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며칠내로 가자시티서 작전”…120만명 대피 어쩌나
하마스와의 전쟁 일주일 차를 맞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 작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피를 촉구하는 등 며칠 내로 작전 개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봉쇄된 가자지구 내에서 더 큰 민간인 희생이 뒤따르리란 우려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중심 도시 가자시티의 주민들에게 전원 대피령을 내리고 “며칠 내로 대규모 작전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내 “가자시티내의 모든 민간인에게 안전과 보호를 위해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지도상에서 볼 때 와디 가자 이남 지역으로 이동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와디 가자는 가자지구 중부를 뜻한다. 이스라엘군은 앞으로 와디 가자 이북 지역을 중심으로 작전을 벌일 것임을 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는 군사작전이 벌어질 구역”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피령에 해당하는 인구는 약 120만명에 육박한다. 남북으로 긴 가자지구에서 와디 가자를 기점으로 가자시티는 북부에 위치한다. 가자시티에는 약 75만명, 그보다 더 위쪽 북부 가자 지역에는 약 44만명이 거주한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발표가 있어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도 이스라엘과의 국경에 설치된 펜스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가자지구의 목줄을 쥐고 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완전한 포위’ 명령을 내려 식량과 전기, 연료, 물 공급을 차단했다. 가자지구 내 인명 피해는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제는 병원조차 한계에 몰린 상황이다. 가자지구 내 부상자 중 약 40%는 아동이라고 CNN은 전했다. 하마스는 13일 국제 구호 단체에 가자지구에 필수 의료 및 구호물자를 제공해 달라고 호소한 상태다.
유엔은 13일까지 가자지구에서 난민이 42만3000명 이상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전날 33만8000여명에서 다시 증가했으며,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다. 유엔은 12일 성명을 내 “가자지구는 16년 동안 불법 봉쇄하에 살아왔다”며 이스라엘의 봉쇄 강화를 비판하고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통로를 개설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하마스는 분쇄돼야 하며 국제 공동체에서 추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카츠 에너지인프라부 장관 역시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가자지구에선 전기 스위치가 켜지지 않고, 소화전이 열리지 않고, 연료 트럭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우리에게 도덕을 설교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내린 대피령에 대해서도 유엔은 크게 우려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식 발표에 앞서 유엔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 110만명에게 24시간 내로 남쪽으로 이동할 것을 통보했다며 상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인도주의적인 결과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이미 비극이 된 상황이 재앙으로 변하지 않도록 명령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피령은 가자지구 내 유엔 직원과 시설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 측에 명확한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유엔은 하마스가 무장하는 것을 수년 동안 눈감아왔으면서 이스라엘에 설교하고 있다. 유엔은 하마스 규탄과 인질 송환에 집중하고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하는 편이 좋다”고 반박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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