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으로 돌아가라’는 혐오 표현”… 재일코리안 차별 글 게시자에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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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혐한 시위와 차별 발언에 맞서 싸워 온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50)씨가 자신에게 "조국으로 돌아가라"며 차별적 글을 올린 남성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최씨의 변호인단은 "혐한 발언을 단죄하는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하고, "소수자에게 '돌아가라'는 말이 인터넷에 넘쳐나는 가운데, 익명으로 올린 글에 거액의 배상 명령이 내려짐에 따라 앞으로 (혐오 표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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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글 남성에 194만 엔 배상 판결
일본 내 혐한 시위와 차별 발언에 맞서 싸워 온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50)씨가 자신에게 “조국으로 돌아가라”며 차별적 글을 올린 남성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한 우익의 혐한 시위와 혐오 게시물에 철퇴를 가한 ‘획기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NHK와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요코하마지방재판소 가와사키지부는 “일본에 적대적인 적국인, 빨리 조국으로 돌아가라” 등의 글을 블로그에 올린 남성에게 194만 엔(약 1,700만 원)의 배상 명령을 내렸다.
“조국으로 돌아가라”는 표현은 2016년 ‘헤이트스피치(혐오 표현) 해소법’ 제정 후 혐한 시위 등에서 재일한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발언을 할 수 없게 되자 혐한 단체 등이 자주 사용해 온 표현이다. 최씨는 이러한 표현이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한국인에 대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반면, 글을 올린 남성은 “차별적 언행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변호인단, "혐오 표현 억제하는 효과 있을 것"
재판부는 이 표현이 “일본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온 삶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이 크다”며 “헤이트스피치 해소법 제2조가 규정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최씨의 변호인단은 “혐한 발언을 단죄하는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하고, “소수자에게 ‘돌아가라’는 말이 인터넷에 넘쳐나는 가운데, 익명으로 올린 글에 거액의 배상 명령이 내려짐에 따라 앞으로 (혐오 표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재일동포 집단 거주지인 가와사키시 사쿠라모토에 설립된 재일동포 교류 시설인 ‘가와사키 후레아이관’의 관장인 최씨는 판결 후 “사쿠라모토의 (재일동포 1, 2세) 할머니들(관련기사: 빈곤·차별 맞서 싸우다 팔순 넘어 평화... 재일동포 1세 할머니들의 삶)이 ‘차별은 용서할 수 없다’는 현수막을 써 주셨다”고 소개했다. 또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는 것이 무섭다’던 아이들을 생각하며 재판에 참석했는데, 오늘 판결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희망을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2016년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이 생기고, 그것을 바탕으로 오늘의 판결이 나온 것이 기쁘다”면서, 좀 더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최씨, 헤이트스피치 해소법 제정에 기여
최씨는 2010년대 들어 재특회 등 혐한 단체 시위가 활발해지고 특히 재일동포 집단거주지인 가와사키시 주변에서도 혐한 시위가 벌어지자 인권 침해 피해 신고와 시민단체 활동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특히 2016년 참의원 법무위원회에 참고인으로 나서 피해와 문제점을 직접 호소해, 같은 해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이 통과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혐한 우익 인사들에게 얼굴이 알려지면서 후레아이관에 협박 편지가 잇따르는 등 큰 고초를 겪었다. 이번에 배상 명령을 받은 남성 역시 2016년부터 약 4년간 인터넷에 지속적으로 최씨를 모욕하는 글을 올렸다.
최씨는 2019년 가와사키시가 일본 최초로 헤이트스피치에 벌금을 부과하는 조례를 도입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도쿄변호사회는 최씨에게 지난 2020년 ‘도쿄변호사회인권상’을 수여한 바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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