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신장 이식한 원숭이, 2년 이상 생존"

박주현 2023. 10. 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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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기준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4만446명인 반면 뇌사 기증자 수는 442명이었다.

학술지《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 조작 소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한 원숭이가 종간 이식 장기 이식의 가장 긴 생존 기간 중 하나인 2년 이상 생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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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식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서
인간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종 이식으로 알려진 동물 장기를 사용하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10월 기준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4만446명인 반면 뇌사 기증자 수는 442명이었다. 장기 이식 대기자의 평균 대기시간은 약 5년 4개월로 2021년에는 2480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던 중 세상을 떠났다. 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에서만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매일 약 17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처럼 이식할 장기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에서는 일찍부터 동물 장기를 이식하는 연구가 진행돼왔다. 특히 돼지의 장기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와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종 이식 연구는 돼지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모든 동물과 종은 단순 이식을 방해하는 독특한 유전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간과 다른 영장류의 면역 체계 역시 돼지 장기를 거부한다. 일란성 쌍둥이만이 면역 억제제 없이 서로 장기를 이식 받을 수 있다. 오랫동안 상상해 왔던 종의 장벽을 넘는 것이 최근까지 불가능한 이유이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고 돼지 장기 이식에 희망을 갖게 해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술지《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 조작 소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한 원숭이가 종간 이식 장기 이식의 가장 긴 생존 기간 중 하나인 2년 이상 생존했다. 이 연구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간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종 이식으로 알려진 동물 장기를 사용하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생명공학 회사 이제네시스(eGenesis)의 연구진은 게놈 편집 기술을 사용해 인간과 원숭이가 돼지 장기를 거부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는 세 가지 유전자를 삭제했다. 연구진은 또 돼지에 7개의 인간 유전자를 추가함으로써 원숭이의 생존율을 극적으로 향상시키고, 돼지 바이러스와 관련된 유전자 59개는 비활성화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유전자 편집을 통해 만들어진 돼지의 신장을 면역 억제 약물 칵테일을 투여한 20마리 이상의 원숭이에게 이식했다.

그 결과 7개의 인간 유전자를 추가하지 않은 신장을 이식 받은 원숭이 중 50일 이상 생존한 원숭이는 한 마리도 없었다. 이에 비해 7개의 인간 유전자를 추가한 신장을 이식 받은 원숭이 15마리 중 9마리는 생존했다. 이 중 5마리는 1년 이상 생존했고, 5마리 중 1마리는 2년 이상 생존했다. 신장 바이오마커를 분석한 결과, 이식된 장기는 잘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원숭이가 아닌 사람을 염두에 두고 돼지 게놈을 설계했기 때문에 인간에게 적용하면 더 잘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연구가 비인간 장기 이식에 대한 최초의 인간 임상시험 승인 여부를 고려하고 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같은 규제 당국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이종 이식 면역학자인 데이비드 쿠퍼는 "적합한 장기 기증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버밍엄 앨라배마대의 이식 외과의사인 제이미 로크는 "인간은 원숭이보다 몸무게가 훨씬 더 많이 나가고 혈압이 높기 때문에 돼지 장기가 그 환경을 견딜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sabina@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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