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무빙’ ‘힙하게’…틀면 나오는 김희원의 ‘쓸모를 찾아서’[스경X인터뷰]
틀면 나온다. 이른바 ‘수도꼭지 같은 배우’다. 배우 김희원의 요즘은 끊임없는 대중과의 교류로 장식돼 있다. 지난 8월9일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무빙’에서 최일환 역으로 등장한 후, 바로 12일 JTBC 드라마 ‘힙하게’의 원종묵 역으로 나타났다.
바로 한 달 후인 지난달 13일에는 또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한강’에 이춘석 역으로 등장했다. 세 배역은 촬영시기는 달랐지만 비슷한 시기에 몰려나왔고, 캐릭터도 비슷했다. 최일환은 국가정보원 요원, 원종묵은 형사 그리고 이춘석은 한강경찰이다.
“‘무빙’을 가장 먼저 찍었어요. 그리고 ‘한강’을 찍고, ‘힙하게’를 찍었죠. 동시에 이렇게 나올 줄 몰랐네요. 당연히 각 제작진에서 가장 고민해서 낸 결과겠죠. 지금까지 배역을 보면 안 좋은 쪽으로는 살인자, 강도 이런 역할이었고, 또 좋은 쪽으로는 나라밥을 먹는 사람이었어요. 악역을 계속할 때는 나름 표현의 차이가 고민되는데, 또 공무원이 몰리면 또 어떻게 차이를 둘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실제 그것도 그랬던 것이, ‘무빙’의 최일환은 국정원 요원으로 정원고에 투입돼 초인의 자녀들을 관리했지만 거듭된 시간 속에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 교사로 거듭났다. ‘힙하게’의 원종묵은 일상적인 느낌이 강한 형사였지만 극 중 봉예분(한지만)의 이모 정현옥(박성연)과 동화 같은 로맨스를 만들었다.
“‘한강’의 춘석 역시 인간적인 면을 강조했어요. 모든 공무원분들이 다 책임감으로 일하시기는 쉽지 않잖아요. 귀찮아서 하든, 책임감으로 하든 자리를 지키는 분들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게 가장 사람 사는 이야기 같지 않은가 생각했고요. 모두가 바른생활 사나이라면 이야기의 현실감이 안 나니까 조금 더 코믹스럽게 귀찮음을 부각했죠.”
귀찮다고는 하지만 김희원은 ‘한강’을 준비하기 위해 선박조종사 면허도 어렵게 취득했고, 각종 수중촬영을 위해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선박면허는 일주일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온전히 써야 하는 작업이었다. 이상이와 그가 ‘한강’ 전 면허를 땄다.
“권상우씨를 구출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수중연습을 해야 해서 물에 자주 들어갔죠. 처음에는 호흡기를 갖고 물속에서 숨을 쉬는 게 어렵더라고요. 긴장해서 그런지 오래 있지도 못했고요. 고생했는데 화면에는 10초 남짓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뭐 못했으니 편집했겠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의 연기는 세 작품 다 이렇게 현실에 근거했다. ‘무빙’의 경우도 학교에 투입됐지만, 학생들과 오랜시간 살을 부대끼면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임했고, ‘힙하게’의 닭살 돋는 연애담도 그가 했기에 덜 어색했다. 멋있는 척하는 충청도 형사가 김희원의 몸으로부터 구현된 결과였다.
“‘무빙’에서는 정말 어린 배우들이 선생님 대우를 해줬어요. 최일환이 선생님의 권위에 대해 대사를 할 때 실제 교사분들 중에 ‘울 뻔했다’는 반응을 하신 것을 봤어요. 학교에서 국영수를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선생님에게 배울 부분이 있다고도 생각해요. 그걸 참을성이라고 보는데, 아무튼 더 리얼한 연기에 대해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2010년 영화 ‘아저씨’의 악역 만석을 시작으로, 2014년 드라마 ‘미생’ 박과장에 이르기까지 김희원 초반 연기경력의 대부분은 악역이었다. 하지만 그는 배역이 몰리는 와중에서도 우직하게 자신의 쓰임을 찾았고, 결국에는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연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끝까지 따라다녔다.
“요즘에는 좀 덜하는데, 한때 진지하게 ‘다른 직종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던 시간도 있었어요. 서른 후반까지 갔을 때는 심각하게 신문의 구인란을 찾기도 했죠. 연기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마흔 중반이 되니 어느 정도 천직이라고 받아들였죠.”
그가 고민했던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직업에 대한 회의가 오는 순간은 기껏 노력해놓고 초라한 성과물을 봤을 때, 또 그러한 결과물로 다른 사람들에게 냉대를 받을 때다. 연기를 잘하고 싶어 노력하는데, 잘 안 될 때는 미련 없이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요즘은 찾아주는 곳이 많아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악역이든 선한 역이든 많은 이미지로 기억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늘 연기할 때는 기억이 되고, 쓸모가 있는 연기를 하고 싶은데 매번 다른 것 같습니다. 그저 ‘진짜처럼 열심히 하자’는 생각밖에는 없어요.”
‘무빙’에는 자신의 쓸모를 고민하는 구룡포(류승룡)에게 아내 황지희(곽선영)가 “너는 나의 쓸모야”하는 장면이 있다. 김희원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대중이 계속 찾고, 없으면 허전한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그는 강풀 작가의 원작 ‘조명가게’의 촬영에 또 들어간다. ‘쓸모’를 찾는 과정이다.
“배우는 결국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직업인 것 같아요. 즐거우면, 그걸로 된 것 같아요. 그게 제 쓸모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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