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죽을 단합대회"...이서진의 투덜 공격 차단한 나영석의 궤변
[엔터미디어=정덕현] "우리들 편을 가르는 거야? 단합대회라면서 편 가르기를 하면 어떡해!! 처음부터." tvN <출장 소통의 신> '서진이네'편에서 점심식사를 두고 편을 나눠 레이스를 펼치겠다는 나영석 PD의 말에 이서진은 헛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톡 쏘아붙였다. <출장 소통의 신>은 특정 모임에 '소통 문제'가 있다는 억지(?) 전제 하에 이른바 소통을 위한 '단합대회'를 가는 게 콘셉트다. 그 첫 번째 모임으로 <서진이네>를 함께 했던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뷔가 함께 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편을 갈라 점심식사 게임을 하겠다는 말에 이서진의 '투덜'이 터져 나온 것.
이서진은 그 캐릭터 그대로 투덜대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바로 이 지점은 어찌 보면 <출장 소통의 신>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가져온 재미의 핵심 포인트다. <출장 십오야>를 단합대회 버전으로 가져온 <출장 소통의 신>은 아마도 '서진이네'편 이후에도 다양한 모임들을 프로그램에 끌어들일 것으로 보이는데, 단합대회를 빙자한(?) 대환장 게임이 펼쳐질 전망이다. 그러니 이서진이 이 지점을 콕 집어낸 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을 찌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역시 이서진과 오랜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함께 해온 나영석 PD 역시 만만찮다. 이서진의 투덜 공격에 나영석 PD는 얼토당토않은 논리로 이것이 '단합'을 위한 전초전이라고 설파한다. "아니. 들어봐. 들어봐. 일단 소규모 단합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둘을 붙이면 전체가 단합이 되는 거잖아요?" 다소 당황한 듯 보이지만, 애써 단합대회를 강조하려는 그 모습이 또 웃음을 만든다.
물론 <출장 소통의 신> 서진이네 편이 첫 회에 보여준 모습은 추억이 떠오르는 <1박2일>의 복불복 게임이다. 임원팀과 인턴팀으로 나뉜 팀 가르기서부터 특정 목표지까지 가기 위해 게임을 해야 하는 방식이 그렇다. 실제로 먼저 첫 번째 게임을 이긴 팀이 차를 선택해 다른 목표지로 간다는 그 게임 방식에 정유미는 <1박2일>을 떠올리며 반색하기도 했다.
또 나영석 PD가 게임을 진행하고 이를 출연자들이 풀어내는 방식 또한 <출장 십오야>의 틀 그대로다. 어떻게든 게임을 진행해보려는 나영석 PD와 그런 걸 왜 하냐는 식으로 투덜대는 이서진의 티격태격하는 케미가 들어가 있어 기막힌 재미를 주지만, 어쨌든 그 방식은 익숙하다는 것.
하지만 차별점이 있다. 그건 최근 나영석 사단이 새로이 시도해온 유튜브 콘텐츠들의 색깔과 잔상들이 <출장 소통의 신>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출장 소통의 신>은 이미 나영석 사단이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서 '소통의 신'이라는 제목으로 시도했던 아이템을 '출장' 개념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서진이네>를 찍고 나서 고생한 후배들을 위해 MT를 기획하고 그곳에서 대환장 재미를 만들었던 그 아이템이 하나의 어엿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것.
나영석 사단이 있는 예능 스튜디오 에그 이즈 커밍의 이명한 대표가 시작부터 격려 차(?) 프로그램에 얼굴을 보이는 모습은 다분히 유튜브의 느낌을 준다. 그 역시 이미 채널 십오야에서 라이브 방송을 함께 하는 등 얼굴을 드러낸 바 있다. 흥미로운 건 이처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 면면이 소개되면서 나영석 PD만이 아닌 이명한 대표, 이우정 작가, 김대주 작가, 박현용 PD, 예슬 PD 등의 출연이 자연스럽고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처음 에그 이즈 커밍 신사옥에 도착한 최우식과 뷔에게 나영석 PD가 오늘 프로그램의 성격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설명 없이 박현용 PD가 거기 자리해 있다는 걸 소개하는 장면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가 <지구오락실>에서의 다양한 게임을 시도해온 PD라는 사실을 이미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다는 걸 전제한 소개이기 때문이다. 또 인턴팀이 최우식, 뷔 두 사람이라 게임을 위해 그 팀에 합류한 예슬 PD가 제기차기 미션부터 청개구리 가위바위보에서 예상과 달리 젬병인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앞으로 <출장 소통의 신>은 '서진이네' 출연자들만의 게임이 아니라, 나영석 사단과 대결을 벌이는 게임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것 역시 다분히 과거 <1박2일>에서 출연자와 제작진이 잠자리 복불복을 놓고 벌이던 대결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인데, <출장 소통의 신>에서는 제작진의 면면이 훨씬 더 생생한 캐릭터로 이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져 있는 터라 게임의 양상을 흥미롭게 만든다. <출장 십오야>가 나영석 PD 혼자 나서는 게임 예능이라면 이제 <출장 소통의 신>은 나영석 사단이 함께 나서는 게임 예능이라고 할까.
이처럼 나영석 사단이 대항마가 되어 출연자들과 벌이는 게임은 애초 얼토당토않아 보이던 나영석 PD의 말을 실현시킬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단합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둘을 붙이면 전체가 단합이 되는 거잖아요"라고 했던 말처럼, 처음에는 출연자들끼리 예열 단계의 게임 대결을 펼친 후, 나중에는 제작진과의 대결로 그들의 '단합'이 만들어지는 그런 가능성. 물론 그게 단합이 될지 오히려 더 분열이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그 과정이 주는 재미가 쏠쏠할 거라는 점이다.
나영석 PD와 이서진의 꿀조합은 이번에도 <출장 소통의 신>의 핵심적인 재미 요소들을 첫 회부터 고스란히 보여주는 힘을 발휘했다. <삼시세끼>를 처음 살린 것도 이서진이 "이 프로그램 망했어"라고 했던 한 마디로부터가 아니었던가. 거기에 필적하는 "얼어 죽을 단합대회"라는 이서진의 말 한 마디가 이 프로그램의 매력적인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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