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러시아 올림픽위원회에 국가올림픽위원회 자격 정지 결정

"러시아, 우크라이나 4개 지역 올림픽위원회 자국 조직에 무단 통합...올림픽 헌장 위반"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본부의 모습. AFP 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국가올림픽위원회 자격을 정지시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의 올림픽위원회를 자국 조직에 무단 통합해 올림픽 헌장을 위반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IOC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141차 총회에서 국가올림픽위원회의 자격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격 정치 조치는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

IOC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ROC가 도네츠크, 헤르손, 루한스크,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의 올림픽위원회를 자국 조직에 무단 통합해 올림픽 헌장을 위반했다며 이같이 처분했다고 밝혔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ROC는 더 이상 국가올림픽위원회로 활동할 자격이 없으며, 이날 이후 어떠한 재정 지원도 받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IOC는 ROC가 우크라이나 국가올림픽위원회 관할인 4개 지역 스포츠 기구를 통합한 것은 우크라이나 국가올림픽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하고 올림픽 헌장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IOC의 결정에 따라 ROC는 국가올림픽위원회로서 활동할 수 없으며 IOC의 재정 지원도 더는 받을 수 없게 됐다. 다만 IOC는 이번 결정이 러시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운 벨라루스 두 나라 선수의 2024 파리올림픽,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애덤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이 12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141차 총회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국가올림픽위원회 자격을 중단시킨다고 밝히고 있다. AFP 연합뉴스

IOC는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지 않고, 군대 소속이 아닌 두 나라 선수가 개인 자격으로 중립 단체에 편성돼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중립 단체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기, 국가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중립 단체 소속으로도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 IOC는 최종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IOC의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그는 "스포츠와 올림픽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러시아의 구상은 결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IOC의 결정이 유엔 헌장과 국가의 영토 보전에 관한 보편적 존중의 필요성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ROC는 IOC의 결정에 대해 "또 다른 비생산적이고 정치적 동기를 지닌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올렉 마티친 러시아 체육부 장관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IOC는 권위와 독립성을 상실하면서 정치 및 비즈니스 환경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