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칼럼]가을 날씨, 평화롭기만 할까?

유희동 기상청장 2023. 10. 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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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의 학자 한유가 글공부를 하러 가는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주었다.

時秋積雨霽[시추적우제] 바야흐로 가을, 장마도 마침내 개이고
新凉入郊墟[신량입교허] 마을과 들판엔 서늘한 바람 불어오네
燈火稍可親[등화초가친] 이제 등잔불도 가까이할 수 있으니
簡編可舒卷[간편가서권] 책을 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흔히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고 부르는데, 그 유래가 된 시다. 가을은 하늘이 맑고 날씨가 서늘하며 수확이 풍성해 마음이 안정되어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임을 이야기하는 이 시처럼, 가을 날씨는 늘 평화롭기만 할까? 가을에도 주의해야 할 기상 현상들이 있다.

황령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을 하늘. 국제신문DB


가을철 날씨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큰 일교차가 나타나는 날이 많다는 것이며, 그 원인은 바로 복사냉각이다. 지구는 낮 동안에 태양복사에너지를 받아서 열을 흡수하기도 하지만, 지구 자체의 열복사에 의해 열을 방출하기도 한다. 낮에는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가 더 많아 기온이 올라가지만, 밤에는 지표에서 방출되는 복사에너지가 더 크기 때문에 기온이 내려가게 되는데, 이를 복사냉각이라고 한다.

그런데 복사냉각은 날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구름이 많은 날에는 야간에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복사에너지를 가둬두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복사냉각의 효과가 작다. 또한, 대기 중의 습도가 높을수록 지표에서 방출하는 복사에너지를 수증기가 흡수해서 재방출하기 때문에 복사냉각의 효과가 작아진다. 참고로 수증기 또한 강력한 온실기체이다.

애국가 3절에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라는 구절도 있듯이 가을철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고, 습도도 여름철보다 낮아 건조한 편이다. 따라서 복사냉각을 저해하는 요소는 거의 사라지고, 추분 이후로 밤의 길이가 점차 길어짐에 따라 지구 밖으로 방출하는 복사에너지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복사냉각에 의해 최저기온은 낮아지고, 낮에는 일사로 기온이 오르면서 일교차가 커진다. 부산 지역의 경우, 부산 대표 관측지점에서 일교차가 10℃ 이상 기록된 일수를 평년값으로 살펴보면 9월은 0.7일, 10월은 5.5일, 11월은 7.4일이다. 10월부터 큰 일교차가 나타나는 일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대체로 11월에 일교차가 큰 날이 가장 많았다.

일교차는 우리의 건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람은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온 동물이기에 외부의 기온이 급격히 바뀌면 그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일교차가 커지면 적응을 위해 피부, 근육, 혈관 등 여러 기관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고, 면역세포에 할당하는 에너지는 줄어들어 면역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심한 일교차가 예상되는 가을철에는 외출 시 얇은 겉옷을 챙겨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

‘가을비는 내복 한 벌’이라는 속담이 있다.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기온이 떨어져, 내복 한 벌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춥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보통 여름철에는 비가 내린 후에도 따뜻하고 습한 공기의 영향으로 다시 기온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을철에는 비가 내리고 나면 기압골 후면에서 찬 성질을 가진 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찬바람이 불고 기온도 크게 떨어진다. 여름 내내 더웠다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춥게 느껴질 수 있어, 수시로 기온 예보를 확인하면서 체온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맑은 날이 많은 가을철에는 야간 복사냉각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새벽에 지표 부근 공기가 냉각되어 수증기가 응결되면서 안개가 자주 발생한다. 여기에 대비하여 기상청에서는 짙은 안개가 예상될 때 상세안개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안개정보를 주시하고, 안개가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가급적 이른 새벽이나 밤에는 운전을 피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가을철에 주의해야 할 기상 현상들을 이야기했지만, 가을은 다른 계절보다는 위험기상이 많지 않은 편이다. 지나치게 경계하지는 않아도 되겠으나, 앞서 말한 사항들에 대해 일상에서 주의를 기울이며 모두가 안전한 가을을 보냈으면 한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알록달록 물들어 가는 단풍들을 바라보면서, 여름내 지쳤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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