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파일 관여 의혹’ 도이치 주가조작 공범, 1심 징역형 집행유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이자 이른바 '김건희 파일'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투자자문사 임원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오늘(1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임원 민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 5,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블랙펄에 근무한 피고인은 공범들과 조직적으로 다수의 계좌를 동원해 2년 넘게 도이치모터스 주가 시세조종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권오수 회장과 작전 세력 사이에서 연락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본인 계좌에서 직접 시세조종 주문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민 씨가 김건희 여사 명의의 미래에셋·디에스증권 계좌를 시세조종에 활용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 명의의 다른 계좌로 이뤄진 주식 거래에 대해서는 "인위적인 시세조종 목적인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봤습니다.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민 씨가 취득한 부당이익을 107억 원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부정정보를 이용한 사기적 부정거래 등 일부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해외 도피를 한 점은 불리한 요소지만 피고인이 주식을 매각해 시세 차익을 보진 않았고 주가 변동이 크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민 씨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모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91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민 씨는 김 여사의 주식 거래 내역이 기록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 작성에 관여한 인물로도 의심받고 있습니다. 2011년 1월 13일 작성된 해당 파일에는 김 여사 명의 증권 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매각 주식 수량이 적혔습니다.

이 파일에 대해 민 씨는 지난해 12월 권 전 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 파일을 처음 본다. 저는 모르는 내용"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출국한 민 씨는 1년 넘게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지난해 11월 귀국해 체포된 뒤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한편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약 3년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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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민 기자 (js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