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차기 사장에 '내정설' 돌던 박민 내정

박지은 기자 2023. 10. 1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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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 거듭 파행 끝에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결정
야권 이사 5명은 이사회 퇴장, 표결 불참
박민 이탈표 냈던 한 여권 이사 마음 바꾼 이유에 "내 마음 변한 건 아냐, 직원들이 간절해서"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KBS 차기 사장 후보로 내정됐다. KBS 이사회는 1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결선 후보 1명 사퇴로 단독 후보로 남은 박민 전 논설위원에 대한 찬반 투표를 거친 끝에 박 후보를 제26대 사장 최종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 이날 이사회 야권 추천 이사 5명은 회의 비공개 결정에 항의하며 퇴장해 최종 사장 후보 찬반투표 표결에 불참했다.

KBS 사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임명동의안을 제출받은 때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

​​박민 KBS 사장 내정자​

다만 현재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국감 일정이 끝나는 오는 27일 이후에야 인사청문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청문회 이후 과방위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과정까지 남아있어 박 후보자는 빨라야 11월 초 정도에 사장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선임되는 사장 임기는 해임된 김의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12월9일까지다.

이날 임시이사회는 △사장 후보를 임명 제청한다 △사장 재공모 절차를 진행한다 등을 의견 주문 대상으로 올려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결 주문 안건 논의 전 이사회 공개 여부를 두고 여·야 이사 간 설전이 2시간 넘게 벌어졌다. 결국 서기석 이사장은 이사회 공개 여부에 대해 거수 투표를 진행해 이사장 포함, 여권 추천 이사 6명이 비공개에 찬성하며 이사회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비공개 결정에 반발한 야권 이사들이 회의장을 퇴장한 이후엔 이사회는 속전속결로 진행됐고, 30여분 만에 사장 최종 후보가 결정됐다. 여권 이사 6명으로만 이뤄진 이사회는 이날 사장 후보를 임명 제청하기로 의결했고, 그 자리에서 바로 박민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박민 이탈표 냈던 한 여권 이사, 생각 바꾼 이유 묻자 "내 마음 변한 건 아냐, 직원들이 간절해서"

KBS 이사회의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은 파행의 연속이었다. 박 후보자는 사장 공모 전부터 ‘대통령과의 친분’ ‘낙하산 사장’ 등 의혹이 불거지며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그런데 이사회가 면접 대상자 후보 3명 중 최종 후보를 차기 사장으로 결정하기로 한 지난 4일, 서기석 이사장의 직권으로 사장 후보 결선 투표가 6일로 연기했다. 당시 후보 3명을 대상으로 한 1차 투표에서 과반(6명)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사회가 의결한 사장 공모 절차 규칙대로라면 상위 득표자인 최재훈·박민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에 돌입했어야 했다.

“결선투표에 정권의 뜻과 다른 결과가 나올까 겁을 먹고 연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여권 이사 가운데 이탈한 표를 설득하기 위해 시간을 번 것”이라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비판 성명이 나온 이유다. 이후 결선 투표 연기 결정에 동의한 다른 여권 추천 이사들과 달리 입장을 내지 않았던 김종민 전 이사가 지난 5일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고, 같은 날 최재훈 후보도 사퇴했다. 결선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던 지난 6일 이사회는 폐회되며 사장 선임 절차가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당초 지난 4일 당시 여권 이사 가운데 이탈표를 냈던 한 여권 이사는 이번 이사회에서 박민 후보를 찬성한 이유에 대해 “특별히 제 마음이 변한 건 아니었고, 직원들이 (박민 후보를) 많이 원했다”며 “당장 수신료 분리 고지, 김의철 전 사장 해임 취소 가처분 신청 문제 등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있는데 직원들은 특히 수신료 문제에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에 이런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박민 내정자 "현재 KBS 위기는 정파적, 정실주의적 조직 운영에서 비롯된 문제가 본질"

박 후보자는 1992년 문화일보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장, 정치부장, 편집국장 등을 지냈고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관훈클럽 총무 등을 역임했다. KBS 외부 출신이 사장 내정자가 된 건 2003년 정연주 전 KBS 사장 이후 20년 만이다.

KBS 외부 출신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박 후보는 미리 제출한 경영계획서 응모 사유에 “방송 경험이 없는 외부인이 사장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KBS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KBS 위기는 정파적, 정실주의적 조직 운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오히려 외부인인 제가 KBS 사장이 된다면 내부의 왜곡된 시스템과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 전체와 시청자의 관점에서 참신하고 독창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3일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이사회를 앞둔 오전 9시30분 KBS본관 2층에서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 이동욱 보궐이사 임명 철회 요구’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4일 KBS 이사회의 사장 후보자 면접 과정에선 ‘사장 내정설’ 관련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오기도 했다. 한 야권 추천 KBS 이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 관계를 묻자 박 후보자는 “사회부장을 하면서 (알게 된) 기자와 취재원 관계이지,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며 “대선 당시 선거운동을 도와달라는 요청도 정식으로 거부했다”고 답했다. KBS 사장 선임 관련 언질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없었다”고 했다.

또 박 후보자는 KBS가 TV 수신료 고지·징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낸 것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건지 묻는 질문에 "헌법소원 문제는 한전과의 TV 수신료 관련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한다"며 "긍정적인 경우 헌법소원 정리도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해당 면접에선 박 후보자가 문화일보 편집국장을 마치고 2021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간 비상임 자문으로 아웃소싱 회사인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로부터 월 500만원, 총 1500만원의 급여를 받은 데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의혹에 대해 “현직 언론인이 기업의 홍보와 이미지 개선에 대해 자문하고, 고액 급여를 받은 것은 이해충돌이 아니냐”는 야권 추천 이사의 지적이 나왔다.

박 후보자는 경영계획서에서 보도 및 시사 공정성 회복을 위한 혁신방안으로 '취임 후 대국민 사과와 새로운 KBS 다짐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불공정 보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혁신 다짐'을 제시했다. 또 그는 ‘고연령 및 고호봉 인력 감축’을 하겠다며 △매년 정년퇴직에 병행해 특별 명예퇴직 추진 등으로 전체 예산 중 인건비 비중을 MBC, SBS 수준인 20%대로 하향 추진 △수신료 분리 여파에 따라 인력 감축을 탄력적으로 적용 등을 방안으로 내세웠다.

박 후보는 자신의 경력에 대해선 “(문화일보) 노조위원장과 우리사주조합 이사를 역임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주도해 노사문제와 비상 경영 상황에 대한 대응 역량도 갖췄다”며 “정부 부처, 정당, 법조계, 지자체 등을 두루 취재하면서 각계각층에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재 공영방송이 처한 경영과 신뢰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대외 교섭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사회를 앞둔 오전 9시30분 KBS본관 2층에서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 이동욱 보궐이사 임명 철회 요구’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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