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공격 당시 이스라엘 마을 지도·정보 갖고 있었다” “국경 인근서 인질 납치 모의 훈련도”

정원식·김서영 기자 2023. 10. 1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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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롯에 하마스의 로켓 공격 피해를 입은 자동차 한 대가 주차해 있다. EPA연합뉴스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을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당시 이스라엘 마을들과 기지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긴 자료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분석부터 이스라엘 국경과 불과 몇 km도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하마스가 인질 납치 모의 훈련 등을 실시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당국이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이스라엘군이나 민간인의 반격으로 사망한 하마스 대원들의 시신 및 현장에 대한 수색 과정에서 아랍어 문건들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하마스가 치밀하게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 문건들은 하마스의 공격이 처음부터 군사 시설 이외에 민간인 인구 밀집 지대와 인질 포획을 노리고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전 이스라엘 군사 정보 장교이자 텔아비브 대학의 팔레스타인 연구 포럼 책임자인 마이클 밀슈타인은 WSJ에 “그들(하마스 대원들)은 목표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서 “과거 하마스가 이 정도 수준으로 계획을 세웠던적은 없다”고 말했다.

아랍어로 ‘기밀’이라고 적힌 14쪽 분량의 한 문건에는 가자 지구 인근 키부츠 ‘메팔심’을 공격해 주민들을 인질로 잡는다는 계획이 적혀 있다고 WSJ는 전했다. 날짜가 2023년 6월15일로 명시된 이 문건에 따르면 대원 5명과 지휘관 1명으로 구성된 2개 팀이 “‘Y’일 ‘S’시”에 작전을 수행한다고 나와 있다. 문건에는 지도와 항공 사진이 첨부돼 있으며 주민 1000명이 보안군의 경비를 받는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문건에는 다른 대원들이 지원 사격을 하는 동안 공격조가 보안 울타리에 구멍을 내고 침투한 뒤 인질들을 사로잡아 향후 ‘협상’에 활용한다는 계획이 적혀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 7일 메팔심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적절한 대응으로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으나 베리와 카파르 아자 등 다른 곳에서는 다수의 사망자와 인질이 발생했다.

가자지구 인근 오파킴을 공격한 하마스 대원들의 시신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시나고그(유대교 사원), 유치원 등이 표시된 지도가 나왔다. 또 다른 이스라엘 남부의 한 마을에서는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마을들의 위치와 이름이 적힌 지도가 발견됐다. 지도에는 붉은 점선과 함께 “북부 소대 경로”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하마스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의 복구를 지원하는 자원봉사 단체 ‘남부 응급 구조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마스 대원들은 이스라엘 군기지와 위치, 기지까지의 도로 위치가 담긴 문건을 갖고 있었다.

이스라엘 장갑차 8종의 사진과 함께 해당 장갑차량들의 취약점을 어떤 무기를 사용해 공략해야 하는지가 적힌 문건도 발견됐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주력 탱크 메르카바를 언급하며 50미터 거리에서 대전차 유탄 발사기 RPG-7 또는 기타 직격 무기를 사용해 공격해야 한다고 적힌 문건도 발견됐다고 WSJ는 전했다.

이날 CNN도 하마스가 최근 2년 동안 공개한 훈련 영상을 자체 분석해, 이때부터 이미 현 상황이 예견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분석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잇는 보행자 통로인 에레스 교차로와 매우 가까운 지점에 훈련 시설을 최소 6곳 마련해 모의 전투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영상에서 하마스는 로켓을 발사하고, 모의 이스라엘 건물을 둘러싸고 포로를 확보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이 포로를 잡고 손을 묶는 연습까지 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1년여 전에 촬영된 또다른 영상에서는 하마스 대원들이 패러글라이더로 이륙하고 착륙해 공격을 연습했다. 지난 7일 하마스는 실제로 패러글라이더를 통해 이스라엘로 침투한 바 있다. 하마스는 모의 이스라엘 건물과 탱크도 만들어 폭격 훈련을 벌였다.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 속 훈련장 중 두곳은 방어가 삼엄한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1.6km(1마일) 불과한 지점에 있었다. 이스라엘 코앞에서 하마스 대원들이 버젓이 훈련을 벌인 것이다. 훈련장은 가자지구 중심부에도 있었고, 가자지구 남쪽에서도 3곳이 파악됐다.

CNN이 위성 사진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하마스는 지난 2년 동안 훈련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농경지를 밀었으며 지난 몇 달 동안 실제 활동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또한 영상 속 태양의 그림자와 위치 등을 분석해보니 훈련이 최소 몇시간에서 며칠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마스가 지난 7일 체계적으로 대규모 공격을 가한 이후 이스라엘 군과 정보 당국이 왜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냐는 책임론이 제기됐다. CNN은 “하마스가 최소 2년 동안 눈에 다 보이게 훈련했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이 왜 지난 7일의 공격을 포착하고 막을 수 없었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은 CNN의 조사 결과가 “새롭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조나단 콘리쿠스 중령은 “하마스는 많은 훈련 거점을 가지고 있고 이스라엘은 그동안 거점들을 공격해 왔다”면서 “하마스가 훈련 시설을 민간 시설처럼 보이게 위장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CNN은 “5개 훈련 장소는 민간 시설의 특징을 갖고 있지 않으며 건설 및 배치 방식이 거의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하마스의 훈련 시설이 모두 주변보다 높은 거대한 흙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대부분 지붕이 없는 콘크리트와 시멘트 건물이었다는 것이다.

앞서 레바논에 망명 중인 하마스 고위급 알리 바라카는 하마스가 2년 동안 공격을 준비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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