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사각지대[오후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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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긴 평화의 시기에 살고 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이 엿새째를 맞은 12일(현지시간), 양측 사망자가 2500명을 넘어섰다.
전쟁의 공포가 드리운 것 같지만, 지금이 평화의 시대인 것은 맞다.
10년 단위 전쟁 사망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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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긴 평화의 시기에 살고 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이 엿새째를 맞은 12일(현지시간), 양측 사망자가 25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에서만 군인 169명을 포함해 1300명이 숨지고 3007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실행되면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게 평화 시대의 풍경이라니.
전 세계 전투·폭력·시위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는 감시기구 ‘무장 분쟁 위치·사건 자료 프로젝트’(ACLED)의 통계에 따르면 10월 6일 기준으로 지난 1년간 무장 집단(정부·그룹) 간 전투, 폭발·폭격, 무장 폭동·시위는 14만6164건 발생했고 14만8034명이 목숨을 잃었다. 월평균 분쟁 건수 증가율은 1년 새 2.5%에서 3.3%로, 사망자 증가율은 4%에서 5%로 커졌다. 적어도 최근 1년간 지구촌의 분쟁은 증가일로임을 알 수 있다. 9월 30일∼10월 6일 기간에만 전투 656건, 폭발·폭격 1282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투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전쟁의 공포가 드리운 것 같지만, 지금이 평화의 시대인 것은 맞다. 제2차 세계대전에선 6500만 명이 사망했다. 이후 78년간 강대국 간 전쟁은 없었다. 10년 단위 전쟁 사망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최악의 전쟁을 막는 것은 핵무기 폐기일 것이다. 1986년 전 세계 핵탄두는 6만4000여 개였는데, 2022년 말 기준 1만2000여 개로 줄었다. 이스라엘은 비공식 핵보유국이나 근접한 팔레스타인을 겨냥해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중 갈등이 ‘예정된 전쟁’으로 비화할 것이란 전망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끔찍한 국지전과 참상이 이어지는 현실에서 ‘전쟁 없는 지구’는 기만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아는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를 사실로 풀어낸 ‘팩트풀니스(Factfulness)’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끊임없는 갈등과 공포를 하찮게 여길 마음은 없지만 지난 수십 년간 평화가 확산한 덕에 우리가 본 모든 발전이 가능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추세가 전쟁 지역(시리아 등) 사람들에게는 전혀 위안을 주지 못한다. 어떤 지역은 아직도 미개하다”고 했다. 북한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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