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복지도 잣대 필요…약자동행지수로 사각지대 없앨 것"[일문일답]
"가족돌봄청년에 중점…더 많이 발굴할 것"
"이태원분향소 자진철거 되도록 유도할 것"
[서울=뉴시스] 대담 김현섭 사회정책부장, 정리 권혁진 조현아 이재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자동행지수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 없이 약자를 보듬고 챙기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분들'을 약자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약자동행지수에 대해 "'모든 정책이 환경영향평가를 하는데 왜 복지는 잣대, 척도가 없지'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또 시장이 달라지더라도 후임자가 약자들을 보듬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약자동행지수'는 시의 정책이 시민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수치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약자동행지수를 ▲생계·돌봄 ▲주거 ▲의료·건강 ▲교육·문화 ▲안전 ▲사회통합 6대 영역, 50개 세부지표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도시가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정책 성과를 평가해 그 결과를 정책 개발과 예산 편성 등에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약자동행지수가 세계 최초이며, 세부 지표값과 지수는 매년 산출 과정을 거친 후 다음 해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서울시는 밝혔다.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 민주당이 승리했는데 어떻게 보는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으로서 참담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당에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정치권이 여야가 나뉘어서 민생 중심이 아니라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나. 여든 야든 국민의 아픔과 어려움을 보듬는 자세로 전환하는 쪽이 내년 총선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약자의 의미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분들을 약자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다. OECD 선진국들은 전부 양극화를 겪고 있다.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게 되고 어려운 사람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뜻 아닌가. 정치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하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약자와의 동행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내 입에서 나왔다."
-최근에 약자동행지수를 발표했는데 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모든 정책이 환경영향평가를 하는데 '왜 복지는 잣대, 척도가 없지'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작년 선거할 때 공약으로 내세웠다. 시장이 되면 지수를 만들어서 그것을 기준으로 사각지대 없이 약자를 다 보듬고 챙기겠다고 생각했다. 또 지속가능성도 중요하다. 전임 시장으로 생긴 트라우마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어도 후임자가 이어가지를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무리 도시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일을 해도 후임자가 안 해버리면 소용이 없으니까 시스템을 구축하면 안 하고 못 배기지 않겠나 싶다."
-6개 분야, 50개 세부지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한 것인지, 현실성 있는 지수가 산출될 수 있나.
"저도 담당 부서에 구체적으로 지침을 주지는 않았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약자동행지수를 만들기 위해 1년 동안 씨름을 하다보니까 50개 지표는 있어야 사각지대가 없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2~3년이 지나다 보면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들과 오랜 시간 논의하면서 만든 지표다. 생계·돌봄, 주거, 의료·건강, 교육·문화, 안전, 사회통합 등 6개로 잘 나눠서 만들었다."
-지수만 만들었다고 약자가 보호되느냐, 단순 지수개발에만 그칠 수 있다 등의 우려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약자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최소한 1년은 지켜보셔야 한다. 지금 다 입증할 방법은 없다. 다만 정책집행자 입장에서 보면 스스로 비판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지 않나. 이걸 발표하는 것에 있어서 상당한 의지가 실려 있다고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예산으로 나타날 거다. 예산이 줄면 의지의 퇴보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담당 부서도 적어도 50개 분야는 잘 챙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약자동행지수에 포함된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내년도 예산편성에도 약자동행지수를 고려해 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가.
"최대한 반영할 생각이다. 일단 첫술에 배부르기 어려울 것이다. 50개나 되니까 1~2년 걸린다. 하지만 올해 예산부터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다."
-지수가 공개되면 서울시 민낯이 공개돼 비판이나 공격 소지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 평가를 받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민낯이 드러나면 더 좋다. 그럼 더 잘하지 않겠나. 저는 시의회 시정질문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와 완전히 시각을 달리하는 분들이 비판하면 동의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정말 필요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할 때도 있지만 미처 생각도 못한 지적을 받을 때는 정말 고맙다. 민낯이 드러나는 게 뭐가 두렵겠나. 고쳐서 더 잘하면 된다."
-이미 많은 약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하반기에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약자 정책은 있는가.
"새로운 것보다 더 중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 케어러'(Young Carer)다. 가족돌봄청년을 발굴했는데 몇 백 명 정도다. 몇 천 명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데 발굴이 안 된 것이다. 더 진정성 있게 진심을 가지고 발굴을 하면 더 많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취임 초기에는 자립준비청년에 신경 써서 자립준비금을 500만원에서 2년 만에 1500만원으로 올렸다. 최근에는 해당 부서에 가족돌봄청년을 좀 더 발굴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가 어느덧 1년을 향해가고 있다. 청사 앞 분향소 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분향소는 법적으로 보면 서울시와 협의 없이 설치된 불법건축물이다. 유족들의 마음을 이해해도 행정기관 입장에서 원칙이 있으니까 계속해서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자진철거 되도록 유도하겠다. 분향소와 추모시설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은 지난 1년 동안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이 얼마나 충실해졌는지를 제일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본다. 저는 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와 사고를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을 점검하는 계기로 이태원 참사 1주년을 준비하겠다."
-최근 서울과 경기도를 아우르는 기후동행카드 도입 등에 대해 대선 행보라는 평가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무슨 대선을 위해서 했겠나. 자연스럽게 그런 발상이 나왔다. 8년 동안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지 않아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시점이 돼서 올리는데 그러면 서민생활에 주름살이 생기지 않겠나. 이걸 또 벌충해드리는 게 첫 번째 고민이고, 또 지난해 독일에서 시행한 '월 49유로 티켓'을 보고 독일이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겠냐면서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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