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부모·멍든 교권… “학교는 있는데 교육이 없다”

박동미 기자 2023. 10. 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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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은 추락하고, 부모는 '괴물'이 됐다.

'괴물 부모'가 탄생하는 원인을 짚어내고, 자녀나 학교가 아니라 자기 마음부터 돌봐야 한다고 조언하는 심리학서도 인기다.

김현수 한양대 정신의학과 교수가 쓴 '괴물 부모의 탄생'은 한국보다 앞서 '몬스터 페어런츠(괴물 부모)' 문제에 직면했던 일본과 홍콩 사례를 분석하고 '부모의 욕망'이 학교와 자녀,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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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계서 ‘학교 미래찾기’ 움직임
교사가 쓴 혼불문학상 수상작
교권 침해 풍경 고스란히 담아
정신과 의사는 부모 욕망 분석
“학교, 사회문제 해결장소 돼야”

교권은 추락하고, 부모는 ‘괴물’이 됐다. ‘무너진 교실’은 과연 회복될 것인가. 서이초 교사 자살 이후, 교육 현장의 참담한 현실이 드러나면서 학교의 위기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교사 작가가 학교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 문학상을 받고 서점가에서는 정신과 전문의들이 부모의 과도한 욕망을 분석한 책들이 주목받고 있다.

“교사, 학생, 부모 모두 자기가 선 자리의 본질을 직시해야 합니다.” 교사가 주인공인 소설 ‘지켜야 할 세계’로 2023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문경민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작가는 소설에 자신이 보고 경험한 교실 풍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주인공은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와 고소를 하겠다는 협박을 당하고, 수행평가 문제로 학생과 다투기도 한다. 문 작가는 “교권침해는 만연해 있었다. 이제야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이다”고 했다. 지난 9월 서이초 교사의 추모 집회에서 추모사를 낭독했던 문 작가는 “추모사를 쓰며 여러 번 울었다”고 회고했다.

‘괴물 부모’가 탄생하는 원인을 짚어내고, 자녀나 학교가 아니라 자기 마음부터 돌봐야 한다고 조언하는 심리학서도 인기다. 김현수 한양대 정신의학과 교수가 쓴 ‘괴물 부모의 탄생’은 한국보다 앞서 ‘몬스터 페어런츠(괴물 부모)’ 문제에 직면했던 일본과 홍콩 사례를 분석하고 ‘부모의 욕망’이 학교와 자녀,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사회 시스템 부재, 지나친 경쟁, 성공 강박 등이 부모를 괴물로 만들고 있다면서도 부모들이 자기 증오나 연민에 휩싸여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조언했다. 또 “자녀에 대한 기대와 바람으로 타인과 공동체를 해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의학과 교수의 ‘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 역시 “부모가 위태로워지면 자녀도 위험하다”며 “어른도 자라야 한다”고 ‘부모 교육’을 강조한다.

더글러스 다우니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의 ‘학교의 재발견’ 역시 한국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책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학교는 있으나 교육은 ‘부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역시 ‘부모’들이 주요 원인이다. 자녀의 학교 선택과 학교 교육에 목을 매는 풍경은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학교가 사회 문제나 현상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되며, 이를 해결하는 장소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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