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탈북민 강제 북송은 '北 달래기' 차원… "견고한 북중관계" 메시지

노민호 기자 2023. 10. 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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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코로나19 때문에 작동하지 않았던 협력체계 회복 조짐"
"북러 '밀착' 의식 가능성… 안보리 등 국제사회 압박도 약해져"
<자료사진>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중국 당국이 최근 자국 내에 수감돼 있던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수백명을 강제 북송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측은 그동안에도 탈북민을 종종 북한으로 돌려보내곤 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 북송'을 결정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란 이유에서다. 게다가 '탈북민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도 꾸준히 제기돼왔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측이 최근 우리 정부의 한중관계 개선 노력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우리 측의 '뜻'과 달리, 탈북민 강제 북송을 결정한 데는 여전히 한반도 문제에선 "'혈맹'인 북한과의 관계보다 중요한 게 없다"는 기본 인식이 투영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중국 측의 이번 조치엔 우리나라와 미국·일본 등이 대북 압박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는 데 따른 '반작용'의 측면도 있단 해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도 소수민족 인권 탄압 등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3일 중국 당국의 이번 탈북민 강제 송환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가 여전히 견고하고 협력적'이란 대외 메시지인 동시에 북한에 대한 (한미일 등의) '인권 외교' 공세에 맞서 '주권 외교'로 대응하려는 것"이라며 "또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군사협력을 통해 밀착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 간에도 협력 공간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 News1 DB

양 위원은 "중국은 과거에도 대내외 변수를 고려해 탈북민을 북한으로 송환한 적이 있다"며 "북중관계 관리 차원에서, 그리고 대내 정돈을 시작한 북한의 요구에 호응해 중국이 탈북민 송환을 결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 속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북중 간 협력체계가 최근 무역 재개 등과 함께 단계적으로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그에 따라 (탈북민 문제와 같은) 외교·행정적 사안도 일괄 처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위원은 이 같은 실무적 측면과 더불어 외교적 측면에선 중국의 이번 탈북민 송환에 '북한 달래기' 목적도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은 중국이 (북중러) 공동전선 구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일종의 서운함도 있었을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선 북한을 자극하기보다는 그들의 요구에 일정 부분에서 호응해주며 관계를 관리하는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훈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또한 "북한은 예전부터 탈북민 송환을 중국 측에 적극 요구해왔으나, 그동안 중국 측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이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사례가 많다"며 "그러나 최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혼란까지 있어 중국에 대한 유엔의 인권 관련 압박이 약해져 눈치를 덜 보게 됐다. 이를 계기로 '밀린 과제'를 한꺼번에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DB

그간 경색돼온 한중관계가 중국의 이번 탈북민 북송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단 시각도 있다. 과거 한중관계가 나쁘지 않았을 땐 중국 측이 탈북을 사실상 묵인하거나 제3국 추방 등의 방식으로 북한의 송환 요구에 협조하지 않은 사례가 있단 점에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중 관계가 좋았다면 중국도 탈북민 북송 문제에서 한국의 눈치를 봤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이 중국에 적대적·비우호적 행동을 한다면 중국도 그에 맞게 행동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그러나 중국도 한중관계를 완전히 해치는 건 원치 않기 때문에 관계 자체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한국 정부가 봤을 땐 '우호적'이지 않은 정책을 펼 수 있다"며 그 중 하나가 바로 탈북민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중국은 앞으로도 한국 정부와의 관계를 관리하면서도 필요하다면 견제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탈북민 지원 단체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자국 내 수용시설에 장기간 억류 중이던 탈북민 400~600여명을 지난 9일 오후 북중 접경지 여러 곳을 통해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대해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다수의 북한 주민이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건 사실로 보인다"며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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