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정가수' 칭호에도 국내서 후학 양성…"인내의 가치 알리고파"
"가곡의 에너지 보여줄 것…지난 25년 희로애락 담은 공연"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저의 지난 25년을 표현한다면 '다크니스'(어둠)라는 단어가 제일 어울린다 생각했어요. 음악가로 성공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심하던 시간부터 희망으로 고난을 견디기까지의 긴 시간이 함축된 말이죠."
콩쿠르 우승 경험이 없어 주눅 들어있던 성악 전공생이 독일어권 성악가에게 최고 영예로 꼽히는 '궁정가수' 칭호를 받기까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본명 윤태현·51)은 국제 무대에서 활동한 지난 25년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간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사무엘 윤은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제 무대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 '프롬 다크니스 투 라이트'(From Darkness to Light)를 개최한다. 자신의 삶을 표현한 문장을 콘서트의 제목으로 정했다.
사무엘 윤은 1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랜 기간 고민해 정한 제목"이라며 "지난 25년 제가 무대에서 느꼈던 희로애락을 좋은 음악으로 들려드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공연 1부에서는 슈베르트의 '도플갱어', '죽음의 소녀' 등 독일 가곡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해 부른다. 2부는 유명 오페라에 등장하는 베이스 바리톤 아리아를 부른다.
사무엘 윤은 가곡을 부르는 1부의 무대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 말했다. 손뼉도 칠 수 없을 만큼 집중하게 될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가곡을 정적인 곡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가사를 보면 오페라보다 극적인 경우가 많다"며 "가곡들이 가지고 있는 심오한 의미와 에너지를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엘 윤은 1998년 이탈리아 토티 달 몬테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유럽 무대 생활을 시작했다. 콩쿠르 이후 이탈리아 트레비소에서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로 데뷔 무대도 가졌다. 성악을 전공하며 특별한 경력이 없어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하던 때 찾아온 선물 같은 우승이었다.
당시를 회상한 사무엘 윤은 "아내의 출산이 임박해 콩쿠르가 열리는 도중에 출전을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결선 도중에 아이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아내가 잘 참아줬다. 심사위원분들이 아이가 태어났는지 제일 먼저 물어보신 건 잊지 못할 경험"이라고 말했다.
데뷔 이후로는 독일을 주 무대로 경력을 쌓아나갔다. 1999년부터 23년간 독일 쾰른 극장의 종신 성악가로 활동하며 '사무엘'이라는 이름을 지었고, 꽁지머리와 턱수염도 그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사무엘 윤은 "유럽에서 활동하려면 이름이 필요하다고 해 아내와 상의해 이름을 '사무엘'로 지었다"며 "사무엘은 성경에서 어머니의 기도로 태어난 인물인데, 이름을 짓고 많은 분께 응원받게 되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턱수염이 금방 자라는 편이다. 머리도 기르다 한 번 잘랐는데 가족들도 다시 기르라고 하더라. 연출가들도 각자의 콘셉트가 있는데 저의 고유한 색을 존중해주셔서 긴 머리와 턱수염이 자리를 잡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것은 유럽 무대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그러나 사무엘 윤은 성악가로 쌓아온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현재 모교인 서울대에서 후학을 육성하며 본인의 경험을 전수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사무엘 윤은 "직장이 보장된 상황이었지만 제가 주인공이 되고 돋보이는 삶보다 누군가에게 쓰임이 되고 싶었다"며 "노래를 잘하는 성악가도 아닌 제게 궁정가수라는 타이틀은 과분하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저는 과거에 빛이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나를 보여줄 기회가 온다고 믿었다"며 "젊은 성악가들에게도 인내와 기다림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힘쓰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관중과 공유하지 않는 음악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요. 말로만 클래식 대중화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공연장에서 많은 분께 길잡이의 역할이 되고 싶습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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