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멋대로 '20조' 굴리는 건보…위탁운용에 수수료 50억

설지연 2023. 10. 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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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적립금의 투자 운용 수익률이 지난해 2%대로 은행 예금 금리 수준에도 못 미치는데, 운용사에 위탁수수료로 53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단 측은 "국민건강보험법에 공단 자산의 수익성을 고려해 '집합투자업자가 발행하는 수익증권 매입' 및 '부동산의 취득 및 일부 임대'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며 "'적립금에 대한 위탁운용'이라고 명시돼 있진 않아도 운용사를 통한 증권상품 매입과 대체투자에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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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수익률 2.15%…은행 예금보다 낮아
운용사에 수수료로 53억원 지출
"위탁 운용은 법적 근거도 없어"
한정애 "건보 기금화해 통제받아야"


국민건강보험 적립금의 투자 운용 수익률이 지난해 2%대로 은행 예금 금리 수준에도 못 미치는데, 운용사에 위탁수수료로 53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적립금 위탁 운용 관련 뚜렷한 근거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건강보험공단이 법령에 없는 자체 지침을 만들어 재정당국이나 국회 통제도 안 받고 20조원이 훌쩍 넘는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 적립금의 투자 수익률은 2.15%였다. 이는 한국은행 통계 기준 작년 예금은행 수신금리 2.77%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건보 적립금 운용 수익률은 연 1~2%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건보공단은 적립금의 절반 이상을 자산운용사에 위탁 운용을 맡기고 있다. 지난해 건보 적립금(약 24조원) 중 투자 운용한 규모는 19조5647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11조원가량을 위탁 운용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KB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등을 통해 MMF와 채권형 펀드, 부동산·인프라 등에 투자했다. 

이들 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총 52억9100만원이었다. 그러나 중장기 위탁 운용 수익률은 공단에서 직접 운용하는 것보다도 낮은 1%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선 급여비 지출 등 유동성이 중요한 건보 특성상 정기예금, 국공채 등 저위험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점을 감안해도 수익 대비 위탁 운용 수수료 지출액이 크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공단의 적립금 위탁 운용이 애초에 법적 근거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건보 준비금에 대한 근거 조항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에 따르면 '준비금의 관리 및 운영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도록' 돼 있다. 복지부가 공단에 시달한 건보 준비금 관리 규정에는 위탁 운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

건보공단은 위탁 운용의 근거를 묻는 한 의원의 질의에 공단 내부의 자금운용규칙을 제시했다. '수익성 제고 및 리스크 분산을 위해 공단 자금의 일부를 외부에 위탁 운용할 수 있다'는 자체 지침을 만들어 운영 중인 것이다. 한 의원은 "위탁 운용에 관한 근거는 법에도 없고 복지부 장관이 제시한 규정에도 없다"며 "공단이 마음대로 수조 원을 외부 운용사에 맡기고 수수료 선심까지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단 측은 "국민건강보험법에 공단 자산의 수익성을 고려해 '집합투자업자가 발행하는 수익증권 매입' 및 '부동산의 취득 및 일부 임대'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며 "'적립금에 대한 위탁운용'이라고 명시돼 있진 않아도 운용사를 통한 증권상품 매입과 대체투자에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건보 재정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고용보험 등과 달리 국가재정에 포함이 안 돼 공단의 일반회계로 운영 중이다. 기금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당국이나 국회의 심의·의결도 받지 않는다.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승인만 거쳐 견제 장치 없이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 꾸준히 문제로 거론됐다. 이 때문에 건보를 기금화해 국가재정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에도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당사자(보험자·가입자·공급자) 간 자치 원칙에 따라 건보 운영이 외부 통제를 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기금화되면 국회의 정치적 의사결정과 이익단체 등의 영향으로 보험료 조정 등에서 자율적 의사 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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