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여보, 아버님이 이상해요"… 노인이 우울한 나라
[편집자주][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대림에서 종로까지 와서 나눠주는 도시락 받고 다시 집에 갔다가 저녁이 되면 모란으로 가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거주하는 김승환씨(남·73)는 퇴직한 공무원이다. 김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탑골공원으로 가서 무료 급식을 받아 허기를 달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3~4시간가량 공원에 머문 뒤 저녁이 되면 성남 모란역 근처 성당으로 이동해 또 다른 무료 급식을 배급받는다.
그가 매달 나오는 공무원연금 덕분에 재정적인 어려움이 없음에도 왕복 4시간이 넘는 시간을 이동하며 무료 급식소를 찾는 이유는 뭘까. '외로움' 때문이다. 아내를 여읜 뒤 혼자 사는 김씨는 부쩍 외로움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사는 게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여기(탑골공원) 나오면 그 순간 우울한 감정을 다 잊어버린다. 대화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라며 "집에 들어가면 혼자 TV 보는 것 외엔 할 게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병원에 가보진 않았지만 우울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나온 사람들 다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급식도 급식이지만 조금이라도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나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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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최근 5년(2017년~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 분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노인 우울증 환자는 매년 늘어나 2021년엔 2017년보다 14.5%나 증가했다. 전제 우울증 환자중 60대 환자가 15% 이상을 차지해 20대 다음으로 많았다.
한 교수는 "우울증을 진단하려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여야 하는데 노인의 경우 그 정도를 인지하기 어렵다"며 "'나이 들면 다 이래'라고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아 우울증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는 전체 노인의 25% 정도가 우울증상을 겪을 것으로 추정했다.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유독 노인이 우울증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교수는 생물학적 원인과 심리·사회학적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생물학적 원인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뇌혈관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등 신체 질환이 인간의 뇌를 우울증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신체 질환이 아니더라도 노화가 진행되면서 뇌 크기가 줄고 전두엽의 판단·실행·자극처리 능력이 퇴화해 스트레스에 대응하거나 극복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심리·사회학적 원인으로는 실직, 가정 내 역할 변화, 사별 등 외부 환경을 들 수 있다. 특히 자녀의 독립, 취업준비 등 자녀 문제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체 질환이 생기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를 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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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신체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소화불량,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있어 온갖 검사를 했는데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정신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건망증이나 치매처럼 보이는 증상도 우울증의 영향일 수 있다.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는 치료를 통해 회복 가능하다.
한 교수는 노인 우울증 환자의 치료 반응이 매우 좋다며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인 우울증 치료 역시 일반 질병과 다르지 않게 약물치료로 이뤄진다. 이전에 비해 부작용도 없고 효과도 좋다.
약물에 거부감을 보이거나 비약물치료를 원한다면 신경 조절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전기경련치료, 경두개자기자극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경두개직류전기자극술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약물과 비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한 교수는 "노인 우울증 환자의 70%가 치료에 반응했다"며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혁 기자 choijaehye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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