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 News] 불닭만 있는 게 아니다, 격해지는 ‘매운 라면’ 경쟁

2023. 10. 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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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 불고 있는 ‘매운 라면’ 열풍이 심상치 않다. 주요 라면업체들이 앞다퉈 매운맛 라면 신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신제품의 스코빌지수(고추에 포함된 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해 매움 정도를 수치화한 지수)도 경쟁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더불어 SNS 등 뉴미디어 발달의 영향으로 매운맛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농심 신라면 더 레드(사진 농심)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제품은 농심의 ‘신라면 더 레드’다. 농심이 기존 신라면의 매운맛을 2배 이상 강화해 한정판으로 내놓은 이 제품은 지난 8월 출시 이후 보름 만에 완판됐다. 신라면 더 레드는 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지수가 7500SHU로 기존 신라면 3400SHU의 2배가 넘는다.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인 앵그리 너구리(6080SHU)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후첨양념분말에 청양고추, 후추, 마늘, 양파 등 매운맛을 강화하는 향신료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농심은 신라면 더 레드의 뜨거운 인기에 제품을 추가 생산하는 데 이어 이르면 다음달 정식 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오뚜기가 지난달 내놓은 매운 라면 ‘마열라면’도 출시 40일 만에 400만 개 넘게 팔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광고 모델로 배우 황정민을 발탁, 첫 TV CF를 온에어하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열라면은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자란 마늘과 입자가 굵은 후추를 동결건조한 ‘마늘후추블럭’을 동봉해 마늘, 후추, 고추 등 총 세 가지 매운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이 강점이다. 해당 제품은 출시 초기부터 입소문을 타며 출시 40일 만에 300만 개(봉지면 기준) 이상 판매됐고, 용기면까지 합산한 판매량은 약 400만 개에 이른다.

오뚜기 마열라면 광고모델 황정민(사진 오뚜기)

히트작 ‘불닭볶음면’으로 매운 라면의 새 역사를 쓴 삼양식품은 지난달 새로운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선보였다. 맵탱 신제품은 ‘맵탱 흑후추소고기라면’, ‘맵탱 마늘조개라면’, ‘맵탱 청양고추대파라면’ 등 총 3종이다. 소비자들은 취향과 상황에 따라 매운맛을 골라 먹을 수 있으며 매운맛을 ‘화끈함’, ‘칼칼함’, ‘깔끔함’ 등 5가지 지표로 세분화해 제품별로 ‘매운맛 그래프’도 제공한다. 스코빌지수는 약 6000SHU이다.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라면도 이제 매운맛이 대세가 됐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달 4일 출시한 PB 라면 ‘세븐셀렉트 대파열라면’은 최근 컵라면 카테고리에서 당당히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이 제품은 세븐일레븐의 기존 PB라면인 ‘대파라면’과 오뚜기의 매운맛 상품 ‘열라면’을 더해 만들어낸 상품이다. 스코빌지수는 5000SHU로, 4500SHU인 기존의 ‘열라면큰컵 오리지널’보다 매운맛을 한층 강화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컵라면과 봉지라면 모두 농심의 신라면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단일채널에서나마 신제품이 1위를 차지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대파열라면 제품명 그대로 대파의 시원한 맛과 함께 강력한 매운맛을 낸 게 주효했다고 편의점 측은 분석했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앞다퉈 매운 라면을 출시하는 배경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거세게 불어 닥친 ‘매운맛 열풍’이 자리한다.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한편, SNS를 통해 ‘매운맛 챌린지’ 등이 활발히 퍼진 영향이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먹는 ‘불닭 챌린지’로 시작된 매운맛 콘텐츠는 식을 줄 모르고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들에게도 깊이 각인됐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을 일컫는 ‘맵찔이’, ‘매운맛’과 ‘자부심’ 단어를 합친 ‘맵부심’ 등의 신조어까지 통용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매운 음식을 많이 접하는 분위기”라면서 “점점 더 자극적인 매운맛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스코빌지수가 높은 매운 라면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사진 농심, 오뚜기]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0호(23.10.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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