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석 선관위원장 "보안 미흡 사과…부정선거 가능성은 적어"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원장을 출석시켜 국정원의 선관위 보안 점검 결과에 대해 질의했다. 국민의힘은 '부정선거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공세를 폈고,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선관위 흔들기'를 시도했다고 맞섰다. 노 위원장은 미흡한 보안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부정선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행안위는 13일 노태악 위원장을 전체회의에 출석시켜 여야 각 3명씩 질의를 실시했다. 헌법기관장인 중앙선관위원장의 국회 출석 질의답변은 이례적인 일이다. 선관위원장이나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은 국회 국정감사 때도 인사말 정도만 하고 세부 업무보고나 의원 질의응답 등은 실무 책임자(대법원 법원행정처장, 헌재 사무처장, 선관위 사무총장 등)들이 하는 것이 관례였다. 헌법기관에 대한 존중과 예우 차원이다.
그러나 여야는 최근 선관위가 국정원·한국인터넷진흥원(KISA)와 공동 수행한 보안점검에서 해킹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상황 등을 무겁게 받아들여 노 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여야 의원 6명으로부터 질문을 받도록 했다. 다만 노 위원장을 이날 행안위 국정감사 기관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아니고, 국정감사 개시 전 행안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는 형식을 취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보안점검 결과뿐 아니라 앞서 불거진 선관위 직원 부정채용 논란, 노 위원장의 관용차량 이용 관련 문제 등을 거론하며 총공세를 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2년 5월 임명된 노 위원장 사퇴를 주장해오고 있었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국정원의 선관위 보안점검 결과를 언급하며 "선거인 명부 시스템을 해킹해 사전투표한 사람을 안 한 것처럼 바꿀 수 있다. 선거망 침투, 개표 DB 해킹, 투표지 분류기 결과 변경도 가능하다"며 "그럼 이것은 완전히 부정선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작년 5월에 위원장 임명 받으신 후에 가족 경력채용 의혹 문제, 북한 해킹 부실·늑장대응 문제, 허술한 보안 시스템 사전투표 관리, 투개표 시스템 관리 문제 다 터지고 있다"며 "거취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대법원장 콘보이(경찰 호위)에 꼬리를 물고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한 것도 두 차례 찍힌 적이 있지 않나"라며 '망신주기성' 질의도 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도 선관위 보안과 관련해 "사이버 보안 내부 전문가도 1명이고 사이버 보안 외부 용역업체도 1개"라며 "선관위 직원들의 보안의식은 어떤가. 그 중요한 선거관리 시스템에 접근하는 비밀 번호가 '12345'였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전날 국정원이 '선관위 내부 침투·위변조가 가능하고 해킹 통신망 연결이 가능하고, 선거 결과 조작이 가능하고, 사전투표용지 부단출력이 가능하다'고 온갖 가능성을 열거했다"며 "가능성을 열거하면서 마치 현실에서 일어나 대한민국 민주주의 선거체제가 완벽하게 후진국 수준으로 간 것처럼 논의하고 있는 것 자체가 뭔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18대 대선에서 국정원이 댓글조작을 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며 "국정원이 다시 정치에 개입하고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밑자락을 까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국정원 발표의 의도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이형석 의원도 "(선관위에) 물론 문제가 많다. '소쿠리 투표'도 문제가 있었고, 경력직원을 채용하면서 자녀를 채용한 부분도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이런 문제점을 빌미로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선관위가 최근 미흡한 정보보안 관리와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 채용 의혹 등으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렸다. 선관위원장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끊임없는 조직 혁신과 공정한 선거 관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선관위 해킹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원들과의 질의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부정선거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힘들다고 보고받았다"며 "사전투표기 자체에 (해킹) 가능성이 있더라도, 모든 사람이 투표할 때 관여하고 개표할 때도 여러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다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5월 (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의혹) 사태가 터지고 나서 계속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이 사태를 극복하고 제대로 감사·수사를 받겠다. 자리 자체에 연연하거나 절대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다만 이 자리에서 제가 사퇴한다고 해 선관위가 바로잡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앞서 여야 지도부는 국정원이 선관위 보안 점검 결과를 발표한 지난 10일 이후 이를 두고 대립해왔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시스템의 핵심인 투개표 시스템마저 해킹에 무방비로 방치했다니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지난 11일 김기현 대표), "선관위는 부실 운영에 대해 겸허히 사죄하고 부정선거 가능성이 1%도 남지 않을 대책을 강고해야 한다"(이날 윤재옥 원내대표)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과거의 버릇을 못 버리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 아닌지 의아하다"(지난 11일 홍익표 원내대표), "투표조작 프레임, 선거무효 프레임은 소위 꼴통보수나 하는 것이었는데, 국가기관이 나서서 그런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윤건영 정보위 간사)라고 맞섰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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