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비대위’로 체질 바꿔야 할 여당[포럼]

2023. 10. 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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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총력전을 펼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56.5%)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39.4%)에 17.1%포인트(p) 앞서 승리했다.

지난 2011년 12월 집권당이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0·26 서울시장 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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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여야가 총력전을 펼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56.5%)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39.4%)에 17.1%포인트(p) 앞서 승리했다. 일각에서 국민의힘이 예상보다 큰 차이로 진 이유로, 강서 지역이 전통적으로 야권 강세 지역이라는 점을 들고나온다. 그렇다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김태우 후보가 51.3%의 득표로 승리했고, 202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오세훈 후보가 54.0%로 승리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불과 1년4개월 만에 김 후보가 지난 선거 때 얻은 득표보다 3만6000표 이상 적게 얻었다.

국민의힘 참패는, ‘텃밭’이 아니라 정부의 소통 부재와 미숙한 국정 운영, 여당의 오만과 전략 실패 때문이다. 유죄 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해 치러지는 선거에 당사자인 김 후보가 사면 복권을 받은 후 다시 출마한 것은 원칙도 없는 오만한 공천이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정부가 민생 경제보다는 이념 논쟁에 치중하자 중도층을 중심으로 응징 투표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 이번 보선 결과가 국민의힘에 큰 충격인 것은 민심이 2020년 총선 상황으로 돌아갔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대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당 103석, 미래통합당 16석’의 ‘수도권 민주당 압승’ 상황이 되풀이될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이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보선 패배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인식 전환과 국정 운영의 스타일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전국지표조사(NBS·10월 9∼11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점으로 ‘독단적이고 일방적임’이 22%로 가장 높았다.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함’(10%)도 지적됐다. 대통령이 국민을 가르치고 이기려는 것에서 벗어나 겸손하고 섬김의 자세로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또한, 여당을 수직 통치하려는 유혹에서도 벗어나 당의 자율성과 다원성을 인정해야 한다. 당 지도부가 변화를 거부한 채 현 지도체제로 6개월 뒤 총선을 치르려 한다면 승리를 담보하기 힘들다. 대신, 혁신 비대위 체제를 구축해 변화의 동력을 만들면 희망이 있다. 지난 2011년 12월 집권당이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0·26 서울시장 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등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개혁 공천의 일환으로 ‘현역의원 25% 공천 배제’를 단행했다.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와 같이 진보 어젠다를 포용하면서 외연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새누리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고, 혁신 이미지를 선점하면서 민심의 흐름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이듬해 총선에서 과반 승리(152석)를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국민의 관심과 존경을 받는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하고, 개혁 공천과 민생 어젠다를 선점하는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필요하면 국민의힘 간판도 내려야 한다. 이와 더불어 대통령실과 여당이 과감한 인재 영입을 통해 인적 쇄신에 나선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단언컨대,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하면 이기고 안 하면 진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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