 같지 않으면서 신의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실속 있는 현명한 스타일. 그리고 박경림, 오프닝에 이런 말이 나왔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데블스 플랜'에 초대되었습니다. '데블스 플랜'은 당신의 인성과 인생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오직 승리를 위해서만 플레이하십시오." 하지만 실제로는 시청자는 리플레이까지 해가면서 언행 하나하나를 평가를 하기 마련이다. 중간에 출연자들끼리 서로 감정이 격해진 순간이 있었는데 박경림이 스치듯이 '나중에 방송 보면 내가 저랬구나, 하겠지?' 하며 출연자들을 각성 시킨다. <데블스 플랜>이 가면을 벗어던지라고 권하지만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가면은 남겨두라고 일깨워주는 거다. <더 지니어스>나 MBC <피의 게임>에서는 싸움을 붙이고 이간질을 하고, 편을 가르는 인물이 부지기수였는데 이번에는 말리고, 달래고, 격려하는 인물이 있다는 거, 확실한 차별점이었다.

<데블스 플랜>의 최대 수혜자는 서동주지 싶다. 누구누구의 딸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의 모친이 딸의 미래를 염두에 둔다면, 걱정한다면 더 이상 딸과 동반 출연은 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덕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부모의 꼬리표를 한시라도 빨리 떼어내야 하는 사람도 있는 법. 서동주는 아마 <데블스 플랜>을 기점으로, 전환점으로 다른 길을 가게 될 게다. 새로이 열리는 길, 부디 모녀가 동행하지 않기를.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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