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혁신안 발표 미루고 최고위원 면담…"당 체질개선 핵심과제"

[the300]일각서 혁신안에 '지도부 책임' 없다며 반발…강서 참패 수습 '골든타임' 놓칠까 우려도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이 13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수습하기 위한 혁신안 발표를 미루고 최고위원들 여론을 수렴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고, 최고위원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해 향후 수습 방안에 대한 중지를 모았다.

당초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혁신위 격인 미래비전특별위원회와 인재영입위원회 발족,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등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전날 밤 갑자기 수정됐다.

당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김 대표가 마련한 쇄신안에 대해 지도부 내 일부 인사들이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이 없다'며 반발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에 혁신안 발표를 일단 미루고 최고위원들의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듣고 중지를 한 방향으로 모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최고위 이후엔 일부 최고위원과 당직자가 김 대표를 찾아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를 제안했으나 김 대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 사무를 총괄한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3.10.13. /사진=뉴시스

이날 개별 면담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국정감사를 이유로 전화면담으로 대신하고, 나머지는 모두 차례로 참석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오전 9시쯤 가장 먼저 당대표실을 찾아 김 대표와 면담을 한 후 취재진에 말 없이 자리를 떴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보선 참패 이후 당이 변화하고 혁신하고 쇄신해야 한단 국민 목소리 잘 알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원외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입장에서 수도권 민심, 정서, 국힘 바라보는 현 상황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고 국민의힘이 수도권과 국민 마음을 다잡아서 변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말씀드렸다"고 했다.

인적 쇄신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말씀들, 다양한 얘기를 드렸지만 대표님이 얘기 다 듣고 여러 고민도 하고 당의 변화의 방향 정립해 나가야 해서 안에서 드린 구체적 얘기를 이 자리에서 드리는 건 적절치 않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면담 후 "일단 이번 선거 결과로 드러난 민심을 아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서 공감대를 이뤘다"며 "지역 선거에 국한하거나 의미 부여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선 안 된다 했고 우리 지도부가 국민과 당원들 보시기에 정말 반성하는구나, 쇄신 의지가 있구나 하는 것을 더 강도높게 보여드리는 게 위기를 수습하는 길이 아니겠나 말씀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적당히 넘어가는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누가봐도 지도부가 먼저 결단하고 책임지는구나 하는 고강도 쇄신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단 점을 강조해서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10.12. /사진=뉴시스

김 대표는 최고위원 면담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가지 민심의 변화에 대해 우리 당을 어떻게 체질을 개선해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 것이냐, 그게 핵심 과제다. 그래서 여러 다양한 의견들 듣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혁신안 발표 시기에 대해선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내용을 정리해가며 다 차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임명직 당직자 사퇴론에 대한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보궐선거 패배 여파를 수습하기 위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혁신안 발표는 이르면 의원총회 전, 늦으면 내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당 일각에선 자칫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의 위기를 수습할 골든타임을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