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팔레스타인 무시한 대가 치르는 것…정부 책임 물을 것"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안보 실패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태 발생 5일 만에 네타냐후 총리 내각의 각료가 처음 정부 책임을 인정한 가운데 군과 야당 등에서도 정부 책임론이 제기됐습니다.
요아브 키쉬 교육장관은 현지시간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우리 정부에서 일어났으며 결론을 내고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보도했습니다.
키쉬 장관은 또 "이번 공격과 관련해 모든 방면에서 조사를 벌일 것이며 "누구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책임지겠고 정부 구성원으로서 나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키쉬 장관의 발언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닷새 만에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장관이 처음 공개적으로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하레츠는 전했습니다.
그동안 네타냐후 내각 인사들은 공개석상에서 하마스의 공격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를 꺼려왔습니다.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이날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군이 안보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
할레비 총장은 연설에서 "군은 이 나라·국민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으며 지난 7일 가자지구 인근 지역에서 이에 실패했다"며 "우리는 이를 연구하고 조사할 것이지만 지금은 전쟁을 위한 시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스라엘 야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과 현지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제1야당 '예쉬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이날 안보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 정부에 남아 있다면서 전시 비상 거국 내각 참여를 거부했습니다.
라피드 전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지난 토요일 벌어진 일은 회복할 수 없는 실패였다"며 "실패를 초래한 이들은 이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라피드 전 총리는 특히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을 직접 언급하며 "정부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부서진 신뢰를 회복할 사람들이 아니"라고 비난했습니다.
다만 라피드 전 총리는 전시 위기 상황임을 고려해 거국 내각 바깥에서 전쟁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는 중도파 제2야당인 국가통합당이 참여하는 비상 거국 내각 구성안을 66대 4로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통합당 당수인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과 소속 의원 4명이 장관으로 새 내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국가통합당은 네타냐후 내각의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사법 개편 입법 등에 격렬히 반대해왔지만, 이날 간츠 당수는 연설에서 "우리는 행동하고 적은 듣게 될 것"이라며 전쟁 지지를 강조했습니다.
한편 유명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번에 드러난 이스라엘 정부의 실패 원인은 '포퓰리스트 독재자'인 네타냐후 총리에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라리 교수의 99세 삼촌과 89세 숙모는 이번 공격에서 큰 피해를 입은 베에리 키부츠(집단농장)에 살았습니다.
하라리 교수는 테러리스트 수십 명이 날뛰면서 살육을 저지르는 동안 삼촌과 숙모가 집에 몇 시간 동안 숨어 간신히 살아남았다며 위험천만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또 "겁에 질린 생존자들이 찬장과 지하실에 갇혀 군과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많은 경우 너무 늦게 왔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고 어떻게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실종됐느냐"고 개탄했습니다.
하라리 교수는 그동안 군 당국과 무수한 전문가들이 네타냐후 정부의 정책이 이스라엘을 위험에 빠뜨리고 억지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정부에 경고해왔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자 그를 잘랐다가 여론에 밀려 다시 복직시켰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하마스에 대한 승리가 확실해지면 이스라엘 국민이 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라리 교수는 또 이스라엘 정부와 많은 보통 사람이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보다 훨씬 강해서 그들을 그저 무시할 수 있다고 느꼈던 지난 세월의 오만함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과 평화를 이루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점령 치하에 뒀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부분이 많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이 하마스가 저지른 잔학 행위를 정당화하지는 않으며,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어떤 평화협정 가능성도 결코 지지하지 않았고 오슬로 협정에 따른 평화 프로세스를 방해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라리 교수는 평화를 원하는 모든 이가 하마스를 규탄하고 제재를 가하며 모든 인질의 석방과 하마스의 완전한 무장 해제를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표언구 기자 eungo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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