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볼유도 마구에 배짱·투지까지… 이런 외국인 투수 ‘처음이야’

정세영 기자 2023. 10. 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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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외국인 투수는 없었다.

NC의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의 전성시대다.

그런데 이 스위퍼가 페디를 공략하기 까다로운 투수로 만들었다.

결국 페디는 스위퍼부터 변형 직구까지 다양한 볼 배합과 정교한 제구력으로 외국인 투수로서 전례가 없는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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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디 37년만의 20승·200K
뜬공 없어 장타허용 거의안해
주무기 스위퍼로 타자들 요리
정교한 제구력·승부욕도 한몫
사실상 정규리그 MVP 예약
NC 에릭 페디의 연속 투구 동작. 페디가 지난 1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혼신을 다해 공을 던지고 있다. NC 제공

지금까지 이런 외국인 투수는 없었다.

NC의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의 전성시대다. 페디는 12일까지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6을 유지하고 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은 1위이고, 204개의 탈삼진 역시 리그 선두다. 페디는 지난 1986년 해태(현 KIA) 선동열(24승·214탈삼진) 이후 37년 만에 단일 시즌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했다. 아울러 2011년 KIA 윤석민 이후 12년 만에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 달성도 유력하다.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면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다. 9이닝당 삼진(10.51개), 피안타율(0.209), WHIP(이닝당출루허용률·0.97),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21회) 등 세부지표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다. NC 동료들은 페디를 ‘땅볼 마스터’로 부른다. 올해 페디의 땅볼/뜬공 비율이 1.71(땅볼 처리가 뜬공의 1.71배)로 리그 전체 1위다. 타자는 공을 띄워야 장타가 생산된다. 반면 투수는 될 수 있으면 땅볼 타구를 많이 유도해야 대량실점이 적다. 공이 뜨지 않으니 장타를 맞을 위험도 크게 떨어진다. 페디는 올해 174.2이닝 동안 홈런은 단 9개만 내줬고, 피장타율은 0.276으로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가장 낮다.

페디는 지난 시즌 이후 새로 장착한 스위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스위퍼는 최근 KBO리그는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각광받는 구종이다. 횡(橫) 슬라이더의 일종으로 구속은 다소 느리지만 수평과 수직으로 꺾이는 각도가 크다. 흔히 마구(魔球)로 불린다. 그런데 이 스위퍼가 페디를 공략하기 까다로운 투수로 만들었다.

페디는 또한 직구(포심패스트볼)를 던지지 않는다. 대신 종(縱)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로 타자를 속인다. 페디는 빅리그에서 지난해까지 7.9%였던 체인지업 비중을 올해 12.9%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기 직전 변화가 심한 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 등 변형 직구를 늘렸다.

결국 페디는 스위퍼부터 변형 직구까지 다양한 볼 배합과 정교한 제구력으로 외국인 투수로서 전례가 없는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스위퍼를 던져 상대 타자의 스윙 궤적을 흔들고, 체인지업과 투심패스트볼 등 직구처럼 오다가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으로 타자에게 혼란을 준다. 배짱과 승부욕, 투지도 대단하다. 이쯤 되면 타석에서 페디의 공을 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9월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한 페디는 정규시즌 MVP도 사실상 예약했다. 현재까지 174.2이닝을 던져 40자책점만 허락했다. 페디는 한 차례 더 정규리그 마운드에 오를 전망. 만약 페디가 마지막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을 남기면 평균자책점을 1.99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 역대 1점대 평균자책점은 2010년 류현진(평균자책점 1.82)이 마지막이다. 역대급 성적을 유지 중인 페디의 MVP 수상에는 이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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