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하원의장 노리고 있나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으로 미 하원의회가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의장 후보로 선출됐던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원내대표가 당내 강경파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하루만에 사퇴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각) <AP> 통신은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 당내 동료 의원들에게 하원의장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결정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11일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에 이은 투표에서 짐 조던 법사위원장을 누르고 새 하원의장 후보에 선출됐다. 하지만 당 내 강경파가 그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서 하원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하원의회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통신은 스컬리스 원내대표의 의장 출마 포기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통신은 "(공화당 내) 강경파들이 지지하지 않아 공화당이 다수당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등 혼란에 빠지자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출마를 접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11일 후보로 선출된 뒤 표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틀에 걸쳐 비공개 회의를 한 결과 당 내 의원들이 그를 지지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아직도 자신들의 의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의제를 한쪽으로 미루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해 하원의회 운영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당 내 강경파들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의장 출마를 포기한 뒤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의장 후보를 철회한다는 사실을 동료들과 공유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원의장 선출에서 스컬리스 원내대표와 경쟁을 벌였던 조던 사법위원장은 "우리가 함께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를 지지할 필요가 있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스컬리스에 투표하라고 설득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은 조던 위원장의 지지 선언이 있었음에도 상황을 바꾸지 못한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경파 의원들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장으로 앉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은 "소수의 강경파들은 조던이나 매카시(전 의장) 혹은 스컬리스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며 "트로이 넬스 하원의원은 트럼프를 국회의장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의장은 반드시 의회 의원에게 돌아갈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폭스뉴스>의 진행자인 브라이언 킬미드의 라디오쇼에 출연해 "저는 스티브를 좋아한다. 하지만 문제는 스티브는 암의 관점에서 볼 때, 심각한 문제에 처한 사람"이라며 그의 혈액암 문제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던 위원장을 지지한다면서 자신이 하원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한 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그가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의장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저격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면서, 속으로는 본인이 하원의장으로 출마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통신은 "트럼프로부터 신호를 받은 많은 강경파들은 스컬리스가 더 나은 선택이 아니고 그가 암과 싸우는 동안 건강에 집중해야 하며, 그들이 지지할 지도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강경파들이 같은 입장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하원은 의장 없이 2주차에 접어들면서 본질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한 달 후 연방정부가 폐쇄될 위기를 극복하려면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은 "의원들은 의회가 하마스와 전쟁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를 원하지만, 초당적인 결의안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부결됐다"며 미 하원이 대외적인 상황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일 미 하원은 1789년 하원 설립 이래 234년 만에 처음으로 의장 해임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지난 1월 취임한 케빈 매카시 의장이 9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다수당인 공화당의 의장이 해임된 데에는 공화당 내 강경파들의 움직임이 결정적이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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