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성폭행 살인’ 최윤종 “입 막았지 목 안 졸랐다”···살해 의도 부인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윤종은 이날 검찰 송치에 앞서 “우발적 범행이었고 피해자를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등산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최윤종(30)이 법정에서 “피해자의 목을 조른 게 아니라 입을 막으려 했다”며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최씨의 변호인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진아)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한다”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조른 게 아니라 옷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았는데,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렀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장은 “피해자의 사인은 질식사인데 피고인은 팔로 피해자의 목을 감은 적도 없고, 체중을 실어 누른 것도 아니라는 취지냐”고 물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의 직접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내놓은 바 있다.

변호인은 최씨의 범행동기와 관련해서도 “가족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게 아니라 단지 여성과 성관계를 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이 “피고인이 이 내용을 법정에서 현출해 달라고 한 것이 맞냐”고 묻자 최씨는 “변호인이 한 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일에 세 번째 공판기일을 열어 피해자를 부검한 법의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최씨는 지난 8월17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관악구에 있는 공원 인근 등산로에서 생면부지의 여성 A씨를 성폭행하기로 마음먹고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성폭행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피해자 A씨는 범행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후 사망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첫 공판 이후 직권으로 최씨의 국선변호인을 교체했다.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는 최씨 주장과 달리 당시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판 전까지 피고인과 논의하지 않은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변호인이 최씨의 기소 이후 첫 공판이 열리기 전까지 최씨를 접견하지 않고, 사건 기록을 열람·복사하지도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