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특성, 미래 문화전략의 다빈치코드
[채지민 성신여대 지리학과 겸임교수]
글로벌 이슈 중 하나인 인구문제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분야별 기회와 접근 전략이 다양해지고 있다. UN의 세계 인구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하락 전환은 2086년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2021년을 기점으로 인구구조가 하락 전환을 보이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은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고령화율 20.6%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인구오너스 시대로 가고 있으며, 고령화 속도 및 고령인구가 2050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저자는 인구감소, 고령화, 저출산 등 인구구조 특성의 변화에 따른 문화 수요 또한 복잡하고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공간 및 인구구조의 특성을 잘 반영하여 인구오너스 시대를 위기가 아닌 전략적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미래 문화코드 활용방안을 고찰하고자 한다.
세대별 문화소비 코드 읽기
세대별로 다양한 소비 특성이 나타나지만 최근 새롭게 등장하는 문화소비 계층을 살펴보면 시니어-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Z세대의 두 개의 중심 세대축이라 할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2020년 세계경제 대전망>에 따르면, 2030년이면 인구의 25%가 시니어 세대 그리고 베이비부머 세대로 구성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특히 현 시점의 시니어, 베이비부머 세대는 나이에 비해 체력이나 정신적인 모든 면에서 젊기 때문에 노인으로 부르기 힘들어 Young과 Old의 합성어인 젊은 노인층을 뜻하는 욜드(YOLD) 세대, '욜드족' 이라는 새로운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욜드족의 특징은 가족보다 나를 위해 소비‧투자하며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고 독립적인 삶의 방식을 가지며 투자와 소비 모두 적극적인 성향을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파급력 있는 문화소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베이비부머 세대인 50~60대 세대 중에서 은퇴 이후에도 소비 및 여가생활뿐 아니라 사회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층이 등장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 국어원이 2020년 액티브 시니어층을 '활동적 장년'이라는 쉬운 우리말로 표현했듯이 새로운 문화소비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활동적 장년들은 기존 실버 세대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부동산 및 금융으로 축적한 자산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 등의 높은 구매력을 가진 제2의 욜드족이며 젊은 감각으로 OTT 사용도 활발하여 문화소비의 큰손으로서 욜드족과 함께 자리 잡고 있다.
다음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소비 세대의 다른 중심축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한 MZ 세대이다. MZ 세대는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고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대여나 중고시장을 통해 제품의 소유보다는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며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징을 가진다.
또한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 및 사회 정치적인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신념(meaning)과 커밍아웃을 결합한 미닝아웃(meaning out)의 소비 현상을 보인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가치를 두고 파인다이닝 및 고급 호텔 빙수를 소비하면서도 카드 포인트를 적립하는 양면성을 가지는 등 가치의 합리성에 초점을 두는 소비자의 특성을 가지는 '엠비슈머(양면성+소비자)'의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처럼 욜드족과 MZ 세대가 중심축이 되어 문화 소비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에 따른 새로운 시각과 문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 말해 세대별 특성을 알면 미래 문화코드를 읽을 수 있다.
세대별 특성 반영한 차별화된 공간 만들기
첫째, 문화소비층인 MZ 세대와 액티브시니어 세대에 초점을 둔 전략적 타켓팅을 통한 맞춤형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 도쿄의 위치한 '휴릭 프리미엄 클럽 니혼바시'는 60세 이상 회원들만 출입 가능한 고급 문화공간이다.
국내 제주 포도호텔의 경우 하이엔드 프리미엄 등의 레저프로그램, 뷰티 스파케어, 선상파티 등 색다른 문화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문화소비층인 액티브시니어 세대를 전략으로 타켓팅한 사례이다.
또한 MZ 세대는 '플렉스' 문화와 명품 소비가 여느 세대보다 익숙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앞서 말한 우선순위에 따라 돈을 소비하고 고급서비스에 아낌없는 소비패턴을 보이는 '엠비슈머'의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MZ세대의 아트슈머 수요 증가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콘텐츠를 통한 맞춤형 문화공간 조성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거점을 통한 문화 창조공간의 허브 조성전략이 필요하다. 전국 문화시설기반 총람(2022)에 의하면 인구 백만 명 당 문화시설 수는 제주 192.09개, 강원 156.65개, 전남 125.49개 순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수도권과 수도권 외 지역으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수도권은 44.27개, 수도권 외 지역은 77.80개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수도권 외 지역에 더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다시 말해 지역 인구수와 문화기반시설은 수요-공급의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문화기반시설의 양적 증가가 아닌 '지역거점별 문화 창조공간'의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즉 지역거점별 문화의 다양성을 고려한 거점 지역의 특성에 맞는 문화 창조공간 조성이 필요하며, 획일화된 공간 조성이 아닌 체험형, 네트워크형, 스토리지향형 등 지속 가능한 허브 조성 전략이 필요하다. 거점별 매력적인 문화공간 조성은 시간과 거리에 상관없이 문화소비 인구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지역의 랜드마크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셋째, 생활인구 및 교류인구를 늘리기 위하여 하나의 장소에서 여러 활동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을 활용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복합문화공간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서도 공간의 재창출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존 도서관, 영화관, 복지관 등의 문화시설 증가는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서는 재원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복합문화공간 전략을 통해 새로운 인구 유입 및 문화소비 인구를 증가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기존 컨셉에서 벗어나 세대별 소비층 특성에 맞는 문화공간 조성을 통해 세대의 화합 및 교류 공간 조성 또한 필요하다.
사례로 과거 관광안내소의 경우 관광안내 책자가 비치된 정적인 공간이었지만 영월관광안내소의 경우 '탄광지역 통합관광지원 영월관광센터'로 탄생하면서 폐광지역의 관광허브 및 관광과 문화소비 거점 역할의 기능을 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지역의 통합 관광을 위해 관광 루트를 설계하고, 로컬푸드, 카페, 영상과 전시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공형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지역 간 허브 역할 및 문화소비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 향유 방식의 변화에 맞춘 '피지털' 전략이다.' 피지털'이란 공간(Physical)과 디지털(Digital)의 합성어로, 오프라인 매장에 디지털의 편리함을 접목 시켜 더욱 편리한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경험과 브랜딩의 공간으로 변화, 소비자 경험을 위한 공간에 집중하지만, 문화를 경험하는 방식에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는 오프라인 마케팅을 통해 브랜딩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기반의 브랜드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편의성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문화소비층 유입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세대별 문화소비에 대한 가치관 및 성향에 따라 공간적 접근 방식을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공공영역이든 민간 영역이든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는 전략적 방안이 필요하다. 세대별 유전자 코드의 조합을 통한 지역의 지속 가능한 창조적 문화공간 창출은 지역의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것이다.
[채지민 성신여대 지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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