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멸균유로 카페라떼 만들면 ‘잘’ 어울릴까?
최근 해외 멸균유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은 저렴하고 길게 보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 멸균유를 선호하지만 실제 맛에서는 텁텁하고 쓰다는 소비자 조사 전문패널의 관능특성 평가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카페라떼를 만들더라도 조화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9일 진행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중간 보고회에 따르면 수입 멸균유와 국내 멸균유, 살균유의 관능 특성에 차이가 있었다. 먼저, 국내 살균유는 희고 불투명도가 낮아 전체적 선호도가 가장 높았고, 신선한 우유 향이 강했다. 이와 달리 수입 멸균유는 가열한 냄새와 치즈 향이 강했다.
섭취 후 특성을 종합한 결과 국내 살균유와 멸균유는 전체 평가에서 우수하게 나타났지만 수입 멸균유는 입안의 잔여물과 텁텁함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입 멸균유는 쓴맛이 강해 커피와의 조화도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맛, 유통기한 등 이유로 선호... 제품 손상, 맛과 향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연구팀은 판매량이 높은 수입 멸균유를 살펴보고 선호 요인도 분석했다. 수입 멸균유 중 온라인과 쇼핑몰 판매량·검색량이 가장 많은 제품은 폴란드의 로비츠와 믈레코비타로 나타났다. 독일의 올덴버거, 호주의 오스트렐리아스가 그 뒤를 이었다. 폴란드는 전체 멸균유 수입량 중 75.1%를 차지했다.
네이버 쇼핑에서 판매 중인 5개 수입 멸균유(믈레코비타, 갓밀크, 밀키스마, 올덴버거, 오스트렐리아스)의 최근 2년 리뷰 중 40개 이상을 무작위로 선정한 후 소비자의 리뷰를 분석한 결과 수입 멸균유를 선택하는 이유는 맛(21.3%), 유통기한(19.1%), 가격(14.2%), 활용도(12.6%), 보관 용이성(12.6%) 및 기타(10%) 순이었다.
수입 멸균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제품 손상 및 파손(29.4%), 불만족스러운 맛과 향(24.8%), 지나치게 긴 유통기한에 대한 불신(13.7%), 포장에 대한 불만(13.1%), 우유 마개 사용의 불편 및 손상(9.7%), 맛과 향의 변질(7.4%) 및 기타(5.4%) 등으로 나타났다.
우유 품질 척도인 가수분해산패도, 지방산패도 분석 결과는?
연구팀은 수입 멸균유의 이화학적 특성 변화를 실험하기 위해 가수분해산패도와 지방산패도를 측정했다. 가수분해산패도는 유지의 품질을 나타내는 중요한 척도로 정제되지 않거나 정제상태가 불량한 경우, 저장기간이 길 때 높게 나타난다. 신선한 우유는 산가가 낮다.
지방산패도는 유지가 얼마나 산패됐는지 나타내는 척도로, 저장기간이 길수록 수치가 높고 '이취'와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 저장 기간이 길어 지방산패도가 높을수록 우유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더 많이 나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국내 살균유(제조 후 5일 이내), 국내 멸균유(제조 후 1달 이내), 수입 멸균유 3종(제조 후 4·6개월 경과) 제품을 사용했다. 수입 멸균유는 믈레코비타(폴란드), 올덴버거(독일), 오스트렐리아스(호주) 3종이며, 올 6월 구입 후 실온 25℃에 저장됐다.
가수분해산패도와 지방산패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그룹 간 유의적인 차이가 있었다. 가수분해산패도를 살펴보면 국내 살균유와 멸균유는 0.7 미만으로 정상 수치인 반면 수입산 멸균유는 모두 정상에서 벗어난 산가를 나타내 가수분해가 진행된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산패도는 0.46MDA mg/kg 이하는 먹을 수 있는 범위이며, 1.2MDA mg/kg일 경우 완전히 산패된 것으로 판단한다. 분석 결과 모든 제품의 지방산패도는 정상 수치였으나, 범위에 차이가 있었다. 국내 살균유가 가장 낮고 멸균유 중 오스트렐리아스의 수치가 가장 높았다.
한편 이번 연구는 우유자조금이 국산 우유 소비 확대를 위해 국내 연구소에 의뢰해 '수입 유제품의 유통 실태 및 안전성 품질 검증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수입 멸균유의 유통 및 소비 실태, 국내외 살균유의 화학적 품질 및 관능 특성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을 목표로 한다. 현재 3차 실험만을 남겨둔 본 연구의 최종보고는 12월 말에 이뤄진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국산 우유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수입 멸균유에 대한 선제적 대응 전략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지혜 기자 (jhcho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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